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8일, 목요일
의령에 가면 나무로 된 흔들다리와 아래가 훤히 보이는 쇠다리가 높고 길게 이어져 있다.
딸이 그 다리를 건너면 10만원을 주겠단다.
내가 고소공포증이 심해서 못건널 줄 알고 하는 말이다.
다음 날 아침 산책길에 그 다리 앞에 홀로 서게 되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아무도 없는 이 때 용기를 내어보자 한다.
오금이 저려 엉금엉금 기다시피,
손과 발에 땀이 흥건해진 채로,
아래를 안보려 고개를 추켜 들고,
난간을 부여잡고,
별짓을 다 해 가며 겨우겨우 건넜다.
뻥 조금 쳐서 탱크도 건너가도 끄덕없을 다리에서 한바탕 원맨쇼를 했다.
딸에게 10만원을 받기는 했지만 부끄럽기만 하다.
사는 것도 이렇듯 원맨쇼를 하는 건 아닌지.
나보다 열 살은 많아 보이는 분이 팔을 휘저으며 그 다리를 건너고 있다.
그래도 되는 다리다.
뛰어도 되는 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