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일, 목요일
난 수학선생이었다.
오래전에 체육을 가르친 적도 있었다.
그 때 일이다.
운동장에서 큰 노란 주전자에 물을 담아 줄을 긋는다.
반듯하게 긋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체육부장학생은 허리를 굽히고
양다리 사이로 주전자를 놓고는 조심스레 뒤로 천천히 걸으며 줄을 긋는다.
실패다.
나는 허리를 굽히고
오른손으로 주전자를 잡아 늘어뜨리고 정한 목표를 보고 힘차게 앞으로 달리며 줄을 긋는다.
성공이다.
추석 지나서 성묘가는 길이었다.
논둑길을 걷는데 동생이 어지럽단다.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땅(벼 베고 남은 자리)만 보고 걸으니 빙빙 도는 거다.
땅만 보지 말고 멀리 보고 걸으라 했다.
안 어지럽단다.
머얼리 보자.
줄도 반듯하게 그을 수 있고 편하게 논둑길을 걸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