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죽음맞기

colorprom 2015. 1. 25. 15:29

2015년 1월 25일, 일요일

 

계속 엄마를 생각한다.

사는 데 촛점을 맞출 것인가, 죽음에 촛점을 맞출 것인가.

삶의 질을 선택할 것인가, 생명유지를 선택할 것인가...

지금 먹는 것을 막을 때인가, 먹는 기쁨을 택할 때인가...

 

나라면, 83살의 나라면...기쁨을 택할 것 같다.

즐겁게 이야기하며 정리를 하며 떠날 준비를 하고 싶다.

기쁘게 하나님 나라로 들어갈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얼마 전, 친구의 동료교사가 갑작스런 암으로 세상을 달리했다.

지난 주에 친구가 그 동료교사의 짐을 정리하여 집에 갖다 주었단다.

세상에나...입원 직전에 장본 것들이 비닐봉지에 그대로 담겨 있더란다.

감기가 오래간다며 병원에 갔다가 그 자리에서 입원을 했다는 그 동료교사.

2~3일 결근할 것으로 생각하고 강사를 부탁했었다는 그녀는 그대로 항암치료를 하다가 그대로 갔단다.

그녀의 책상에 정리 안된 사물들이 그대로 있는 채로.

결국 동료교사들이 그녀의 책상, 옷들을 정리했단다. (거의 다 버렸단다...)

 

병원과 의사의 입장은 무조건 치료하는 것이고, 가족들은, 부지불식간에 겪는 가족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고...

- 의사는 알텐데...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알텐데...그치?!

- 그러게...

- 그 교사가 병원에 안 갔다면, 입원하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까?

- 글쎄...

 

이미 주위에 많은 죽음이 있었다.

얼마 전에는 남편친구의 부인이 갔다.

그 남편 친구가 부인 간병기를 넣어 자서전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부인 친구들은 그 남편에게 무척 화가 나있다는 말을 들었다.

남편이 진통제을 못 맞게 한다고 부인이 친구들에게 하소연을 했더란다.

자기 남편이 몸에 안좋다고, 그러니 진통제는 안된다고 했다나....

 

병을 고치겠다는 생각만 바꾸면 삶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는 내용의 칼럼이 얼마 전에도 있었다, 조선일보에.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존엄한 죽음 맞음이 가능하다고 그렇게 씌여있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그런 선택 가능성을 주지 않는다고. 

평안한 죽음을 생각할 때가 되지 않았냐고 그 칼럼은 묻고 있었다.

 

별 낙이 없이 그저 TV를 보며 지내는 엄마에게 혈당, 혈압, 맥박 수가 제일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인슈린 주사와 당뇨약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엄마에게 그 숫자들은 가장 의미있는 점수가 되어버렸다.

점수책을 들고 의사를 만나는 동생은 거의 낙제생 학부모같다.

빵 한쪽 마음놓고 못 드시는 83살의 엄마...이래야 하나...싶다.

 

조금 더 빠르거나 조금 더 늦거나의 차이...60이 되어가는 나도 이미 많은 죽음을 만났다.

으흠...하루하루 죽음을 의식하며 잘~살고 싶다.

다시 정리정돈을 해야겠다. (유사시에 대한 것도 유서로 준비해야겠다, 애들이 당황하지 않도록!)

인생 한바퀴,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새삼 절실해진다. 

 

 [죽음준비학교]- 유 경

[황혼의 미학]- 안셀름 그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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