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옥상의 민들레꽃 - 박완서 (어른을 위한 동화, 속삭임 94쪽)

colorprom 2014. 6. 6. 17:59

2014년 6월 6일, 금요일

 

그저께, 수요일...왜 저쪽 방에 갔더라?  늘 꽂혀있던 책에 우연히 손이 갔다.

문득 아무데나 열고 읽었다.  선 채로.

 

104쪽

그때 나는 내가 다시 나서야 할 것처럼 느꼈습니다.

나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란다에서 떨어져서 그만 살고 싶은 마음을 돌이킬 수 있는 건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이라는 걸 나만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맞다, 전에 읽었었다.  뭐였더라, 이게 무슨 소리였더라???

 

내가 알고 있는 건 어른들처럼 갑자기 떠오른 날림 생각이 아니라 겪어서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자신이 있습니다.

' 베란다에 있어야 할 것은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이에요. 정말이에요.'

그 소리를 소리높이 외치고 싶어 목구멍이 간질간질하고 가슴이 두근댑니다. 

오줌을 쌀 것처럼 아랫도리가 뿌듯하기도 합니다.

나는 참을 수가 없어서 몸부림치면서 엄마의 품을 벗어나려고 했습니다...

 

그냥 내쳐 읽었다.  이게 무슨 내용이었더라???

 

주인공은 학교에도 가기 전의 아이.

사건은 멋진 '궁전아파트'에서의 2건의 노인 투신자살사건.

위 글의 장소는 그 사건으로 주민회의가 열린 어느 사장님 댁.

 

엄마 손에 이끌려 회의에 참석하게 된 이 어린 아이는 감히 이 노인들의 자살 이유를 확신하고 있었다.

뿐인가, 자살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살을 하지 않게 할 방안도 알고 있었다.

그 이유는 자기가 직접 겪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그 꼬마는 입도 뻥끗 못하고 그만 엄마 손에 끌려 쫓겨나오게 된다.

그는 '꾸지람을 들은 것보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발표하지 못한 것이 억울하고 슬펐'단다.(113)

 

그는 과거 막내로서 서운했던 어버이 날 사건을 회상 했다.

 

용돈도 없는 막내로서 멋진 선물도 못하고 어찌어찌 종이 카네이션 꽃을 만들어 드렸는데,

나중에 보니 그것은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더란다.

때마침 그때 엄마가 거실에서 친구와 통화하는 내용을 듣고야 말았는데,

엄마는 한숨을 쉬며, ' 글쎄 셋이란다.  창피해 죽겠지 뭐니...

어쩌다 군더더기로 막내를 하나 더 낳아가지고 이 고생인지.......'(116)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나는 처음으로 엄마에게 내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나에겐 나의 가족이 필요한데,

나의 가족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견디기 어려운 슬픔이었습니다. (116)

 

상처입은 주인공은 옥상으로 올라 갔다. 

 

나는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옥상에서 떨어지기 위해 밤이 되길 기다렸습니다.....

아파트 광장에 차와 사람의 움직임이 멎자 둥근 달이 하늘 한가운데 와서 옥상을 대낮같이 비춰 주었습니다.

그때 나는 민들레꽃을 보았습니다....(117)

흙이랄 것도 없는 한줌의 먼지에 허겁지겁 뿌리내리고 눈물겹도록 노랗게 핀 민들레꽃을 보자

나는 갑자기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고 싶지 않아 하던 것이 큰 잘못같이 생각되었습니다. (118)

 

그리고는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온 가족이 엉엉 울며 반겼음은 당연지사~

그리고 그 아이는 이렇게 이야기를 맺는다.

 

그러나 그 일을 통해 사람은 언제 살고 싶지 않아지나를 알게 된 것입니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기를 없어져줬으면 할 때 살고 싶지가 않아집니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가족들도 말이나 눈치로 할머니가 안 계셨으면 하고 바랐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살고 싶지 않아 베란다나 옥상에서 떨어지려고 할 때

막아주는 것은 쇠창살이 아니라 민들레꽃이라는 것도 틀림없습니다. 

그것도 내가 겪어서 알고 있는 일이니까요. (119)

 

마침 목요일, 어제는 친정(?, 친정엄마도 친정아버지도 각각 요양병원에 계신데?!)에 가는 날이었다.

새벽같이, 엄마 계신 요양병원에서 엄마를 모셔서 삼성병원으로 가서 채혈하고, 소변검사하고,

엄마 식전 약 드시고, 30분 후에 병원식당에서 아침식사하고,

9시 50분, 정형외과, 식후 30분 약 드시고, 10시 50분, 신장내과, 2선생님 만나뵙고, 약국가서 약 받고,

그리고 엄마는 다시 엄마 요양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나는 아버지계신 요양병원에 갔다가

늦은 출근을 할 참이었다. (오후 5시경 출근했다.  ㅎ~)

 

어쩌다 이 책이 잡혔을가?  어떻게 딱 이 페이지를 열었을까?

 

늘 나만 보시면 '미안하다...'하시는 엄마, '고맙다..'하시는 아버지,

그분들에게 나는 어떤 태도를 보여드렸나?  혹 귀찮아하는 마음 들키지는 않았을까?

 

사람들은 몰라도, 심지어 나조차도 속일 수 있어도, 하늘은 아시니...아, 딱 들킨 기분!!!

 

슬그머니 남편에게 책을 갖다 주었다.

- 아저씨, 전에는 내가 아직 때가 아니었나봐.  이 책을 읽고도 기억에 없었던 걸 보면...

이거 읽어봐요.  딱 맞는 얘기네...

 

남편이 조용히 책을 읽는 모습을 참 오랫만에 보았다.

그리고 어제 새벽같이 남편과 엄마요양병원으로 갔다. (남편은 우리를 삼성병원에 내려주고 갔다~땡큐요!)

한 바탕의 병원순례...그런데 묘했다. 평소와 다른 기분...! ㅎ~ *^^*

 

내 마음의 선생님~ 박완서선생님, 미우라 아야꼬, 그리고 양희은씨.

내 마음의 영웅들이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며 나의 시대도 역시 흘러가는 것을 깨닫는다.

박완서선생님 덕분에 내 마음을 다시 열어보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잘 감시하겠습니다!!!)

 

결혼하고, 살고, 엄마되고, 노년을 지내시고...

여자로, 사람으로 오롯이 살아내신 박완서님을, 그래서 더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나님도 이뻐하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