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영묵상일기

산이 산이 아니다.

colorprom 2014. 8. 22. 14:55

2014년 8월 21일, 목요일

 

산이 산이 아니다.
딸 아이가 토끼를 두마리 키우는데 칡잎을 그 놈들이 잘 먹는다.
산에 간 김에 칡잎을 뜯어다 주다 보니 이제는 칡잎을 뜯으러 산에 가는 경우도 있다.
산이 보여 주던 것, 산이 들려 주던 것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칡잎을 찾아 뜯는 것에 눈이 멀고 귀가 먹었다.
어이없는 일이다.
그냥 산에 가야지 해도 베낭엔 칡잎을 뜯어 담을 비닐 봉투를 챙기게 되고

산에 오르면 나의 눈길은 자연스레 칡잎을 찾아 나선다.
또 어이없는 일이다.


칡잎에 마음을 빼앗기기 전에 산에서 누렸던 것들이 아득하기까지 하다.
산도 즐기고 칡잎도 따는 일은 내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닌듯 하다.
산이 산이 되게 하는 결정을 해야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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