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6 수
화엄사 처마 밑에서 보고 듣는 비만은 못하지만 텅 빈 운동장에서 비를 피해 앉아 보는 비도 참 좋다.
핸드폰에서 나오는 찬송가를 끄고 빗 소리를 듣는다.
방금 아내가 우산을 들고 나와 멀찍이 내려 놓고 간다.
방해하지 않으려는 고마움이 전해져 온다.
이제 아내는 아침을 준비하고 밥(?) 먹으러 들어오라 할 것이다.
그 때까지 난 비와 함께 있을 수 있다.
담배를 한 대 피워 물고 연기와 함께 세상사를 불어 털어내던 그 때 그 기분이다.
담배는 몸에 나뻤지만 비는 몸에 나쁘지도 않으니 고마운 비다.
고마운 비가 내게 사랑으로 내 옆을 적시라 하는 것 같아 옆에 누가 있는 지를 돌아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