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바늘방석 위의 북한 동포
입력 : 2017.11.14 03:09
[74]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모든 자에게서 그의 능력만큼, 모든 자에게 그의 필요만큼"이라는 마르크스의 구호는
20대의 나에게 위대한 시(詩)였다.
그런데 얼마 후, 혹시 내가 발휘하고 싶은 능력과 국가가 나에게서 요구하는 능력이 다르고,
국가가 내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지급하는 것과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다르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산국가에서 개성과 개인적 기호가 존중받을 수 있을까?
지난 7일은 러시아 공산혁명 100주년 기념일이었다.
지난 7일은 러시아 공산혁명 100주년 기념일이었다.
한 세기의 참혹한 실험이었다.
소련 시절 고단한 삶을 달래는 유머 하나:
브레즈네프가 어떤 공장을 시찰하러 갔는데 한 여성 노동자가 그에게 달려갔다.
"서기장 동지, 제가 동료들하고 이걸로 내기를 했는데, 사회주의는 철학입니까, 과학입니까?"
브레즈네프는 친절하게 답했다. "사회주의는 철학입니다."
여성 노동자는 의기양양해졌다.
"그렇지요? 내가 동료들한테 사회주의는 철학이라고,
과학이라면 동물들한테 먼저 시험했을 거라고 말해줬답니다."
또 하나 유머:
소련 사람에게 최고로 행복한 순간은?
"꼭두새벽에 누가 자기 오두막 문을 요란하게 두드려서 문을 여니까
'이반 이바노비치, 너를 체포한다'고 하는 KGB 요원들에게
'그 친구, 옆집에 살아요'라고 말해줄 때.
공산주의 실험의 마지막 현장인 북한에서
우리 동포는 언제 자아비판을 강요받고 수용소에 끌려갈지 몰라
가시방석의 삶을 살고 있거나 지옥의 수용소에서 고문당하고 굶고 있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체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주인공 이반은 2차 대전 중 독일군의 포로로 잡혔다가 탈출했으나 독일 스파이로 의심을 받아
10년 강제노동형에 처해 영하 35도의 수용소에서 복역한다
(스탈린은 자유세계를 경험한 군인들을 이런 식으로 사회에서 격리했다).
이반은 소설 속의 하루를 마치고,
그날 아침에 아팠으나 숨 가쁘게 일 하다 보니 통증을 잊을 수 있었고,
집에서 소포가 온 동료에게서 비스킷 한두 개와 소시지 한쪽을 얻어먹었고,
귀한 담배를 한 대 피울 수 있었고, 혈관을 얼리는 속옷 바람의 몸수색도 무난히 치렀고,
자기 팀의 작업 성과가 좋아서 밥을 넉넉히 먹었으니 거의 완벽한 하루였다고 기뻐한다.
서울에서 24마일(약 38㎞) 북쪽, 우리 동포의 오늘 하루는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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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13/20171113031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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