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결혼] 그릇 4 개

colorprom 2013. 12. 10. 17:11

2013년 12월 10일, 화요일

 

- 큰애, 매주 오지요?  어떻대요?  뭐라고 해요?

- 아니~안 와요!  그 애들도 바쁘겠지요, 뭐~

 

지난 11월 9일 결혼식하고,

11월 18일, 여행에서 돌아와 점심먹고, 이바지 떡 들고 시댁에 갔다가 저녁에 답례 감이랑 귤 갖다주고,

언제더라, 양말이랑 뭐 한 번 챙겨가고,

11월 28일, 저네 집 싱크대 공사하는 거 같이 봐달라고 해서 잠깐 집에 들러 만나고,

오늘 12월 10일...아직 못 만나봤다.

이 정도면 본 건가, 못 본 건가???  ㅎ~

 

남편은 은근히 기다리는 눈치다.

문득문득 혼잣말로 '얘네들이 바쁘긴 바쁜가 보네, 아무 소리도 없는 걸 보니...' 한다.

직장다니는 줄 아는데도 이러니, 시집살이나 객지생활이라도 하면 정말 섭섭하겠다...싶다.

옛날, 우리 엄마는 얼마나 섭섭하셨을까?

 

요즘 그렇지 않아도 송년회가 줄줄이인데다가 큰애 결혼식 감사모임까지 겹쳐 배만 불룩 나오게 생겼다.

그저께 일요일, 가볍게 먹고 교회가자며 라면을 준비했다. 

나도 모르게 그릇 4 개를 상에 갖다 놓았다.

 

- (나) 아, 자동으로 4 개를 집었네.

- (남편) 둘이 살다가 하나 먼저 가도 이런 기분이겠지~*^^*

- (나) 그러게요~

 

친정엄마아버지 + 4형제 = 6 식구로 살다가,

시부모님 어쩌고 해도 어쨌든 우리 부부 + 2 딸 = 4 식구로 익숙하게 2, 30년을 살다가,

지금은 우리 부부 + 1 = 3 식구로 된지 불과 1 달이니...

앞으로 3 식구가 익숙해지다가 다시 2 식구 되다가...1 명 되다가...

요양원 식구로 갑자기 대가족이 되면???  ㅎㅎㅎ~

 

좌우지간 지금은 4 식구에서 3 식구로 익숙해지는 중~

곧 그릇 3 개가 자동으로 집어질 날이 올 것이다!!!

 

그 때까지는, 천천히 큰애에 대한 관심 빼기...당분간은 의식적으로, 관심 안 갖기!!!

그래서 자연스럽게 엄마가 아닌 친정엄마가 되기, 그리고 할머니가 되기~!!! *^^*

 

 

결혼식 직후 안사돈의 친정어머니, 우리 사위의 외할머니께서 무릎수술을 하셨다.

마침 같은 병원에 나의 '양시어머니(!)'도 입원을 하시고, 친정엄니 진료도 같은 병원이어서

겸사겸사 '시외할머니'를 3 번 만나뵐 수 있었다.

지금 '시외할머니'는 퇴원을 하셔서 분당에 있는 재활병원으로 옮기셨다.

 

오늘 사위에게 연락을 했다. - 외할머니 병원 여쭤보고 알려주게~

사위가 답을 해 왔다. - 네네~시간 맞으면 같이 가셔도 좋겠네요.  거리도 멀구요, ㅎ~

내가 다시 답을 했다. - 같이 안 감!!!  '함께'가 얼마나 어려운 건데...나는 혼자 움직일 것임!!!

 

큰애 부부와 같이 가면, 아직 편하지 않은 관계에서 얽히고 설킨 눈길이 쉬울까?

내 앞에서 시어머니를 대하는 큰애나, 장모와 함께 나타난 아들을 보는 시어머니나...그게 쉬울까?

쉬...잇...천천히, 천천히...우선은 끼리끼리, 단순하게 만나는게 나을듯 싶다.

큰애부부와 시부모님, 큰애부부와 우리, 우리부부와 사돈부부, 나와 안사돈...그렇게!

 

급히 먹으면 체하는 것은 꼭 물이나 음식만일까.

우리는 아이들을 사이에 두고 오래 멀리 갈 사이이니까...천천히, 천천히...

 

그래도 같이 가자고 권해 준 사위가 고맙다!!!  정말 고맙다!!!  *^^*

 

 

사실은 오늘 안사돈과 카톡을 주고받았다.

우리 안사돈은 우리처럼 3 식구도 안 된다.

아직 미혼인 딸이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 지금 달랑 2 식구인데,

친정 형제도 다 외국에 나가있어 친정어머니 병원 간호도 안사돈 혼자 맡은 상황이다.

 

꼭 아는 척 한다기 보다 진심으로 '여기도 사람이 있음'을 알리고 싶어 글을 보냈다.

- 어머니 일 다행입니다.  힘 잘 나누어 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 손이 필요할 때는 연락하세요~ 살아보니 그저 사람이 필요할 때가 꽤 있더라구요~*^^*

 

이름이 사돈지간이다보니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어, 가끔 호칭을 바꾸고 싶다는 싱거운 생각도 한다. 

(이렇게 만난 것도 기가 막힌 인연인데, 우리 이름을 바꿔 부르면 어떨까요?

애들 일로 만날 때는 사돈, 우리끼리 '사람'으로 만날 때는 박집사님, 이집사님~흐흐흐~

누구누구엄마도 좋고요~ㅋ~!!!)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시어머니 입장도 보이고, 친정엄마 입장도 보인다.

애들 결혼으로 우리 영역이 더 넓어진 것 아닌가 싶은 마음에 혼자 흐뭇하기도 하다.

큰애부부에게 너희 편이 더 늘어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에게도 도망 못 가는 우리 편이 더 생긴 것이고.

 

사돈, 우리끼리 잘 지내요.  나눌 수 없는 자식들을 나누었으니.

그저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사이로 지내면 좋겠네요...

어려워서 남보다 먼 사이가 아니라, 멀리 있어도  든든한 사이로!!!

 

일하는 아이들이 도움이 안 될 때, 연락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저 아줌마들 끼리로, 연로한 부모님들을 가진 나이먹은 딸들끼리로.

그리고 서로 어머니 흉보고, 젊은 자식들 흉보면서 같이 늙어가면 참 좋겠다.

동시대 사람으로서...*^^*

 

친정엄마 주책이라고 큰애에게 흠이 될까 참말로 조심스러운 주책엄마...*^^*

(사실 안사돈과는 대학동창으로 나의 2년 후배된다.  그냥 언니동생이면 딱 좋겠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