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강남 사람들

colorprom 2015. 1. 14. 13:43

2015년 1월 14일, 수요일

 

얼마 전, 아빠가 아내와 딸 둘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시가 11억 정도 하는 아파트도 있는 사람이 그럴 수  있느냐 하는 말도 있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니...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TV에서 그를 이해한다는 어떤 아줌니의 인터뷰가 나왔다.

 

- 나는 그를 이해한다.  그가 내 인생 내 맘대로 하려고 했다면 혼자만 죽었을 것이다.

그는 가장으로서 자기가 없는 세상을 아내와 애들이 어찌 살까 걱정이 되어 죽인 것이다.

상대적 빈곤...이해한다.  나 역시 그렇다. 

애들 고액과외는 아직도 끊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아르바이트도 한다.  애들은 전혀 모른다.

지금 이 상태 이상은 (생활비를) 줄일 수 없다.

지금 이 상태가 나의 최대한의 자존심이다. (이게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바닥이다?!)

 

옴메야....저 아줌마의 현 생활수준이 바닥 중의 바닥이라면 나는 강시인가, 좀비인가??? 

저 아줌니, 제 정신 맞나?  환자 아니신가???

 

언젠가 50도 채 안된 후배뻘 '아줌마'가 내게 한 말씀이 있다.

- 언니, 우리 나이에 골프도 좀 하고, 그러면서 살아야 하는거 아닌가요?

그 이후로 나는 그 '정신 나간 애'를 안본다. (하기사 사실 볼 일도 없는 관계다.)

 

어제는 모처럼 남편 동창들 '신우회'모임에 나갔다.  남편이 신년 첫 모임이니 가자고 하는 바람에.

게다가, 옴마나...교통이 얼마나 좋은지, 롯데호텔 건너편에서 버스 한 번 타면 교회 앞까지 30분이면 충분,

집에 오는 길 역시 굴다리 지나 세브란스 병원 앞에서 버스로 한 방에 오는 코스였다.  우와, 땡떴다~*^^*

 

그런데 몇 사람이 걱정하는 말을 했다.

- 이리로 오고나서 사람들이 거의 반으로 줄어서 걱정이예요...강남 쪽 사람들이 멀다고 안 오시네요...

 

남편의 동창 신우회 모임은 그동안 강남의 '소망교회'에서 모였었다. 

그러다가 동창 지도목사님이 신촌의 교회 담임목사가 되면서 신촌의 교회에서 모이게 되었다.

......그 말을 듣고 정말 살펴보니 강남 쪽에서 온 사람들은 불과 2~3명...으흠...

(아니, 우리는 그리 가 줬는데, 왜 그들은 이리로 못 오시나???)

 

그러고 보니 전에 들은 말이 생각났다.  내가 듣고 무지 웃었던...

- 너는 어디에 사니?

- 응, 서초동....

- 이야, 너 성공했구나!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웃었나 모른다.  이야...그래도 잘났다는 사람들인데, 살만큼은 산 사람들인데....하면서.

 

그러고 보니 우리 애들이 했던 말도 생각난다.

- 강남 사는 애들은 그 동네 밖을 몰라.  (강북 포함) 다른 동네를 가면 큰일 날 줄 아는 것 같아.

 

아하...마누라와 애들을 살해한 그 남자는 어쩌면 강남을 떠나게 될까 두려웠던 것은 아니었을까?

11억 짜리 집을 팔아 5억을 갚아도 6억은 남는데...그 돈으로는 그 동네에 남을 수 없을거라 여겨져서

그래서 그랬던 것은 아닐까?

그 동네를 떠난다는 것은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서, '실패'를 광고하는게 되는 것이라서?!

 

슬며시 걱정이 되었다.

아이쿠~이러다 다시 강남 쪽으로 옮기자 그러면 어쩌지???  ㅎ~

그래서 한 마디 날렸다.

- 강남 사는 분들은 강남을 떠나면 큰일 나는 줄 안다더니, 정말 강남사는 분들은 안 오시나 봐요???

뜬금없이 누군가가 물었다.

- 자매님은 어디 사세요?

- 봉천동이요~(지금은 우아한 청림동이다!)

갑자기 건너편에 앉아있던 남편이 항변 (!)했다.

- 뭔 소리여, 우리도 강남주민이여~ㅋㅋㅋ~

 

아, 일터가 강북이다 보니 내가 강북주민인 줄 착각했다. 

나는 분명 강남 주민, 맞다.  ㅎㅎㅎ~

 

예전에는 청계천이 경계였단다, 남촌과 북촌.

문 안과 문 밖으로 구분지어지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한강을 중심으로 나뉘었네, 강남과 강북.

그러고 보면 스케일이 점차 커지고는 있으니 발전을 하기는 한 것이네?  ㅎ~

 

한달에 한번 모이는 모임이지만, 내가 늘 출석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섭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반으로 줄어드나...

이 좋은 세상에, 전철이 뱅뱅 도는 이 시절에...

강남에서 만나는 하나님과 강북에서 만나는 하나님이 다르지 않을진대... 에이그...

 

좌우지간 그 아빠나, 가난하기 이를 데 없는 TV의 그 아줌니나

좀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신촌을 천리길로 여기시는 신우회 강남주민들이나 좀 섭합니데이~*^^*

 

ㅎㅎㅎ~사실은요...자수하는데, 나랑 교통이 그렇게 좋지만 않았어도 덜 섭했을 겁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