입력 2013.07.20 03:00 | 수정 2013.07.20 11:01
슬픈 붓다
이광수 지음|21세기북스|320쪽|1만6000원
'붓다(부처)는 보리수 아래에서 수행해 깨달음을 얻었다.'
이광수 지음|21세기북스|320쪽|1만6000원
'붓다(부처)는 보리수 아래에서 수행해 깨달음을 얻었다.'
부산외대 교수(인도사 전공)인 저자는 우리의 상식과도 같은 이 문장에서 이상한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붓다는 숭배 행위를 무의미한 것으로 여겨 '하지 말라'고 가르쳤지 않았는가.
그런데 보리수는 붓다 이전의 인더스 문명 시절부터 인도인이 숭배하던 힌두교 신앙의 성스러운 나무였다.
저자는 말한다.
"붓다는 보리수 아래에서 수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후대 사람들이 자신의 힌두교 신앙을 불교로 편입시킨 결과로 봐야 한다."
이 책은 후대에 신(神)으로 자리 잡은 뒤
오히려 실제의 역사를 관통해 살았던 '인간 붓다'의 모습이 잊혔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사는 땅 위에서 온갖 번민과 고행을 겪던 붓다는
기득권 중심의 물질 지배 사회의 팽창에 대해 반발하던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책은 계속 말한다.
그는 민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즉문즉설(卽問卽說)의 대화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진보주의자였다.
세상을 뒤집으려 한 것이 아니라 세상과의 화해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려 한 현실주의자였다. 그리고
전통에 인간 존중의 정신이 살아 있는 한 그 전통을 살리려 했던 보수주의자였다.
'나의 길'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과 불화를 겪는 일은 붓다에겐 없었으나,
우리 시대엔 그런 참 보수주의자도 참 진보주의자도 없다.
책 제목 '슬픈'이란 후세 사람들에 의해 가공되고 덧칠된 신화 때문에
책 제목 '슬픈'이란 후세 사람들에 의해 가공되고 덧칠된 신화 때문에
성인(聖人)들의 참모습이 잊힌 것에 대한 탄식이다.
이 책과 함께 '우리가 다시 알아야 할 정신적
스승 시리즈'로 출간된
'슬픈 예수'(김근수 지음)는
'하나님 나라의 중심에 가난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설파하며 불의에 저항한 예수의 삶을 복원한다.
'슬픈 공자'(이한우 지음)는
'말이 말답고 행동이 행동다워야 사람이 사람다워진다'는 자신의 말이 실현되지 못할 것임을 잘 알면서도
진솔하고 성의 있게 육성(肉聲)을 던진 공자의 삶을 재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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