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h) '미리 축의금'

colorprom 2013. 10. 17. 11:49

2013년 10월 17일, 목요일

 

일요일, 교회에서 만난 시어머니, 우리 남편에게 물으시더란다.

- (막내시누이)가 축의금 갖다 바쳤니?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남편과 시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웃었었다.

- 갖다 바치다니??  ㅋ~

 

엄마나...월요일 낮에 남편이 시누이남편 전화를 받았다.

- 오늘 저녁 7시 시간되냐고, (막내시누 남편)이 전화했어.  당신 괜찮지?

- 어~오늘 신체검사하나?!  혼자오나?

 

가끔 시누이남편은 시내 병원에서 신체검사하고 우리에게 와서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가기도 했었다.

 

- 언니, 길이 막혀서 전철로 가는데, 조금 늦을 것 같아요.  남편은 회사버스타고 간다고 했어요~

아, 같이 오는구나~하면서도 '축의금 바치러 온다'는 생각은 못했다. *^^*

 

오랫만에 막내시누이 부부와 저녁먹고, 차마시고...모처럼의 밤의 명동을 신기해하며 누볐다.

에이~낮이면 우리 '빨간모자 팀'을 자랑했을텐데...하면서 목소리 높여 명동가이드 행세도 했다!

 

화요일 아침, 남편이 놀라 보고를 했다.

- 어쩐지, 식당에서 내 가방을 슬그머니 자기 쪽으로 챙기더라고.  돈이 커서 그랬나봐.

 

월요일 저녁, 시누이 남편이 만나자마자 돈봉투를 주기에 받았는데, 제법 두툼하더란다.

현금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가방에 넣고는 식당으로 갔는데,

문득 남편 등 뒤에 있는 가방을 시누이 남편이 슬그머니 자기 옆으로 옮겨 놓더란다.

 

시누이 남편에게, 시누이에게, 그리고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고맙다고, 잘 쓰겠다고, 이거 친정일이라 다 고모에게 빚이 될텐데 미안하고 고맙다고...

 

큰애 결혼날을 잡아놓고 보니 부모형제들로부터 '미리 축의금'이 마구 들어온다. 왠 횡재인가 싶다. *^^*

처음에는 액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고맙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고...

남이면, 그냥 인사면, 왜 이런 액수의 축의금을 주겠나?

아~씨~내가 부모형제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인가??~ 싶어 마음이 조금 울적하기도 했다.

 

강약중강약강약중강약~~~ㅎㅎㅎ~몇 차례 돈봉투를 받고보니, 슬슬 버릇이 되려고 한다!  ㅎ~

이거 얼마만에 잡아보는 수입인가?!

이거이거, 잘 하면...스카프 몇 개 새로 찍을 수도 있겄다~

딸자식 결혼시키며 새로 사업을 할 수도 있겠다~하하하~

그 돈을 종자돈으로 다시 키워 다음에 나도 그렇게 터~억하니 내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하하하~

 

전에 만난 어느 어르신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 서울사람이요?  그렇구만.  서울사람들이 그래, 서울깍쟁이라고.  안 주고 안 받겠다 하는!!!

 

내가 청첩장 안 돌리는 마음도 사실 그런 마음이 제일 클 것이다.

먼저 받고 빚쟁이 심정으로 사는 거 싫어서... 그것도 교만스러움, 강팍함 일 수도 있을게다.

으흠.......

아뭏든 맏이로서 동생들로부터 '이름붙은 큰 돈'을 받고 보니, 고맙기도 하지만 좀 민망하기도 하다.

피차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인사로 주고받을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빠듯한 처지에도 과하다 싶게 '바친'(!) 형제들에게, 그러면서도 미안해하는 동생들에게 미안하다. 

 

'부모형제 일가친척'은 '울타리'라고 생각한다.

있다고 도둑 안 맞는 것은 아니나, 그래도 없으면 허전한 것.

그냥 있는 것 만으로 든든한 것.

그런데, 이번에는 울타리가 든든해서 집을 지켜준 셈이 되었다.

고맙다.

 

 

 '울타리'가 그냥 경계선 역할이나 할 수 있으면 당근~좋지!!

그러나, 얘야, 살다보니 그게 아닌 수도 있더구나.

새로 만나는 네 사람들, 시부모님, 시누이 ~얘야, 미리 '시 월드'사람들이라고 선을 긋지는 말아라.

혹 어려운 일 있으면, 그래도 제일 가까이에서 네게 손을 뻗어줄 사람들이 그들이다.

네 아픔을 함께 느껴줄 사람들이 그들이다.

 

물론 주위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게 살기를 바란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할 때 청할 수 있고, 받을 수 있는 '울타리'가 있음은 큰 재산이고 감사한 일이다.

그리고 그 '도움'의 경험을 잊지않고 나눌 수 있는 것, 또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인생일 것이다.

그것이 진정 풍요로운 '업그레이드-서울내기' 인생일 것이다.

 

은근히 관심갖고 보다가 '큰 손녀 딸'결혼에 도움주신 부모님들, 어르신들,

'큰 조카' 결혼에 얼~른 돈봉투를 '바친'동생들~

 - *^^* ~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데이~ *^^*

 

부모형제 없는 고아로 사는 사람들의 허전함, 조심스러움이 새삼 느껴집니다....

 

아무리 '미리 축의금'이 고맙다고는 해도, 밖으로 일반 손님에게 뿌려지는 청첩장은 아직 마음 안 내킵니다!

혹여 불편한 마음 한 자락이라도 내 아이들 시작하는 길에 닿지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나역시도 가비야운 마음으로, 정말 잔치에 놀러가는 마음으로 남의 결혼식에 가고 싶습니다~*^^*)

 

그런데요... 이러다가 결혼식 끝나면...누가 돈 안 주나...둘레둘레 살피게 될까, 고것이 걱정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