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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끝별의 시 읽기 一笑一老] 노인의 미래 (조선일보)

colorprom 2017. 8. 30. 14:28


[정끝별의 시 읽기 一笑一老] 노인의 미래

  • 정끝별 시인·이화여대 교수

입력 : 2017.08.28 03:09 | 수정 : 2017.08.28 15:47

노인의 미래


"40년 후에도 이곳에 첫눈이 오는가?"

"그들은 신의 감긴 눈꺼풀 같은 지평선 너머에서 살아갑니다."

"나의 동무여, 눈을 뜨게나. 시력이 남아 있을 때 나는 보고 싶다네."

"선생님, 사랑 때문입니까? 희망 때문입니까?"

"같은 구름에서 핏물처럼 폭우가 쏟아지고 사리처럼 우박이 떨어지네."

"망원경에 눈을 대고 있으면 인간은 작아지고 작아지고… 현미경에 눈을 대고 있으면 인간은 거대해집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것을 보고 있네."



김행숙(1970~ ) ('에코의 초상', 문학과지성사, 2014)


 

정끝별의 시 읽기 一笑一老 일러스트

늙음은 노안부터 시작되고 노안은 바짝 가까이 대야 잘 보인다.

모든 첫눈은 금세 그치고 40년 후에도 첫눈은 올 것이다.

그러나 그치지 않는 첫눈도 있고 가지 않는 계절도 있다.

'첫' 사랑, '첫' 희망은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갔을까.

젊은이 는 '신의 감긴 눈꺼풀 같은 지평선' 너머라고 하지만,

노인은 '시력이 남아 있을 때 보고 싶을 뿐'이라고 한다.

젊은이는 멀리 보고 노인은 가깝게 본다.


요양원에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리게.

우리에게 내일이 오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젊은이는 미래의 노인이다.

노인의 미래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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