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왕따엄마의 말로

colorprom 2015. 5. 25. 16:24

2015년 5월 25일, 월요일

 

나는 '앵그리 맘' 이었다.

우리 애들에게 만이 아니라 동네의 '앵그리 아줌마'였다.

얼마 전에 만난, 이젠 30살이 넘은 큰애 친구들이 '그때는 아줌마가 참 무서웠어요~'했을 정도로.

 

그리고 그 결과는...내가 좀 외로운 엄마가 되었다는 것.

 

애들이 어린 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  (여자애들이어서 좀 수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애들이 대학생쯤 되면서부터 아이들과 나 사이가 그야말로 묘했다.

한마디로 내가 왕따가 된 것이다.

언젠가부터 애들과 나 사이에 남편이 나서게 되었고,

나는 남편에게서 애들 이야기를 듣는 상황이 되었다.

 

한동안 참 외로웠다.

나는 '우리 집 애들은 대학 들어가면 사춘기를 겪어요~'했지만, 내심 이제 독립할 때가 되었나벼...했다.

그리고 저희들도 결혼해서 애를 낳아보면...하며 나의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했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몇 번의 반복되는 엇갈림을 겪으며

뭔가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는 했었지만, 그런대로 슬쩍슬쩍 잘 넘어갔다! 

(다 주위사람들이 봐 준 덕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

 

다 제 잘난 맛에 산다고, 언젠가 나를 이해하리라, 적어도 우리 가족은 나를 이해하리라 생각했다.

왕따를 당하는 애도 어쩌면 제가 세상을 왕따 시킨다 여기는지도 모르지...*^^*

 

그러다 어느 날, 우리 애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고,

더 나아가 나를 제쳐놓고, 밖의 다른 사람들에게서 위로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척 당황했었다!  사실 좀 울기도 했었다!  *^^*)

뿐인가, 언젠가부터 농담같은 항변을 했다.

- 엄마, 엄마가 엄해서 우리가 따른 게 아니야.  우리가 착해서 따라 준 거야.  빗나가지 않고...

 

그러더니 어느 날인가부터 수시로 들리는 말,

- 나는 자유롭게 살지 못했어요.  나의 대학생활은 정말 대학생활이 아니었어요.

사회생활은 밤 10시 이후부터라고해도 과언이 아닌데, 나는 밤 10시가 통금시간이었으니까요.

나는 정말이지 놀고 싶어요....!!!

 

그런데 문제는 지금도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

결혼한 지 1년 반이나 되었는데, 지금도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것...!!!

- 지금 애를 가지면 애를 원망할 것 같아요...

 

오잉???  이건 또 뭔 소리여???

내가 정말 그렇게나 나쁜 엄마였나???

처음에는 정말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기 이야기를 들으니 진심임이 확실하네!!!!

(아, 사위, 사돈, 미안합니다...에효~)

 

맞다, 나는 나쁜 엄마다.

적어도 어린아이에게는 그리 나쁜 엄마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좀 큰 아이에게는 그리 좋은 엄마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면, 큰 애가 어리숙해서 나를 지나치게 오랫동안 강한 엄마로 오해를 했거나.

아뭏든 나는 지혜로운 엄마는 아니었음이 확실하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틀린 말이기도 하다.

의식없이 되풀이 하면 되풀이 되는 것이고, 의식적으로 바꾸려 하면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흉보면서 배운다는 말은 흉보면서 그대로 한다는 뜻도 있지만,

흉보면서 저러지 말아야지, 저러면 안되지~의 의미도 있지 않겠나.

 

엄마와 아버지의 가정에서 자란 내가,

어머니와 아버님의 가정에서 자란 남편과 만나 가정을 이루었다.

우리 큰 애가 나와 같이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내가 보여준 삶의 태도는 그에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내가 본 엄마의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보여 준 나의 결혼생활도 행복하게 보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얘야...너의 두려움을 이해한다.  그리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내 삶에 급급한 동안에 너희에게 상처를 주었음을 인정한다!!!

 

요즘 주위에 많은 죽음이 있었다.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니, 좀 이른 감도 있으나 남은 시간을 헤아려보게 된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해 보게도 된다.

이제부터라도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것이 책임을 지는 모습이 아닐까 싶다.

 

가식이 아니라, 지금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내가 제일 잘한 것이 결혼한 것이며 너희를 낳아 기른 것이라고, 그리고

노년의 부모님을 볼 수 있고, 성년이 된 너희를 볼 수 있음에 감사한다고 말하고 싶다.

 

나 살기 급급했던 젊은 시절보다 지금, 나이는 들었지만 책임감을 느끼며 사는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

 

얘야, 지나간 시간을 억울해 하지 말아라.

네 말처럼 어린 시절의 [자유]를 지금 계산하려 하지 말아라.

그러면 너는 계속 과거의 시간을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 가짜이며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이다.

잠을 많이 자면 그만큼 깨어있는 시간은 짧다.

과거에 누리지 못한 것에 관심을 둔다면 너는 지금을 살 수 없다.

지금 누리는 것을 과거의 보상으로만 생각한다면 너는 영원히 지금을, 그리고 미래를 살 수 없을 것이다.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그러나 너는 나와 다른 네 아빠를 만났고, 우리와 다른 시어른들의 아들인 네 남편을 만났으니

분명 우리보다, 나보다 한 걸음 진보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더구나 너는 뱃속부터 교회를 다녔고, 뱃속부터 교회를 다닌 남편을 만났잖니?  *^^*

 

기대하며 바라볼 수 있는 자녀가 있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너희도 이런 기쁨을 겪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와 다른, 나보다 진급한 지혜로 가정을 이룰 것을 바라고 믿는다.

 

오늘...부처님 오신 날, 혼자 출근하여 계속 [계산, 정산]하는 인생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고, 꼭 결산을 해야한다는 것을 확인하는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