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아르헨티나] 공짜 복지로 국민적 지지… '페로니즘' 후유증 앓았죠/후안·에바 페론 부부(조선일보)

colorprom 2018. 9. 20. 14:51

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인물] 공짜 복지로 국민적 지지'페로니즘' 후유증 앓았죠

입력 : 2018.09.19 03:00

 


아르헨티나 후안·에바 페론 부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요즘 공무원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어요.
아르헨티나 정부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정부 부처를 절반으로 줄이기로 하자
이에 반발한 것이죠.
아르헨티나는 물가가 치솟고 실업자가 느는 등 경제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어요.
이에 대해 "1950년대 페론 정권 때부터 세금으로 복지 정책을 함부로 늘려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 후안 페론(Perón·1895~1974)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라 사관학교를 나왔어요.
1943년 군사 쿠데타에 참가한 후엔 부통령을 지냈습니다.
1946년 대통령에 뽑혀 1955년까지 권력을 잡았지요.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오른쪽)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에바 페론.
아르헨티나 후안 페론(오른쪽)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 에바 페론. /게티이미지코리아
당시 아르헨티나는 전화나 철도 같은 나라의 중요한 사업은 외국 기업이 운영했는데,
페론 대통령은 이를 다 국가가 운영하도록 바꾸었어요. 무상 교육도 시작했고요.
쓸 세금은 한정돼 있는데 퍼주기 식으로 복지 정책을 마구 쏟아냈어요.

그의 부인 에바 페론(1919~1952) 역시 페론 정책에 적극 발을 맞췄어요.
자기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 전국에 학교와 병원, 보육원을 지었어요.
병원 기차가 전국을 누비면서 사람들을 공짜로 진료해줬죠.

이런 정책들에 국민은 환호했어요. 페론 부부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죠.
특히 빈민층 딸로 태어나 퍼스트레이디 자리까지 오른 에바에 대한 국민의 사랑은 대단했어요.
'에비타'라는 애칭까지 생겼지요.
1952년 에바가 병으로 죽었을 때 큰 사회적 혼란이 생길 정도였어요.

아르헨티나는 1920년대엔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던 부국(富國)이었어요.
하지만 페론 부부가 펼친 정책 때문에 아르헨티나 경제는 그 후 내리막길을 걷게 됩니다.
나랏빚은 쌓이고 관료들은 부패했어요.
경제 개방을 미루면서 산업이 발전할 기회를 잃었지요.
그랬는데도 국민은 페론 대통령을 잊지 못했어요.
결국 1973년 페론은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다시 뽑혀 이듬해까지 집권했어요.

훗날 사람들은 페론 대통령이 내놓은 선심성 정책을 '페로니즘'이라고 불렀어요.
아르헨티나 국민은 후안·에바 페론 부부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2003년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 때 페로니즘이 부활했거든요.
2015년까지 대통령으로 있었던 그의 부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공무원 연금은 배로 올려주고 학생들에게 공짜로 노트북을 나눠줬어요.
그 결과 국가 재정이 바닥나 공무원들을 잘라야 하는 지금 상황에 이르렀지요.


유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