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h)나도 명품족되었습니다~(예단 가방!)

colorprom 2013. 10. 12. 18:48

2013년 10월 12일, 토요일

 

(함 + 예단)을 '간이 약혼식'으로 마쳤습니다.

 

지난 5월 11일, 상견례를 했던 바로 그곳에서 오늘 (함 + 예단) 교환식을 했다.

상견례 때는  예비신랑과 그 부모, 우리 큰애와 우리 부부 해서 달랑 6명의 점심식사였고,

오늘은 예비신랑의 외할머니, 우리 작은애와 친할머니, 모두 3사람이 더해져서 9명의 점심식사였다.

신랑 여동생 즉 우리 애의 시누이, 한 사람만 빠진 오붓한 자리였다.

 

어설프게, 양쪽 모두 개혼인 관계로 아주 어설프게 함을 주고받고, 서로 '감사합니다~'인사를 했다. *^^*

'약혼식과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하면서.

 

보통 예단은 여자쪽이 남자쪽에게 보내는 형식인데, 

우리 경우는, 예비신랑신부가 주체가 되어 신부쪽과 신랑쪽 어른들께 예단을 드리는 형식이 되었다.

어제, 그제 이틀동안, 큰애가 붓글씨로 '예단'이라고  쓴 돈봉투를 두집 각각 500만원과 함께 나누어 주었다.

(그래서 우리 신부쪽 어른들께도 예단봉투를 나누어 드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님들 예단은~ ㅎㅎㅎ~아버지들은 양복 1벌 씩, 우리 두 엄마들은 명품가방!!!

사실, 처음에는 아버지들은 그대로 양복 1벌 씩을, 그리고 엄마들에게는 50만원 씩을 드리겠다고 했었다. 

그러더니만, 아버지들은 그대로 하고, 엄마들은 '명품가방'으로 하기로 했다며 무조건 가방을 고르란다.

갑자기 숙제가 생겨 부지런히, 열심히~당당하게~ 백화점에서 가방을 찾았다.  ㅎ~

110만원 짜리 이쁜 가방 하나, 23만원짜리 작은 지갑 하나~으하하하~

오늘~점심먹고 예비신랑신부 둘이서 내가 찍어놓은 가방 사러 갔다~

(안사돈은 어떤 가방을 고르셨었나 모르겠다~)

 

-S씨 외할머니랑 우리 할머니가 계신데서 엄마들께만 가방을 드리는게 좀 아닌 것 같아서요~

 식사자리에서는 공식적인 예단만 드리고요, 가방은 천천히 따로 드리기로 했어요~*^^*

 

사실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이리저리 둘러볼 줄 아는 아이들이 참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 나이 서른하나, 직장생활 몇 년인데, 이렇게저렇게 둘러볼 줄 모르면 안 되지~그럼~!!!

 

식사자리 파하고 오늘 저녁에 쓸 청첩장이 몇 장 필요하다고 해서 우리 방에 들렀다가 가는 아이들에게,

내가 어리광을 부렸다.

- 내 가방 언제 사줄래?  그동안 잘 들고다녔던 손가방이  비싼 놈을 보고 오니 자꾸 초라해 보이네??

 

지금 막 연락이 왔다.

저녁약속 자리 가기 전에 내 가방 샀다고.  오늘 집에 가서 드리겠노라고.  ㅎ~

나도 얼른 카톡으로 답을 보냈다.

- 이야, 나도 덕분에 이제 명품족 됐다! ~ 고맙다! *^^*

 

어쩌면 늘 헝겊가방을 들고다니는 나에게 좋은 가방을 사주고 싶어서 가방으로 정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애들 결혼을 핑계로 새삼스레 흥청(?)거리기는 싫었다....

세상 어떤 일이 '일생 처음'일이 아니고, '대사'아닌 일이 있을까?

어느 하루가 일생 첫날 아니고 일생 중차대한 날이 아닐까?

그러나 짐짓 애들의 어른노릇에 얹히기로 했다. 

기왕에 결정된 일이기도 하고~*^^*

 

지난 월요일에는 큰애 명의의 인감도장도 만들고, 둘이 같이 은행대출도 받았다.

- 어~이제 정말 사표내면 안되겠다~

둘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더란다.  ㅎ~

 

- 결혼식 때 이벤트 하지 마라.  신랑신부 노래부르고 뽀뽀하고 제발 그러지 마라~

- 신랑신부 부모님께 인사할 때 울고 그러지 맙시다.  껴안고 하는 것도 좀 그렇지 않아요?

- 예행연습 해야하나??

- 축가는 어떻게 할거냐?

- 우리 엄마들이 촛불 켜러 들어가는 것, 하나요??  애들보다 먼저 엄마들이 밟는 거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 목사님한테 청첩장 드리고 다시 인사해야 하는거 아닌가?

- 주례말씀은 (신랑쪽) 목사님이 하시니 축도는 (신부쪽) 목사님이 하시는게...

- 식사는 어차피 부페지만 얼마짜리로 해야할지요...술도 없으니 좀...잘해야 할 것 같아요.

- 몇 명 분을 해야할지 다시 잘 생각해 봐야 겠어요....

- 언제 저녁 예식 있을 때 같이 식사해보시겠어요?  식사할 수 있게 해준다는데요?!

- 저녁 때는 좀 어두울텐데...밖에서 식사하기는 좀 춥고 어두울거예요~

- 얘들아, 폭죽을 터트려야겠다.  폭죽, 어떠냐?  ㅎㅎㅎ~


폐백도 안하기로 했다.

양가 할머니들 모시고 점심식사한 것으로 (약혼식 + 함 + 예단) 다 끝냈다.

이바지음식은...떡으로 하기로 했는데...시집쪽이 좀 섭섭하지 않을까...생각 중이다.

격식에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서, 많이 간소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여겨져 감사하다.

예식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인지...

주체의식만 확실하면 크게 휘둘리지 않고 기분좋은 잔치로 치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랑신부 두 사람의 자존심에 양쪽 부모 4사람의 자존심까지 섞이면....심히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을게다.

두 집안 자존심 겨루기 하기 위해 결혼하는게 아닌것일텐데도...!!! *^^*

(아직도 우리나라 결혼은 완전 성인 남녀 만의 독자적인 결혼이 아니어서 문제소지가 있기는 하다!!! ㅎ~)

(부모의 힘이 들어가면...미묘해지기가 쉬우니까...신랑집의 만원과 신부집의 만원이 같을 수 없으니...*^^*)

 

청첩장이 나오고, 손님 수를 생각해야 하고...하다보니 신경이 조금 날카로와 진다.

진정 의무가 아닌 축하의 자리, 온전히 신랑신부가 주체가 되는 잔치자리는 언제쯤 이뤄질까?

마침 같은 날 아들이 결혼하게 된 친구는 '5년 쯤 후'면 우리나라 결혼이 완전히 달라질거라고 했다.

지금 작은 결혼식, 가족적인 결혼식을 실행 못해 속상해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고.

공식적인 작은 결혼식은 아니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청첩장 5장 보냈다. 

작은 애의 그림을 자랑하고 싶어서~*^^*

 

대화가 몇번인가 뚝뚝 끊기던 어려운 자리...마치고 나오니 작은애가 한마디 했다.

- 아, 졸려서 혼났어.  사실은 조금 졸았어, 엄마.

ㅎㅎㅎ~좋고 편한 자리에만 있을 수 있냐, 임마.  이제 시작인겨, 임마! 

나도 구두신고, 정장 양복입고 혼났다!  ㅎ~

 

- 오랫만에 에미 화장한 모습 보겠구나.

우리 어머니 말씀~

그러게요~덕분에 모처럼 화장도 하고 한복도 입고, 호강하겠네요~ㅎ~

 

우리 애들의 '그 날'이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  *^^*

 

 

 사실 오늘 빠진 분들이 더 계십니다.

신랑의 친할아버지, 신부의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세분 모두 결혼식에도 불참하실 것 같습니다.

우리 친정엄마아버지는 가까이에 계신데도 못가실것 같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무탈한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 싶습니다.

제일 큰 손녀딸, 우리 집안의 첫 결혼식인데...제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v 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