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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동시] 첫눈 - 신현득 (박두순 작가, 조선일보)

colorprom 2017. 11. 10. 19:14

[가슴으로 읽는 동시] 첫눈

  • 박두순 동시작가


입력 : 2017.11.09 03:09

[가슴으로 읽는 동시] 첫눈

첫눈

첫눈은 첫눈이라 연습 삼아 쬐끔 온다
낙엽도 다 지기 전 연습 삼아 쬐끔 온다
머잖아 함박눈이다 알리면서 쬐끔 온다

벌레 알 잠들어라 씨앗도 잠들어라
춥기 전 겨울옷도 김장도 준비해야지
그 소식 미리 알리려 첫눈은 서너 송이

―신현득(1933~ )


햐, 첫눈은 연습하느라 쬐끔만 온단다.
낙엽도 다 지기 전 연습 삼아 조금만 내린단다.
연습으로 내리는 게 첫눈이라는 상상을 어떻게 했을까!
얼마나 앙증맞은 상상인가.

첫눈은 왜 쬐끔만 내릴까?
머잖아 함박눈 내리고, 추위가 닥칠 테니 벌레 알들과 씨앗들 잠들어라, 알리려고.
겨울옷도 준비하고 김장을 서두르라는 신호로 내린단다.
딱 서너 송이! 자연의 하얀 불꽃 신호이다.

이미 산간 지방에는 첫눈이 내렸다. 우리 귓바퀴에 첫눈의 속삭임이 맴돌기 시작했다.
별 꾸밈없는 소박한 동시조이나 결코 쉽게 쓴 작품은 아니다. 쉬운 시 쓰기가 가장 어렵다.
쉬우면서 감동을 주는 시가 진짜 시이다.
동시의 의미가 이런 데 있다.
마당에 흩날릴 서너 송이의 첫눈이 부쩍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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