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영묵상일기

역삼역 벤치에서

colorprom 2014. 8. 22. 14:53

2014년 8월 20일, 수요일

 

 

역삼역 8번 출구로 나와 몇 걸음 걸어 오면 구두수선하는 곳 앞에 벤치가 있다.
거기에 앉아 있다.
거리에 가득 찬 자동차, 수 많은 사람들,
높은 빌딩 숲 사이 젖은 나무 벤치에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다.
말을 걸어 오는 사람도 없고 옆에 앉아 주는 사람도 없다.

여기가 어느 시골 정자나무 밑이라면 이럴까?


왜 여기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왜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
왜 여기서 나를 찾으려 하는 걸까?


나는 여기에 없다.
그도 여기에 없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그 곳으로 밤 새워 가야겠다.


우리에겐 그럴 시간이 조금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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