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 4일, 일요일
1주일 전, 남편 모임 사전답사차 창경궁을 찾았다.
그 옛날, 창경원이던 때 이후 처음 방문이었다. (입장료 1,000 원)
들어서자마자 '아, 어떻게 이곳이 동물원이었을까...'싶었다.
어떻게 이곳을 동물원으로 만들 생각을 했었을까, '그때' '그들'은...
정갈하고 아담한 창경궁은 덕수궁이나 경복궁과 또 다른 단아한 품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세상이 참 좋아진 것이...세상에나, 마루 위에 사람들이 편안히 올라앉아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이방 저방 둘러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둘씩, 셋씩 넓은 마루에 올라 앉아 쉬고있는 모습들이 얼마나 정겹던지...
잔디밭에 들어가시 마시오~사슬로 둘러쳐지고도 모자라 여기저기 붙어있던 팻말들은,
눈을 씻고 보려 해도 보이지 않고, 오히려 마루에 올라가 앉아있는 사람들이 보이다니,
정말 세상이 이렇게나 많이 달라졌구나, 좋아졌구나... 싶었다.
문득 신기한(?) 현대적인 문이 보여 들여다보니 마침 [정조대왕 특별전]이 있었다.
(으흠...요즘들어 느끼는 건데, 전문가의 눈은 아니지만, 내 눈에도 우리나라 전시, 참 좋아졌다!)
신을 벗고 들어가 기웃거리다가 우리끼리 '이게 뭔 뜻이래?' 하다가 보니 에그머니나,
누군가가 슬그머니 답을 해주는게 아닌가.
ㅎ~전시관 소속 젊은 키다리 청년이 그때부터 조곤조곤 설명을 해주며 인도를 해주는데,
그 처신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편하던지...(여자친구 있나 몰라??? *^^*)
그 청년으로부터 귀동냥으로 건진 이야기들~
정조대왕은 47세에 돌아가셨다. 조선의 왕으로서는 평균수명을 사신 거라고. (최장수, 정조할아버지 영조!)
그래서 더더욱 세자들은 4~5세부터 왕이 되기 위한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아버지 영조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사도세자의 불행도 그런 상황과 관련이 깊을 거라고.
(영조-> 사도세자 (+ 혜경궁 홍씨)-> 정조)
정조의 시문과 편지들도 있었는데 시문에 대하여는 묘한 편견이 있었단다.
연산군, 광해군 등이 시문에 능했는데 하필 그들이 결과적으로는 좋은 왕이 못되었기 때문에,
좋은 시문은 좋지않은 왕을 뜻한다는 어이없는 편견이 있었다는 것.
그래서 왕으로서 시문이 좋다는 것은 칭찬이 아니었다니 으흠...그런 말이 생길 수도 있었겠구만!!!
인상적인 것은 정조의 편지들이었는데, 옛날식의 한글문, 한문편지들 구석에 따로 쓰인 물건 품목들이 있었다.
그것은 편지와 함께 하사품들이 들어갈 때에 혹 배달사고가 있을까 일일이 품목을 적어놓았던 것.
(옳소~잘 하셨습니다! 의심하느니 그게 확실하고 깨끗하겠지요?! *^^*)
참, 전시한 장소가 정조가 실제로 머무시던 곳이었는데, 정말 작고 소박한 곳이었다.
비가 새도 증축할 필요가 없다시며 그 밑에 그릇을 받쳐 놓을 정도로 소박하게 생활하셨단다.
그때의 왕은 그렇게 어버이 마음으로 스스로 겸손하였다고 한다.
한국정원의 특징은 마당에 정원을 꾸미지 않는 것. 밖의 풍경을 그대로 즐기는 것이 우리 스타일.
일본정원은 작게 축약하여 내 안에 들여놓는 것이라고.
그래서 전시장 안 마당에 정원을 꾸며 놓은 것에 불만을 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했다. (아래 사진)
(마당 주위로 돌아가며 전시장이다.)
문득 그 청년이 밖의 [석탑]을 보여주었다.
저 탑은요...사실 이곳에 있을 게 아니랍니다. 탑은 원래 절에 있는 것이거든요.
일본사람들이 그냥 이 탑이 여기 있으면 멋져보일 것 같다며 갖다 놓은 것인데요,
제 자리에 갖다 놓으려 해도 원래 어디에 있던 것인지 알 수가 없어 할 수 없이 그냥 놔 둔 거랍니다.
알아낸 것은 그저 1면에만 불상이 있는 것으로 보아 고려시대 것이라는 것 정도지요...
그 설명을 듣고 보니 그 석탑이 내게는 지울 수 없는 아픈 역사의 증거물, 상처로 보였다.
(고려시대의 탑...너는 도대체 어디에서 왔니??? 너의 집은 도대체 어디니??? ㅠㅠ~)
실제 왕가의 피는 사실 헌종 대에 끊겼다는 것도 청년으로부터 들어서 알았다.
잠깐동안의 나들이에 참 흐뭇하고 행복했다.
이제 곧 창덕궁과 종묘와 창경궁이 하나로 연결되면 훨씬 큰 스케일의 궁이 될 것이다.
역사란 이미 지나간 것, 복원이라는 것이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도 있으리라 싶다.
부끄러운 상처를 수술로 지운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듯이...
(개인적으로는 경복궁 광화문도 복원이 되어 중앙청이 없어짐으로 눈이 시원해진 것이 참 좋기는 하나,
그렇다고 중앙청이 있던 시절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믿는다.
마찬가지로 창덕궁과 종묘 사이를 갈라놓은 길이 없어져 (지하차도 공사중!)궁의 본 모습을 찾는 것도 좋으나,
정말 과거를 없던 일로 잊어버리는 눈가리고 아웅식의 뻔뻔함이 일반화되지는 않을까 은근 걱정도 된다.
부끄러움이 없었다는 것이 자랑이 아니라 그 부끄러움으로부터 배우고 극복해냄이 더 중요할 터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그 언제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그 [석탑]이 [잊지마!]라 소리치는 상처 역할이 아닐까!
남편이 11일 일요일 친구들과 간다고 하니...한번 더 갈까 합니다.
그때도 그 청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설명도 더 열심히 듣고 사진도 더 찍어서 이곳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꾸벅~*^^*
남편에게 특별이 부탁하여 카톡사진으로 받은 고려시대의 탑! 정말 신기하고 감사한 세상입니다!!! *^^*
오늘 같이 가고 싶었는데, 여자(?)라고는 달랑 나 하나여서 사진 부탁만 하고 가지 않았습니다. *^^* (아줌마!)
2주 사이에 완연히 가을로 돌아선 날씨...잘 들 다녀오셨겠지요?
참, 추석 지나고 수원 [화성행궁]에 가기로 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정말 훌륭한 정조대왕님에,
덤으로 가을의 멋진 정취까지 느낄 수 있을 거라는 막내동생의 강력추천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드니 이제야 우리 선조들을 찾게 되는 것 같아 무지무지 죄송하고, 더불어 무식함에 부끄럽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습니다. 깨갱~ (굽실~죄송~부끄~)
나나기 직전, 창경궁 입구에서 (안에서 밖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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