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 오늘 이모님 오십니다. *^^*

colorprom 2014. 11. 3. 15:00

2014년 11월 3일, 월요일

 

조금 전에 남편이 인천공항을 향해 떠났다.

오늘 오후 3시 반 경, 엄마의 막내동생, 단 하나뿐인 여동생이 캐나다에서 '언니'를 보러 오신다.

혼자 리무진 버스타면 된다고 하시는데 남편이 아니라고, 자기가 간다고 자원했다.

'볼일보러 오시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장모님 보러 오시는데, 내가 갈께~' 했다.  고맙!!!!!

 

엄마는 맏딸, 밑으로 남동생이 2, 그리고 막내 여동생이 캐나다 이모님이다.

엄마랑 이모가 12살 차이, 이모랑 나랑 12살 차이다. 나랑 이모랑 그렇게밖에 차이가 안나는 줄 몰랐다.  *^^*

(우리 큰애랑 작은애는 11살 차이이니 이 다음에 엄마와 이모의 모습 같겠네...)

이번에 엄마, 이모, 나~이렇게 셋이서 사진을 찍어야겠다.  나의 12년 후, 그 12년 후~*^^*

 

엄마는 일찌감치 잠깐의 교직생활을, 그야말로 맛만 보시고는 서울로 시집을 오셔서 종부로 시집살이를 했다.

그러는 사이, 외갓집은 막내딸인 이모가 많이 겪었다.

이모 입장에서는 언니, 오빠들이 있으면서도 혼자 외할머니를 돌보는 상황이 되어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하다.

(이모부가 외아들이셔서 이모도 맏며느리이셨다.)

엄마는 늘 이모에게, 그리고 이모부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힘들어하셨고, 은근 아버지에게 불만이 많았다.

가끔은 우리에게도 그 마음을 보이셨다.

- 흥, 미안하지도 않은가?!  애들이, 당신 사위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자기는 부끄럽지도 않은가?!...

 

어렸을 때, 마당 장독대 구석에서 숨어 울고있는 엄마를 여러번 보았다.

맏며느리로서, 4형제 엄마로서, 출가외인으로서 엄마에게 부산 친정은 너무 멀었다...

(사실은 내 책임도 크다.  엄마를 등 떠밀어 보내주지 않은 엄마의 맏딸, 내 책임도 크다!!!  ㅠㅠ~)

 

글쎄, 이것이 적당한 비유일까?  요즘 동남아에서 시집 온 외국 며느리들 모습이 엄마모습이었다고 하면?

1950년대의 서울과 부산이 지금 2010년 대의 한국과 동남아 수준 아니었을까?

거리적, 심리적, 사회적 상황으로 보면???  *^^*

사실 서울 친가는 기울어진 양반가문이었고, 부산 외가는 사실 꽤 좋은 가문이었는데도...그랬다.

엄마는 '부산 문뎅이'소리 안들으려고 더더더 노력했다고 하셨다.

 

지금 엄마는 그래서 더 억울하신거다. 

별 볼일 없는 양반가문에 혼자 속은 기분이신게다...평생을...

그 잘난 서울 양반가문...80노인이 되어 알게 된 그 서울 양반 가문의 실체는

겨우 산소 묘자리 값 때문에 아버지같은 형을 완력으로 쓰러뜨리고 통장을 빼앗아간 동생의 모습이었고,

그런 동생들 뒤치닥거리를 하며 스스로 양반입네, 당당했던 남편은 겨우 맥없이 쓰러진 노인, 그 뿐이었다.

 

속절없이 맥을 놓고 앉아있는 엄마의 머릿속은 엄청 바쁠 것이다.

'내가 돌봐야 하는데...마누라로서 내가 해야하는데...

아냐, 내가 왜?  그만큼 했으면 됐지, 내가 왜?  그 잘난 당신 형제들, 그들은 뭐하고?...'

머릿속은 복잡한데 몸은 안 움직이고, 움직일 기운도 없고...

그러다가도 우리를 보면 미안하고...한 곳에 있으면 저 애들이 좀 편할텐데...싶기도 하고...ㅎ~

 

59살 큰딸, 71살 이모, 82살 엄마...이렇게 모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바로 얼마 전만해도 60살을 넘기기 어려웠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 이번 수요일은 '늙은 여자'들끼리 인생을 논해봅시다!!! 하하하~(이번주는 목요일 약속이 있습니다!)

우리 이번에 만나서는 과거이야기는 얼렁뚱땅 수다로 털어버리고, 앞 일을 생각해보기로 합시다.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앞 일을 생각해보기로 합시다!!!

 

엄마는 지금쯤 '일단' 퇴원을 하셔서 집에 계실 것이다.  새로 만난 간병인아줌마랑 인사도 하시고...

이모는 20일 예정으로 엄마와 같이 지내고 돌아가실 것이다.

이번 시도로 엄마는 앞으로 병원으로 돌아가실 것인지. 이대로 간병인아줌마와 같이 지내실지 결정할 것이다.

 

당분간은 나도 아버지 병원에서 엄마 집으로 행선지 순서가 정해지겠네...그만해도 편해지겠다!  ㅎ~

 

엄마의 마지막 길은 어떤 모습일까?

또 우리의 마지막 모습은 어떠할까?

 

아버지는 엄마의 퇴원소식을 전혀 모르신다.  비밀이다.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셨는데 당신은 그냥 병원에 계시는 줄 아시면 엄청 실망하실게다.

두 분이 함께 계심 자체가 엄마에게는 부담이 된다...으흠...

(아버지의 군림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믿고 계시므로.  솔직히 자식입장으로는 참 슬프다...ㅠㅠ...)

 

부부로서 젊어서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은 일로 섭섭함이 쌓이지 않도록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요양원에서라도 같이 손잡고 다니려면...아니, 같이 보기라도 하려면.  ㅎ~

 

아뭏든 이번 11월은 친정 부모님께 변화가 있을 예정입니다.

이모의 방문 덕분입니다.

외할머니, 이모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모부님, 이모 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쯤 엄마 퇴원으로 바쁠 큰동생아, 고맙다.

남편, 이모 마중나가줘서 고마워요~

 

아무리 출입국심사가 늦어도 4시 경에는 나오시겠지요?

이모, 서울 나들이, 고맙습니다~~~*^^*

 

(큰애야, 너희는 되도록 애들 많이 낳아라.  아무래도 애들 많이 낳는 게 여러모로 좋을 듯 하다~ㅎ~)

 

4시 8분~이모님이랑 통화.  우리 남편이랑 만나셨다~야호~감사!

엄마는 결국 오늘 퇴원 못하셨단다.  체기가 있어서, 내일도 상황을 봐야 한다네...에이그...

하루하루...야금야금 아껴 먹듯이...그렇게 맛있게 사는 것을 배우고, 겪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