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8.08.25 03:00
인간의 도덕, '자연선택' 방식 진화다른 영장류에 없는 정의감이 토대공동체 유지 위해
법·종교 만들어"타인과 협력해야 생존에 유리해"
도덕의 기원|마이클 토마셀로 지음|유강은 옮김|이데아|336쪽|1만9000원
누군가의 처지에 공감하고 친숙한 이들에게 유대감을 느끼는 감정이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누군가의 처지에 공감하고 친숙한 이들에게 유대감을 느끼는 감정이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인간은 사랑하는 이와 마주할 때 옥시토신이 나오는데,
대형 영장류인 침팬지나 보노보도 서로 털을 골라주거나 자기가 먹을 것을 남에게 양보할 때
옥시토신을 분비한다.
도덕적으로 착한 행동에 해당하는데도 이 영장류들이 인간처럼 도덕을 지녔다고 하진 않는다.
이들에겐 도덕의 필수 요소라 할 공정성이나 정의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침팬지는 초식을 하지만 가끔 원숭이를 잡아먹는다.
침팬지는 초식을 하지만 가끔 원숭이를 잡아먹는다.
침팬지들도 초기 인류가 그랬듯 사냥할 땐 무리를 지어 협업한다.
그런데 사냥감을 획득한 후 처분 과정이 인간과 다르다.
사람은 사냥에 참가한 모든 동료와 성과를 나눈다.
먹이를 나눠야 다음에도 타인의 협조를 구할 수 있다는 걸 알아서이기도 하지만
꼭 계산적 동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와 남을 동등하게 보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화할 줄 아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3~5세 아이들이 물건을 배분할 때조차 인간은 이런 도덕적 선택을 한다.
침팬지는 다르다.
사냥감을 먼저 잡는 개체는 먹이를 독차지하려 하고, 주변에 있는 참가자들은 떡고물을 나누려고 달려든다.
먹이를 갖기 위해 사냥에 동참해야 한다는 전제도 없다.
그저 운 좋게 현장을 지나가다가 손을 뻗어 고기 한 조각 움켜쥐기만 하면 된다는 얘기다.
인간은 이런 무임승차자들을 무리에서 배제한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공동 소장이자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인 저자는
침팬지·보노보와 인류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광범위한 실험을 바탕으로
인간이 어떻게 도덕 감정을 싹 틔우고 내면화했으며,
이를 발전시켜 모두가 소속된 문화로 일궈냈는지를 진화생물학에 근거해 설명한다.
실험에 따르면 인간은 사냥에 참가하고도 정당한 배분을 받지 못했을 때 화내고,
침팬지는 남들 손에 고기가 있는데 자기는 빈손일 때 화낸다.
저자는 이런 차이가 진화론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류는 다른 영장류엔 없는 정의감을 바탕으로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도덕적 잣대와
이를 강제할 다양한 제도(법과 종교 등)를 만들었다.
침팬지가 지닌 공감 능력은 두 개체 사이의 호혜적인 관계로 한정되지만,
인간은 호혜 관계를 생면부지의 타인들에게도 확장한다.
이를 통해 '우리'라는 다자 관계에 적용될 보편적 윤리체계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
둘만의 관계를 넘어서는 '우리' 개념은
타인은 물론 자기 무리에 속한 제3자에게까지 윤리를 따르라고 요구하는 근거도 된다.
인간은 이 도덕을 제도·법률·종교 등 다양한 문화의 형태로 완성했으며
이를 교육이란 시스템을 통해 후대에 전승한다.
그 결과, 오직 인간만이 도덕적 유인원으로 진화했다고 결론짓는다.
저자는 이 모든 과정이
저자는 이 모든 과정이
200만년 전 등장한 호모(Homo) 속(屬)이 일종의 '자기 길들이기'를 시작하며 태동했다고 추정한다.
이때부터 인류의 조상은 혼음(混淫)이 아닌 한 쌍의 남녀가 짝을 지었으며
이는 부성(父性)에 대한 수컷들의 새로운 자각을 불러오고, 인간 집단 내 협동적 육아를 촉발했다고 본다.
그 결과 공격성이 줄어든 온화한 개인이 출현하고 인간끼리 상호작용이 활성화됐다는 것이다.
40만년 전쯤에 이르러 인류의 도덕은 양자 간의 쌍무적 도리를 지키는 수준으로 발전했고,
15만년 전부터는 집단 내 모든 이가 따라야 하는 '객관적' 도덕으로 바뀌었다.
이 과정에 진화론적 자연선택이 관여해 왔다.
이기적으로 경쟁하기보다는 도덕적 능력을 발휘한 인간 집단이 다른 집단에 비해 생존 가능성이 컸고
그들의 유전자가 후손에게 전해졌다.
저자 자신이 직접 행하거나 다른 연구자들이 인간 어린이와 영장류를 대상으로 시행한 실험들은
저자 자신이 직접 행하거나 다른 연구자들이 인간 어린이와 영장류를 대상으로 시행한 실험들은
그 자체로 흥미롭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가령, 오직 인간만이 남의 눈을 의식해 도덕적 자아상, 즉 평판을 관리한다.
어느 정도냐 하면 어떤 벽에 사람 눈[目] 그림만 그려 놓아도
그곳에 모인 이들은 눈 그림이 없는 곳에 모인 사람들보다 타인에게 더욱 협력적인 태도를 취한다.
한 가지 단점은 매우 생경한 용어들. '2인칭 도덕' '공동 지향성' '자타 등가성' 등
책 곳곳에 등장하는 낯선 용어와 친해져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