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17 03:13
영화계에 수퍼히어로 열풍이 다시 불면서 수퍼히어로 의상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수퍼히어로 중에서도 대표 주자인 수퍼맨은
1938년 탄생 이후 '패션 테러리스트'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파란색 쫄쫄이 바지 위에 빨간 팬티를 입고 빨간 망토를 두른 촌스러운 스타일을 고수해 왔다.
은근히 몸의 선을 드러내는 배트맨의 블랙 슈트나,
화려한 금속 재질로 만든 아이언맨의 하이테크 럭셔리 슈트의 세련된 맵시와 너무도 날카롭게 대비됐다.
보기 민망한 쫄쫄이 의상을 입는 이유가 없지는 않다.
수퍼맨의 전신은 얇은 방어막이 둘러싸고 있는데,
쫄쫄이 의상만이 이 방어막을 빈틈없이 감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패션 관점에서는 촌스럽다는 평가를 비켜 가기 어려웠다.
수퍼맨이 패션 테러리스트인 이유는 또 있다.
빨간색과 파란색, 두 원색의 조합인 수퍼맨 옷은 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됐다.
다른 옷을 입힌 적이 있기는 하다.
DC 코믹스가 1990년대 초 검은색 의상에 빨간 망토와 팬티를 삭제하는 새로운 디자인을 보였는데
'수퍼맨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원래 의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2013년 개봉한 '맨 오브 스틸'<사진>에서
마침내 그의 오랜 트레이드 마크였던 파란 쫄쫄이 위의 빨간 팬티를 벗었다.
최근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에서는 원색의 빨간색이 아닌 푸른 잿빛으로 세련된 색의 조화를 이루고,
다른 수퍼히어로들의 하이테크 슈트에 밀리지 않는 굴곡 있는 세련된 특수 소재를 쓰면서,
수퍼맨은 수퍼히어로의 '패피(패션 피플)'로 거듭났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수퍼히어로들의 의상도 기능의 첨단화와 디자인의 발전을
이뤄 왔다.
이처럼 한층 세련미를 더한 수퍼히어로에게 대중은 더욱 열광한다.
수퍼히어로의 초능력과 힘은 희망찬 미래를 상징하고, 대중에게 무형의 정의로운 가치를 전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에게 그들의 절대적 파워를 인지시키는 중요한 수단은 패션이다.
앞으로 그들은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날까. 대중에게 어필하는 패셔너블한 수퍼히어로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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