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제대로된 연말 결산, 감사합니다!

colorprom 2014. 12. 8. 19:08

2014년 12월 8일, 월요일

 

일단 내일 출장준비는 끝난 상태로 모처럼 마음이 평온했던 오늘...

출근길에 정말 오랫만에 S선생님을 만나 그동안의 보고와 노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선물로 주신 건강식, 간식을 받고, 혹시 만나뵈려나 하고 준비해 간 군고구마와 우엉조림을 드리고 왔다.

 

그렇지않아도 이 해가 가기 전에 나를 만나야할 터인데...하고 내 번호를 찾던 중이셨단다.

나랑 11살 차이나시는 어르신...그 사이 나랑 똑같이 8킬로를 감량하시고 날씬단단해지셨다!  *^^*

 

자...왠지 이제야 연말연시를 맞을 준비를 다 한 기분?!

 

그런데 왠 걸???  저녁 6시경, 모르는 번호가 떴다.

받을까 말까 하다가 받았다.

- 경화니?  오늘 전화 안하면 또 못할 것 같아서 했다...

 

지난 토요일, 갑자기 유선배님이 '이 사람을 알아보겠어요?'하며 왠 남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왔다.

- 방금 끝난 결혼식에서 만났어요.  K씨를.

 

아...저 멀리 밀쳐놓고 쑤욱~가라앉기를 바라던 과거를 갑자기 불쑥!!!!!~ 만난 기분!!!

1990년...그렇게 마음아파 잊고 싶었던 그 옛날이 불쑥 떠올라왔다.

서울에 오자마자 동업으로 사무실을 냈던 외가 먼 친척뻘 오빠,  K사장.

머리는 많이 희어졌지만 여전히 밝은 동안의 얼굴...잘 살고 있었구만...*^^*

당연히 유선배와 같이 있다고 믿고 답을 써서 보냈다.

- 우와~~~~안부 부탁합니다~ 어린 시절의 부끄러움을 용서하시라고~*^^*

그리고는 까맣게 잊었는데, 오늘 그를 귀 옆에서 목소리로 만났다.

 

- 얼굴보니 잘 살고 있구만, 뭐.  참, 이모는?  (그의 엄마는 우리 엄마와 사촌간이시다.)

- 응, 돌아가셨어.  너희는?

- 응, 두분 다 계시는데, 좋지는 않으셔.

 

20년도 더 되어 전화로 만난 친척 오누이.  ㅎ~

 

토요일 그의 사진을 보고서도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내심 안심했다.

그래...이제 많이 컸구나, 내가...!  흐믓~

그랬는데 오늘 마침 전화를 받고 보니, 기분이 좀 묘하기는 하다.

사실은 그냥 묻어두고 잊어버리고 싶다....

 

- 이제 상담이 있어.  내일은 유럽으로 출장을 가는데...아뭏든 다시 연락하고 만나자...

 

으잉?  사실은 오빠, 만나고 싶지는 않네...

철 없던 시절, 정말 어른인 줄 알았던 그 어리석었던 그 시절.....

부끄러워서 정말 만나고 싶지는 않네...나의 어리석음을 다시 확인하고 싶지는 않네...ㅎ~

 

그래도 먼저 전화 해주어 감사~

오빠도 나도 졸업할 때가 된게다.  아니, 이미 졸업한 거다!!!

 

오빠...왠만하면...그냥 갑시다. 

우씨...전화하지 말지...ㅎ~

 

아, 결산의 시절, 맞는 것 같습니다!!!  신참 노파가 되기 위하여, 결산을 해야할 때인 것 같습니다!!!  *^^*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요?  아름답고 의젓한 '노파시대'를~!!!  *^^*

 

오늘 드디어 90년에 서울올 때 사가지고 들어온 월풀 세탁기가 멈추었습니다.

작은 애 말처럼 우리 집에는 그애보다 젊은 게 거의 없습니다.

거의 모든 것들이 작은 애보다 연수가 높습니다.  ㅎ~

이제 드디어 슬슬 고장이 나기 시작합니다...

냉장고가 제일 먼저 죽었고, 작년에 TV도 죽었고...

이제 세탁기가 떠날 차례인가 봅니다.

그동안 고장 한번 없이 성실하게 일해준 놈...ㅋ~고맙, 그동안 수고했다!!!

 

이번에 새로 장만할 애들은  아마도 우리의 노년을 함께 할 겁니다.

어쩌면 신참 그애들이 우리보다 더 오래 살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어쩜 우리의 죽음을 보게 될지도...?! *^^*

 

나는 인생의 본격 제2부, 노년을 준비하는 기분입니다....

 

아뭏든, K사장님, 이제 환갑을 사이에 둔 우리...언젠가 만나게 되면, 피차 의젓한 어른으로 봅시다요~!!! *^^*

 

아이쿠~이 글을 쓰고 있는 사이에 카톡 새로운 친구로 그의 이름이 떴습니다.

얼른 인삿말을 띄웠습니다.  ㅎㅎㅎ~거의 습관적입니다!!! 

- 카톡세상에 입성하셨군요, ㅎ~ 전화 고마왔습니다.  *^^*

 

('반가왔습니다'~가 아니고 '고마왔습니다'~라니요?!  ㅎ~ 뒤끝작렬!!!  aaa형 인턴노파, 이경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