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내일, 다음에...'

colorprom 2015. 8. 30. 15:13

2015년 8월 30일, 일요일

 

오랫만에, 1년 만에 교회에 나온 집사님이 엄마 소식 들었다며 인사를 했다.

엄마의 죽음...아직 3달이 채 안되었는데...문득 새삼스러운 인사로 받아들여져 스스로 놀랐다.

 

솔직히 말하면 1달 정도가 제일 힘들고, 그 다음부터는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멀어지는 것 같다.

3달이 채 안되는데...지금은 한 3년이 된 것 같다.

 

5,6년 전부터, 아버지가 쓰러지시기도 전부터, 엄마 병원과 집을 드나들었다.

그 전에는 겨우 한달에 1번 정도 방문이 고작이었고, 그것도 거의 대접을 받으러, 쉬러 간 셈이었다.

쥐꼬리보다도 적은 돈 드리고 대신에 밥 얻어 먹고, 반찬 얻어오고...

매주 최소 1회 이상, 병원과 집을 오가며 가까이에서 본 엄마아버지의 모습은 정말 안타까왔다.

아, 왜 자꾸만 뒤를 돌아보실까, 왜 앞은 안 보시고,  얼마 남지않은 시간을 한탄으로 버리실까...하고.

 

엄마아버지께 틈만 나면 잔소리를 했었다.

지난 시간 되풀이하지 말고, 남은 시간을 보자고, 아끼자고, 즐기자고.

 

웃음보따리 이장, 홍헌표씨의 책 제목, '나는 암이 고맙다'를 나는 참 좋아한다.

암이 걸리고 나서, 죽을지 살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말 긴박한 상황에서의 선택이 그 사람이라 믿는다.

죽음을 볼까, 삶을 볼까...그것이 그 사람이라 믿는다.

'나는 암이 고맙다'는 말은 그가 잘 겪어낸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조선일보 칼럼으로 만들어진 카페, 웃음보따리의 창립멤버가 되었다.  *^^*)

 

죽음이 가까이 보이는 그때에, 죽음 편에서 보는 삶이 같을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 우선순위가 확실해지지 않을까.

그때의 그 선택이 그 사람이라 믿는다.

 

노년의 한 가운데를 넘어 끝자락에 와 있는 부모가 넋두리와 후회로 주저앉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정말 너무나 안타까와 눈물이 절로 흘렀었다.

 

- 엄마, 잘했어.  잘 한거야.  그러니 어쩌겠어요, 이제 얼마 남았는지 모르는 시간, 엄마,엄마 ....

 

그 몇 년 간, 늘 죽음을 생각했었다.  그 5, 6년간, 늘 이별연습을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임종 바로 이틀 전의 마지막 만남에 이상하리만치 확실하게 이별을 예감했었다.

그래서 6월 5일, 막내의 전화를 받으면서는 '아, 오늘인가? 아, 오늘이구나...'했었던 것 같다.

 

삼풍백화점 무너지던 해, 갑자기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7순 잔치 막 지내고 추석을 코앞에 둔 가을날,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중환자실에 들어가신지 꼭 12일 만에.

외할머니도, 친할머니도 모두 갑자기 돌아가셨다.  두분 모두 집에서 순식간에 돌아가셨다.

그러고보면 휠체어타고 심전도실에 들어가 쇼크상태로 돌아가신 우리 엄마를 포함해서,

우리 어른들은 모두 죽음복을 타고 나셨던 것 같다.

 

그래서인가, 나는 어른들에 대해서는 '내일, 다음에'라는 말을 믿지 않는다.

대신 '지금, 당장'으로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내일 갈 것이면 '오늘 가자~오늘 가고, 내일 또 가면 되지!' 하게 되었다.

어르신들에 대해서는 '내일, 다음에'라는 말은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어른 생일은 뒤로 미루는 게 아니라는 말이 생긴 것 같다.)

 

늘 미안해하시던 엄마에게 늘 내 대답은 같았다.

 

- 엄마, 우리 모두 하루씩 사는 거야.  하루씩 겪읍시다, 엄마.

그리고 지금은 엄마 생각해서가 아니라 우리 마음 편하려고 하는 거야. 

누구나 다 죽어요. 김일선수도 죽고, 다 죽어요.

엄마, 살아살아있을 때, 기쁘게 만납시다, 엄마.

유치원에 가듯, 학교에 가듯 병원에 가서 논다고 생각합시다.

바쁘게 생각할 것도 없어요, 어차피 오늘 하루는 나도 쉰다고 생각하고 왔으니까.

그리고 엄마, 나는 나중에 엄마 제사에 안 갈거야. (손윗시누 나타나는 거 좋아하겠수, 올케가?!  ㅎ~)

그러니 엄마, 살아있을 때, 우리 한번이라도 더 봅시다. (일부러 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었다...)

 

죽음을 의식하며 보는 삶이 어찌 간절하지 않으며

배고픔을 아는 이의 풍성한 식탁이 어찌 감사하지 않을까?

죽음을 의식하면 더 간절히, 절실히, 맛있게 살게 되지 않을까?!

 

어제의 글선물, [CBS, 1분묵상 - 소중한 시간]을 정리하며 엄마를, 죽음을 생각했다.

덜컥, 죽음을 만나기 전에, 죽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던 것에 감사한다.

그리고 그 시간을 잊지않도록 이런 글을 만나는 것도 참 감사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미 죽음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고, 죽음에 아주 가까이 있는 선배님들, 어르신들이 계시니,

더더욱 이런 글이 감사하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경험...죽음을 잊지 말 일이다.  이 시간이 늘 계속되는 것이 아님을 잊지 말 일이다!  *^^*

 

 

"CBSi HolyDay" <qtmail@groupmail.cbs.co.kr> 1분묵상

소중한 시간 2015년 8월 29일 토요일

건강할 때는 자신에게 주어진 생이 얼마나 짧고 무상한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많은 것을 당연히 그런 것이려니 무시해버린 채 사소한 문제에만 매달려 삽니다.

그러다가 병이 생겨서야 비로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습니다.

병으로 인한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면 마침내 그것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제야 의미 있는 삶을 시작합니다.

 

에이즈는 내게 선택권을 주었다.

속수무책의 에이즈로 죽을 것인가.

아니면 미처 살지 못한 올바른 삶을 시작할 것인가.’

 

에이즈환자 그레이엄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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