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12일, 목요일
내 단골 식당은 저녁에 영업하는 호프집을 빌려서 점심에만 여는 간단 부페집이다.
1인당 4700원인데 한꺼번에 10개의 쿠폰을 사면 1장을 보너스로 준다.
그리하여 요즘 보기드문 1인 4500 원꼴의 착한 가격 식당이다.
흰밥과 잡곡밥, 죽 또는 스프, 김치, 누룽지, 국이 기본으로 나오고, 몇 가지의 반찬, 그리고
생선구이 / 생선가스 또는 돈가스 + 마요네즈 / 오징어 볶음 / 돼지고기볶음 + 상추 등이 번갈아 나온다.
그리고 후식으로 귤이나 바나나가 작게 잘라져서 나오기도 하고,
별식으로 떡국이나 수제비, 잔치국수, 모밀국수 등이 나오기도 한다.
오늘은 오징어 볶음에 반찬으로는 콩자반, 숙주나물, 달걀찜, 뻣뻣한 배추무침, 그리고 떡국과 귤이 나왔다.
훌~륭하다!!! 아주 만족한다.
나는 거의 매일, 특별한 일 없으면 늘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같이 오셔서 식사를 하시는 모습도 보고,
근처 어디에선가 공사를 하면 작업복입은 사람들이 단체로 들어오기도 한다.
등에 써진 글로 무슨 일을 하는 사람들인지 추측하기도 하고,
한바탕 한 팀이 다니다가 문득 또 다른 색의 옷이 보이면, 아하...이제 다음 작업팀이 오나보네..하기도 한다.
가끔은 혼자오시는 할아버지가 안 보이시면 주인아줌마와 그분 안부를 묻기도 한다.
착한 가격과 음식이 고마와 설겆이 그릇이라도 줄여주고 싶은데,
오늘도 큰 접시 하나에 작은 그릇을 4개나 썼다. (콩나물 국 + 누룽지 + 떡국 + 샐러드) *^^*
간단 부페는 착한 가격 대신 셀프 그릇 정리를 해야한다.
벽에 큰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 큰 접시 놓는 곳, 작은 그릇 넣는 통, 수저통을 놓았다.
그 테이블 밑에는 음식쓰레기통과 마른 쓰레기통이 있다.
오늘도 잘~먹고, 기분좋게 그릇처리하러 나갔는데, 오잉?
눈앞으로 뭔가가 휘익~하더니, '촤앙촥~' 금속성 소리!!!
에잇~어떤 아저씨가 내 앞으로 수저를 휙~던져서 꼴인시켰다. 으이구...
싼 게 비지떡이 아니고, 싼 것을 비지떡이라 여기고 싸게 취급하는 사람이 싼 것이다!!!
착한 가격, 착한 음식을 먹고 싸게 행동하는 동료님들이 싼 것이다!!!
부엌식당 조수로 10년이 된 내게 제일 못마땅한 모습은,
첫 째, 먹고 난 그릇 안에 쓰레기 넣는 것, 그래서 그릇과 쓰레기가 뒤섞인 모습.
두번 째, 다 먹고 난 그룻이나 수저를 집어던지는 그 사람들...
마치 앞이 다르고 뒤가 다른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참 언잖다.
깨끗하게 먹는다고 씻고 닦을 때는 언제고, 쓰레기 넣고 던져버릴 때는 언제인가 싶어서 미안하다! ㅎ~
내가 그릇을 배신하는 것 같다...ㅎㅎㅎ~
그 그릇들을 챙겨가는 사람들 보기도 민망하고...*^^*
옛날, 나물먹고 이쑤셨다던 가난한 양반님들 이야기는 어쩌면 비웃는 게 아니고,
정말로 싼 음식을 먹더라도 예의를 차렸다는 말은 아니었을까?
고급지다~고급을 누려~!!! 요즘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성공한 부부의 대사다.
어머니, 제 몸이 과거의 고생을 기억해요...며느리 박지선의 대사이고.
그들의 모습에 웃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언행이 싸구려라는 생각은 결코 들지 않는다.
착한 가격, 착한 음식, 착한 서민들...싼 식당에서도 싸지않은 사람으로 누릴 수도 있으면 좋겠다.
서민스러움이, 격이 없다는 말이, 고생스럽다는 말이 결코 싼 행동, 예의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니까.
주인아줌니~좋은 일 하시는 겁니다. 착한 가격으로 밥을 먹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은 그래도 손님이 꾸준하여 정말 다행입니다.
나는 늘 큰 소리로 인사하고 나온다. '잘 먹었습니다~감사합니다~고마와요~'
나는 진짜로 4500원에 밥을 매일 먹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을지로입구역과 종각역 사이, 대우조선과 수협 사이 골목 부페집, 점심드시러 들 오세요~*^^*
궁금하시면, 연락주십시오~'자서히~'알려드릴게요!!! 하하하~
참, 명동에도 착한 식당 있습니다. 가톨릭회관 1층 식당. 지금 조금 올라서 4000원 쯤 하지 않나요?
새로 고쳐서 깨끗한 양식당같이 되었습니다. 교인 아니어도 식사 됩니다. (풀무원)
(그 위 평화화랑에서 제 태극스카프 판매하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먼지같은 눈을 맞았다. 오늘 눈의 첫눈을 내가 맞았다. *^^*
이 글을 쓰다가 창 밖을 보니 제대로 된 눈이 내린다.
오늘은 목요일, 곧 삼성병원에 K권사님 병문안 갔다가 아버지 병원으로 가서 저녁 봐드리고,
거기에서 엄마를 만나 같이 아버지 안계신 친정(?)으로 가서 하룻밤 외박할 예정이다.
오늘은 엄마를 아버지 병원으로 가시지 말라고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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