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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prom 2015. 2. 12. 18:17

2015년 2월 12일, 목요일

 

작은 애가 가족 카톡방에 큰고모와 나눈 대화를 올렸다.

 

[큰고모] 잘 지내지?  너 여름에 뭐해?  외국에 연수나 뭐 그런 거 계획 없어?

             고모가 돈 줄께 다녀오지?  한번 알아봐.

[작은애] 외국 연수?  오오...알아볼까...히히...생각해줘서 고마웡..(하트 뿅뿅~)

[큰고모] 응, 비용도 알아봐 줘.  뱅기표랑 용돈까지 다 줄 수 있게. ㅋ~여러개 알아봐.  골라야지.

[작은애] 넹넹, 히히...알아볼께.

 

잠시 머릿속이 고물고물 했다...으흠...

얼마 전의 큰애 결혼 때부터 자꾸 신세질 일이 생기네...

내가 먼저 부탁하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보이니 마음을 써 준것이고...미안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때에 어찌해야 하나?  고모니까...조카니까...하면서 가만히 있어?

 

잠시 망설이다가 큰시누에게 메세지를 넣었다.

 

[나] K에게서 큰고모의 제안을 들었어.  고맙!  다 제 복이다 싶네.

      우리 애들은 스스로 욕심을 죽이는 줄 알기에 사실 좀 미안한 마음이었거든.

      나중 일이 어찌될지는 모르나 지금 애가 욕심을 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네.  *^^*

[큰시누] 뭘요, 나의 기쁨.

[나] 고맙고 미안하고 부끄럽고~빚쟁이 마음.

[큰시누] 난 K한테 보험드는 중.

[나] ㅎ~확실히 해 두시길! *^^*

 

자식이 누구에게든 물질로, 마음으로 빚이 있음이 기쁠 부모가 있을까...

그러나 내 마음을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안 받고 안 보겠다...는 마음은 옳은가. 

나는 늘 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옳은가.

늘 주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못하니 숨어버리자...는 것은 옳은 자존심인가.

내 자존심으로 아이에게서 기회를 뺏는 것은 옳은가....

 

받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참한 일이지만,

감사히 받을 수 있는 것을 쫀심으로 거절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다!!

 

맏이로서 동생들에게 도움 받음을 언잖아하는 것도 겸손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

맏이로서 내가 베풀고 내가 지휘해야만 한다는 생각도 오만이라는 생각.

그래, 감사하게 도움 받고, 은혜를 잊지 않는 모습으로 그들에게 기쁨과 보람으로 갚자는 생각.

 

가족 카톡방에 글을 올렸다.

 

[나] K는 고모 덕에 잘~하면 해외연수 가겠네?!  이런 거 다 빚인데...아뭏든 고맙다, 그치?

다 너희들 복이다.  감사하게 받고, 고맙다 인사하고, 마음의 빚 갚도록 노력하자!  *^^*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는게 아니라는 말이 없어지도록 우리가 잘하자.

시간, 기회는 다시 오는 것이 아니니 기회를 잘 써서 몇 배로 갚아.

믿고 도와준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도록 ~*^^*

내가 큰고모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

 

[큰애] K, 완죤 좋겠당, 히잉~ (큰애는 해외연수 못 갔다. ㅎ~)

 

받는 것도 훈련이라는 생각이 든다.

잘 받는 훈련...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훈련! 

 

신용이란 빌리고 갚고...가 쌓인 것이라고 한다. 

어디서 봤더라?  미국에서 빚이 없다는 것이 신용이 없다는 뜻이어서 놀랐다는 말.

돈 만의 문제가 아닐 지도 모른다.

 

물질적 형편이 되는 사람에게 도움을 받고, 그 물질과 함께 오는 마음을 아는 것,

그것도 신용을 쌓는 일일 수 있으리라.

 

지금 자식의 일로 부모로서의 내 자존심과 씨름하는 중입니다...

교만한 밴댕이 속을 다스리는 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