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

 

[달시 파켓의 눈] <설국열차>에 대한 이상한 반응들

 

인정한다. 나는 <설국열차>에 미쳐 있다.

지난 수년간 이 영화를 기다려 왔고, 영화는 거의 모든 내 기대에 부합됐다.

내가 보기에, 이 영화의 힘은 신선한 콘셉트, 잘 그려진 캐릭터, 예측불허의 줄거리, 시각적으로 두드러지고 독특한 세팅, 흠잡을 데 없는 촬영과 편집, 멋진 사운드트랙, 놀라운 연기(특히 틸다 스윈튼), 그리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한편 즐거움을 주는 정치적, 사회적 내용에 있다.

재미있으면서, 약간은 슬프고, 놀랍도록 강력한 영화이다.

버라이어티지가 이 영화를 격찬한 리뷰에서 한 가지 중요한 약점으로 다소 인위적으로 보이는 CGI를 꼽은 것에 나 역시 동의한다.

왕십리 CGV에서 최근 개최된 첫 번째 기자시사회에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나는 객석에 앉은 기자, 평론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박수소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극장을 빠져나갔고, “돈을 벌 것 같지는 않다”는 말도 들렸다.

그 말을 들은 나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했다.

영화에 대해 토론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항상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설국열차>에 실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봉준호의 위트 있는 대사와 뚜렷한 한국적 스타일이 전작들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상투적으로 보다 재미있는 뭔가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겐 너무 어두운 영화이기는 하다.

하지만 “돈을 벌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은 이 영화에 대한 반응으로는 상당히 이상한 것 같다.

그건 진정한 의견이 아니라, 주식을 팔거나 사라고 추천하는 애널리스트에 보다 가까운 반응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종종 그런 식으로 영화에 반응하기도 한다. 특히 영화가 아주 재미없을 때 그렇다.

신문과 인터넷에 게재되는 상당수의 영화 글들은 예술보다 돈에 더 관심을 갖는다.

사람들은 영화의 박스오피스 성적,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영화가 이익을 낼 것인지에 관심이 있다.

저널리스트로서, 이런 관점을 취하기가 쉽다.

영화의 경제학에 대해 쓰고 말하는 게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영화 저널리즘과 토론이 때때로 지나치게 돈에 집중돼 있는 듯하다.

<설국열차>에 투자한 CJ가 20% 이익을 올릴지 20% 손해를 볼지 여부가 어떤 이들에게는 중요할 수 있지만, 과연 일반 관객들에게도 진짜 그럴까?

진정, 관객들이 가장 알고자 하는 것은 <설국열차>가 좋은 영화인가? 극장에서 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이 좋아할까?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무엇일까? 란 점이다.

영화에 관한 글은 관객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 많은 영화 글들은 영화를 보는 대중이 아니라 CJ와 롯데의 주주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나는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를 통해 진정으로 놀라운 무엇인가를 성취했다고 믿고 있다.

이 영화는 전세계 관객들을 전율시키고 고무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묘사하거나 논하는 대신, 모든 사람들은 CJ의 대차대조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작자들과 너무 많이 어울리다 보니 내가 삐딱한 시각을 갖게 됐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사고방식이 영화 저널리즘에 너무 많이 스며들고 있다면, 우리 모두 깊은 숨을 들이쉬고 예술과 오락으로서의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과 상업적 제품으로서의 영화를 이야기하는 것 간의 균형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설국열차> 같은 영화는 존경스럽게 대우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영화평론가 달시 파켓 darcy@koreanfil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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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원문]

The response to Snowpiercer

I’ll admit it: I’m crazy for Snowpiercer.

I’ve been looking forward to this film for years, and it met almost all my expectations.

To me, the film’s strengths include a fresh concept, well drawn characters,

an unpredictable storyline, a visually striking and unusual setting,

flawless cinematography and editing, a great soundtrack,

outstanding acting (especially from Tilda Swinton),

and political/social content that can provide food for thought,

or can simply be enjoyed as part of the story.

I found it to be exciting, slightly sad, and surprisingly forceful.

I would agree with the rave review from Variety magazine that its one major weakness is the CGI, which looks a bit artificial.

As the end credits rolled during the first press screening at Wangshimni CGV,

I was expecting to hear applause from the journalists, critics and industry figures in the audience.

But instead, people shuffled out of the theater and the one comment that

I heard above any other was, “It’s not going to make money.”

That comment made me stop and think.

As someone who loves to discuss movies, I’m always happy to talk with people

who disagree with me.

I could understand that some people might be disappointed with Snowpiercer because

it contains less of Bong Joon-ho’s verbal wit and distinctively Korean style.

I could sympathize with people who found the film to be too gloomy,

when they were hoping for something more conventionally entertaining.

But the comment “It’s not going to make money” suddenly seemed like a strange way to respond to this film. It’s not really an opinion, it’s more like a stock analyst issuing a “buy” or “sell” recommendation.

I’ll be the first to confess that I myself often respond to films in this way,

particularly if the films aren’t very interesting.

Much of the writing that is done about cinema in newspapers and on the internet concerns money more than art.

People are interested to know about a film’s box office take, and if it ultimately turns a profit.

As a journalist, it’s easy to get caught up in this perspective.

I’m not suggesting that there’s anything bad about writing and talking about the economics of individual films.

But it seems sometimes that film journalism, and discussions about film in general,

have become too focused on money.

Whether or not CJ makes a 20% profit or a 20% loss on Snowpiercer is important to some people, but does it really matter to the general audience?

Surely, what they most want to know is, is Snowpiercer a good film? Is it worth seeing in the theater? What kind of people will enjoy it? What makes this film unique?

All writing should be done with the reading audience in mind.

But these days much writing about film seems to be aimed not at the moviegoing public,

but at the stockholders of CJ and Lotte.

I believe that director Bong Joon-ho has achieved something truly remarkable in Snowpiercer.

This film is going to thrill and inspire people all around the world.

But it seems that instead of describing these achievements, or disputing them,

everyone is instead talking about CJ’s balance sheet.

Maybe I’m getting a skewed perspective because I hang out with producers too much.

But if this mindset is seeping too much into film journalism, I think we all need to take a deep breath and reconsider the balance between talking about film as art and entertainment,

and talking about film as a commercial product.

When a movie like Snowpiercer comes around, it deserves to be treated with respect.

Darcy Paquet

 

달시 파켓(Darcy Paquet)

한국사람보다 더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미국인 영화평론가.(@darcypaquet)
서울에서 살고 있으며, 1997년부터 한국 영화에 대한 글을 써오고 있다. 'Koreanfilm.org'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스페인 산세바스찬국제영화제와 이탈리아 우디네극동영화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최근엔 <돈의 맛>과 <강철대오>에 조연으로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