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카탈루냐의 한숨
입력 : 2017.11.10 03:14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스페인 내전(1936~1939)에 공화파 의용군으로 참전해
카탈루냐 전선에서 프랑코의 반군(叛軍)에 맞서 싸웠다.
오웰은 당시 의용군이 겪었던 군수 물자 부족, 불결한 위생 상태 등을
'카탈로니아(카탈루냐의 영어 발음) 찬가'에서 생생히 묘사했다.
특히 그를 힘들게 한 건
"스페인인데도 카탈루냐인들이 카탈루냐어로만 말을 해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것"이었다.
내전이 끝난 지 약 80년이 지났지만 카탈루냐가 여전히 스페인 속의 이방(異邦)이라는 걸
피부로 느낀 적이 있다.
지난 3월 바르셀로나로 출장을 갔다가 길을 묻기 위해 30대 남성에게 다가가 "스페인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한숨을 푹 내쉬곤 "무엇을 도와줄까"라며 응대했다.
그땐 카탈루냐인을 스페인 사람이라고 부르는 게 실례인지 몰랐다.
카탈루냐는 주민 95%가 카탈루냐어를 쓴다.
바르셀로나 공항, 지하철, 도로, 주요 관광지 등에는 어김없이
'카탈루냐어·영어·스페인어' 순으로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2005년부터 인터넷 도메인 주소도 스페인을 뜻하는 '.es'가 아닌 '.cat'를 쓴다.
영국 BBC는 "카탈루냐는 1000여년 전부터 자신들의 관습·언어·문화를 지켜오고 있다"고 했다.
스페인 정부는 프랑코 독재 시기를 제외하면 카탈루냐에 폭넓은 자치권을 부여했다.
애초에 카탈루냐인들에게 국가 의식을 심어주는 게 불가능하니
달래가며 한 나라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당했던 그의 태도가 이후 느닷없이 돌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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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11/09/201711090337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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