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이 다음 날 오후 2시 체크인을 10여시간이나 앞둔 심야에 도착한 게 발단이었다.
그런데 보름 뒤 중국 외교부가 이 사건을 '스웨덴 경찰의 용납할 수 없는 가혹 행위 및 인권침해'라며
스웨덴 정부로선 기막힐 노릇이다.
자국 여행객의 '바쭤' 행태를 옹호하며 난리 치는 중국은 정작 신장위구르에선
최대 100만명으로 추정되는 소수민족 주민들을 집단 수용소에 가두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증언과 문건, 인공위성 사진과 학술 논문까지 나왔지만 중국 정부는 부인하고 있다.
중국은 스웨덴 국적자를 해외에서 납치하기도 했다. 출판업자 구이민하이(桂民海)가 그 피해자다.
베이징대를 나와 민주화 운동을 하던 그는 스웨덴으로 이주해 시민권을 딴 뒤
홍콩에서 중국 비판서를 펴내다 중국에 미운털이 박혔다.
2015년 10월 태국에 갔다가 실종된 그는 2016년 돌연 중국 국영 CCTV에 나와 잘못을 뉘우쳤다.
그는 아직도 구금 상태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중국이 스웨덴에 '인권 시비'를 걸고 나선 것은
스웨덴이 최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허용하는 등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데 대한 보복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건이 한창일 때 중국 최고의 여배우 판빙빙이 사라진 지 석 달여를 맞았다.
탈세 의혹으로 조사 대상에 오른 뒤 100일 넘게 종적이 묘연한 그녀를 두고
가택 연금, 수감, 망명설 등이 불거졌다.
스웨덴을 향해서는 핏대를 세웠던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은 판빙빙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다.
겅솽 외교부 대변인은 판빙빙 실종설에 대한 외신기자 질문에 "그게 외교 문제냐"며 면박 줬다.
해외에서 소란을 피운 여행객도 '인권 피해자'로 챙기면서
최고의 민간 외교관이라고 할 대중 스타가 사라진 사태에 대해선 침묵의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인권조차도 공산당 마음대로 잣대가 달라지는 게 중국이 그토록 내세우는 '신시대 중국 특색'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