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다 큰 아이들

colorprom 2014. 2. 14. 19:46

2014년 2월 14일, 금요일

 

작은 애가 내게로 와서 아르바이트 일을 하고 있다.

- 오늘 저녁은 햄버거 먹어요~

남편은 작은 애와 오랫만에 햄버거 같이 먹겠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 오늘은 일찍 나가도 되요?

- 응.  잘가라...

 

남편은 일찍 가는 애를 보고 깜짝 놀라 내게 물었다.

- 아니, 저녁으로 햄버거 먹는다더니 왜 빨리 가지?

 

- 응...나랑 좀 그랬어요...

 

무슨 이야기를 했었더라?  아뭏든 교회이야기를 하려고 말을 꺼냈었나 보다.

- 난 교회 이야기 관심없어!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말을 끊었다.

 

- 이제 너랑은 먹고 사는 일 외에는 말 않도록 하겠다!...(정적!)

 

비록 경제적으로는 얹혀 살고 있지만, 이미 정신적으로는 성인이 된 아이들...

할 수 없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미 다른 세상에 있는 듯 보이는 아이들...

이젠 엄마와 아이들, [우리] 관계가 아니라 또 다른 시집살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얻어먹는 대신, 살아주고 있는, 놀아주고 있는... 그러다가 문득, 벌컥 문을 닫아버린 것 아닐까.

엄마 말 길어지기 전에 빨리 끊어버리자~하고!!!

 

- 당신은 그게 문제야.  그애는 교회이야기를 안하겠다는 것인데, 당신은 모든 말을 않겠다고 한거잖아.

 그러니까 애들이 당신을 '비약쟁이'라고 부르지!

 

아담과 이브가 벗었다고 표현한 것...뭔가 하나님과 머쓱해진 듯한 느낌...설렁한 그 느낌...

슬하의 자식, 품안의 자식...을 벗어난 자식을 보는 엄마의 마음, 또한 가끔 그러하다.

우리~가 아닌 너와 나로 나뉜 느낌...너의 일, 나의 일로 나뉜 느낌.

 

 이제 헤어질 때가 된 것이지...스스로 일어나려고 애쓰는 시간이 된거지...

늘 올려다 보던 부모를 어느덧 비슷하게, 드디어는 내려다보는 그 때가 된거지....

 

그러나 그보다도 어쩌면 나의 문제가 아직 해결이 안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린 아이를 대하는 엄마로서는 그런대로 엄격한 나의 방식이 통했는데,

다 큰 아이를 대하는 엄마로서는 그 방법이 좀 맞지 않는게 아닌가  싶다.

 

큰애와도 내가 해결을 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 큰애가 어찌어찌 스스로 해결하며 나간 것이고,

나는 여전히 해결을 못한 채로 있다가,

어느새 작은애가 또 성인이 되며 큰애 때와 같은 문제로 나와 삐걱거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나는 어린 아이에게는 그런대로 괜찮은 엄마인데, 다 큰 아이에게는 썩 좋은 엄마가 아닌 셈인가?!

우리 애들은 성인 자식을 대하는 엄마...로는 나에게서 못 배우겠구만...

 

작은애가 큰애처럼 또 어찌어찌 시간이 지나 나로부터 떠난다해도,

어쩌면 나는 또 같은 문제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다른 곳 어디에서, 어떤 젊은이에게서, 혹은 손주들에게서...

 

그러고보면 남편이 있어 참 다행이다.

나랑 다른 남편이 있어 그나마 나는 남편 뒤에 숨을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다.

나는 1부를, 남편이 2부를 맡는 셈인가?

 

큰애, 작은애...아빠를 통해서든, 시부모님이나 사회선배를 통해서든...너희 인생 공부는 계속 될 것이다!

 

- 1부 엄마로서 나의 한계를 느끼는 것, 그것을 깨닫는 것,

그리고, 그러므로 뒤로 슬쩍 물러나 조용히 있는 것...이 나의 지금 할 일이라 믿는다.

 

'비약쟁이'로서가 아니라, '슬퍼하는 엄마'로서가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나의 한계를 인정한다.

그리고 '1부 엄마'로서도 다행이라고, 이만큼 자란 너희를 보며 감사한다.

 

자, 이젠 나로부터 떠나렴...더 큰 '엄마'를 찾아, 다음 '선배'를 찾아 떠나렴...

성룡의 1차 스승처럼, 성장한 제자에게 더 큰 스승을 찾아 떠나라고 보내는 1차 스승처럼~

자랑스럽게 다 큰 애들을 보내주는 엄마가 되었음에 감사한다.

 

삐지는게 아녀...좀 섭섭한겨...빈 둥지를 예견하는 마음인겨...ㅎㅎㅎ~

축하한다, 성인이 된 아이들!

다 큰 아이들을 등 떠밀어 보내줄 수 있는 엄마가 된 것, 나에게도 축하한다!!!

 

 사실은 작은애에게 섭섭해서 글을 시작했는데, 주절거리다보니 '자축'하는 글이 되었습니다.

섭섭함...섭섭하지요, 뭔가, 섭섭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한 것임을 깨닫습니다.

작은 애가 올려다 보던 엄마와, 나보다 키가 더 커진 지금 그애가 보는 엄마가 같겠습니까?

이제 슬슬 맞먹는 때가 된 것이지요.  하하하~

사실 맞먹는다기 보다는...아, 엄마도 그냥 보통 사람이구나...정도겠지요!!!  ㅎ~

작은애도 이제 곧 떠나겠지요.  마음부터 그리고 드디어는 몸으로...

그리고는 슬그머니 마음으로 다시 안아주러 올 때가 올 겁니다.

내가 그렇듯이, 요즘 우리 형제들이 우리 엄마아버지께 그러하듯이...

 

위로 부모님이, 아래로 다 자란 자식들이 있는 지금 상황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빈 둥지 증후군을 예견하며 마음준비하는 중이겠지요?!

그 빈 둥지에 노쇠하신 부모님을 모셔오는 중~이 지금 우리 상황같습니다.

이런 것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은 세상을 만난 덕분일겁니다.

좋은 세상, 장수하는 세상이 된 덕에 겪을 수 있는 상황일 겁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