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체조교실 자리다툼 (?)

colorprom 2014. 8. 6. 14:13

2014년 8월 6일, 수요일

 

체조교실에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늘 허리를 내놓고 운동하는 아줌마다. 

고참임에 틀림이 없는 것이 일단 다리가 180도로 찢어진다.

뿐인가, 다리를 180도로 벌린 상태에서 그대로 상체를 바닥에 납죽 붙일 수도 있다.  우와...

그런데 그녀가 내 눈에 띈 것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부분을 구령에 맞춰 다같이 같은 동작을 하다가 문득문득 혼자 다른 동작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때그때의 동작에 좀더 심화된, 차원높은 동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노는 동작을 하기 때문이었다.

(맨 뒤 구석자리의 나에게 오른쪽 45도 방향 사람들 가운데 있는 그녀의 동작은 쉽게 눈에 띈다.)

 

게다가 잠깐의 휴식시간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벽쪽에 붙어 삼삼오오 잠시의 수다인사를 하는 동안에,

그녀는 내가 서있는 창가 그 앞에서 매트를 깔고 누워 대놓고 시범경기하듯 혼자 동작을 한다. 

열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내게는 왠지 뭔 사연이 있나...궁금하기도 하다.

아팠던 사람일까?  몸을 만들어야 하는 무슨 이유라도 있나??? *^^*

아뭏든 대단하다 싶은 것은, 사람들이 있는 중에도 전혀 어려운 (?) 기색없이 무심한듯한 그 모습때문이다.

(고참임에 틀림이 없다!!!  *^^*)

 

왜 그녀가 내 눈에 띄는 것일까???

평균연령이 최소 50대 후반~60대 초반은 되어보이는 동네 아줌마들 모임에서 왜 그녀가 내 눈에 띄는걸까?

ㅎ~내 눈에 보이는 그 누구는 나의 모습의 반영이기 때문이라 했다.

눈에 띄고 싶은 나...짐짓 남들과 다른 나를 보여주고싶고 인정받고 싶은 나...를 알려주기 때문은 아닐까?

 

왜 그녀가 내 눈에 보이는 것일까...하다가 생각나는 말이 방언에 대한 말이었다.

- 골방에서 혼자 기도하십시오.

- 방언은 (공식적인) 덕이 안 됩니다.  방언은 해석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 하십시오...

 

- 혼자 하는 방언은 덕이 안됩니다...

골방에서 혼자하는 방언은...스스로에게는 확인이요 확신이 될 것이다.  (나는 방언하고 싶다!)

그러나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소리내어 하는 방언은, 별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자칫 자랑이 될 수도 있고...)

그러니 궂이 사람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해석해주는 사람이 없을 시는 하지 않는게 낫다는 것이다.  으흠...

 

그래서 내게 방언을 안주시나 보다.

내 성향이 사람들에게 자랑할 것 같아서...쓸데없는 호기심이나 일으킬까봐서...그게 뭘 위해서인가 할까봐.

 

그녀를 보는 내 마음이 그러했다.

혼자 따로할 거면 왜 여기서 하지?   왜 구석에 가서 혼자 안하지? ...

 

그러다가 문득 머리를 탁~치는 생각.

아하~내 자리가 그녀의 자리 아니었을까???

첫째 날, 어찌어찌 앞자리에 갔다가 앞에서 헤매는 통에 스스로 민망했었다. 

그래서 둘째 날, 도망치듯 맨 뒤 구석자리로 갔었다.  그때부터 그곳이 내 자리가 되었다.

그러고보니 초기에는 그녀가 내 앞자리에 섰었다.

그런데 자꾸 뒤로 오면서 그녀 앞은 널널한데 내 자리는 자꾸 좁아져서 기분이 언잖았었다.

아...여기가 그녀 자리 아니었을까?

그래서 내 눈 앞에서 그녀가 혼자 시범을 보이게 된 것인가???  늘 그랬었기 때문에???

 

ㅋ~한 번도 그녀와 말을 나눈 적이 없다.

이만 닦고 나가서 끝나자 마자 샤워하고 출근하기 바쁘니까.

쉬는 시간에도 왠지 불편했다...아, 그래서였나보다.  그녀가 얼떨결에 자리를 빼앗겨서...으흠...!!!

 

내일은 한번 물어봐야 하겠다.

여기가 당신자리였냐고.  미안하다고.  낯 선 곳이라 경황이 없었다고...ㅎㅎㅎ~

한달이 넘었으니 이제 어느 자리에 들어가도 대충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참 그녀가 구석에 있었으면 내 눈에 띄지도 않았을 것을...

맨 뒤에서 그녀가 무슨 자세를 하든 내 눈에 안 띄었을 것을...*^^*

박힌 자리, 굴러온 돌에 뺏긴 그녀도 은근 불편했을껴...ㅎ~

 

결국 다 이런 사사로운 것들이 오해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싸움, 기싸움, 자리싸움...ㅋ~

사람사회나, 고양이들이나...ㅋㅋㅋ~

시시한 이야기...그러나 이 또한 사는 이야기.  ㅎㅎㅎ~

 

나의 시시한 수다꺼리가 또 하나 늘었습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할지, 저도 궁금합니다!  ㅎ~ 

아뭏든 내일, 그녀에게 꼭 물어보아야 하겠습니다.  오늘의 수다, 끝!!!  꾸벅~*^^*

 

 

 

 

 

아니랍니다.  그녀의 자리는 원래 내 앞자리였답니다. 

오히려 자리를 빼앗긴 사람은 내 옆 사람이랍니다.  ㅎ~

알자마자 내가 그녀의 자리로 갔습니다.

- 아니예요, 벌써 한달도 넘었는데, 그냥 거기 계셔요.

- 뭔 소리예요?  당신은 옛날부터 이 자리에 있었다면서요?  *^^*

1달만에 나는 문간자리로 갔고, 그녀는 다시 그녀의 자리, 맨 구석자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래도 물어보기 잘 했습니다.  새로 잡은 자리...내 자리...아주 편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