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독일]기술혁명에 동참한 獨 노조 (이위재 차장, 조선일보)

colorprom 2018. 9. 21. 14:13



[데스크에서] 기술혁명에 동참한 노조


조선일보
                             
             
입력 2018.09.21 03:14

이위재 산업1부 차장
이위재 산업1부 차장


지난해 연말 한국노총 간부들은 독일을 다녀왔다.

4차 산업혁명 현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독일은 2011년 '산업 4.0(Industrie 4.0)'이란 개념을 공론화하며 미래 기술 혁명에 대비한

4차 산업혁명의 본고장 같은 곳이다.

'산업 4.0'은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로 발전했다.

당시 한국노총의 관심은 4차 산업혁명이 얼마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는지에 있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노동자에겐 위협이다.

핀테크 확산으로 은행 점포·지점은 사라지고 하이패스 보급으로 고속도로 징수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전체 일자리 중 55%가 대체될 것"이라고 한국노동연구원은 분석했다.

노동계 일각에선 "'()러다이트(Luddite·기계 파괴) 운동'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독일은 어땠을까. 독일 정부와 기업은 노조가 도와주지 않고선 4차 산업혁명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 봤다.

그러면서 "디지털화로 새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에 고용이 많이 줄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노조를 끌어들였다.


실제 역사적으로 봐도 1차 산업혁명 당시 농부·수공업 장인 수는 줄었지만

제철·방직·광업에서 새 일자리가 많이 생겼다.

2차 산업혁명 때는 중화학·자동차·전자산업,

3차에선 반도체·컴퓨터·금융·서비스 직종 등이 각각 낡은 산업을 대체하고 고용을 창출했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스마트 팩토리'를 도입한 독일 아디다스의 경우

낮은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옮겼던 공장을 국내로 다시 데려왔다.

저임금 단순노동을 하는 외국 근로자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독일에 새 일자리들이 생겼다.

독일노조총연맹(DGB)과 산하 노조들은 정부와 기업이 추진하는 '산업 4.0'에 지금도 적극 협조하고 있다. '산업 4.0' 추진에 깊숙이 관여한 헤닝 카거만 공학한림원 회장

"노조가 동참하면서 '산업 4.0'이 더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다.

기존 노동자를 재교육시켜 새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통령 직속기구인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보면

노동계 인사는 한 명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

정부나 기업은 4차 산업혁명을 기술적 관점에서만 접근할 뿐이며

노사 관계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은 미흡하다.


강성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큰 한국에선 섣불리 4차 산업혁명을 확산하려다 노사 갈등의 불씨가 커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노사정이 함께 4차 산업혁명을 협의하며 추진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은 노조에 발목 잡혀 싹을 틔우기도 전에 말라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