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으리으리한 헤어 스타일이다.
2000년 전, 로마제국의 이 여인은 긴 앞머리를 여러 가닥으로 나누어 탱글탱글하게 말아
공작새 날개처럼 펼쳐 놓았다.
그 뒤로 남은 머리카락에는 땋은 가발 여러 가닥을 풍성하게 이어 붙인 다음 동그랗게 말아
실을 이용해 뜨개질하듯 뒤통수에 고정시켰다.
덕분에 그녀의 길고 탄탄한 목선이 두드러지고,
살짝 솟은 광대뼈와 부드러운 얼굴 윤곽은 화려하게 쌓아 올린 앞머리와 대조를 이루어 더욱 매끈하게 보인다.
이 머리를 혼자 했을 리 없다.
그녀에게는 헤어 스타일을 전담하는 노예가 있었고,
불에 달궈 사용하는 철제 고데기와 각종 머리핀 및 가발을 갖추었으며,
하루 중 치장에 들이는 시간도 상당했을 것이다.
로마 여인들, 그중 특히 제국의 기틀이 안정적으로 갖춰지기 시작했던 플라비우스 왕조 시대의 여인들에게 헤어 스타일이란 단지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부와 권력,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었다.
머리가 의복보다도 더 정확하고 강렬하게 한 사람의 가용 재산과 인력, 여가 시간을 드러내 주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매력적으로 여기는 자연스러운 긴 생머리는 로마인들에게는 반대로 빈곤과 야만의 표지일 뿐이었다. 오히려 한 번에 오래가는 일명
'아줌마 파마'가 로마에서는 고상한 신분의 특권으로 통했을지 모른다.
이 여인은 대리석 두상(頭像)으로 신분을 한 번 더 과시한다.
조각가는 드릴로 일일이 깊은 구멍을 파내 용수철처럼 탄력적인 곱슬머리를 정교하게 만들어냈다.
이 사진을 들고 미용실에 가서 이대로 파마를 해 달라고 한다면 아마도
'손님, 이건 파마가 아니라 드릴이에요'라는 답을 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