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21일, 수요일
땅따먹기
어스름이 내려와 저녁시간이 가까워지면 초조해졌었다.
곧 엄마가 ‘밥 먹어라~ 빨리 와서 저녁 먹자~’부르실텐데...
땅바닥에 머리박고, 선 안에 들어왔네, 나갔네...심각하게 벌어놓은 ‘내 땅’을 놓고,
이제 곧 집에 가야하는 시간이었다.
매일매일의 전쟁, 매일 계속되는 전쟁...땅에 쓸려 쓰라린 상처는 영광의 상처였다.
핀 따먹기는 그래도 현실이었다.
자랑스럽게 가슴팍에 매달고 다니던 실핀 가득 옷핀은 그야말로 ‘전적’이었다.
오늘의 실적.
실핀은 그래도 하룻밤을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작은 돌을 손가락으로 톡 치고, 우르르~ 다같이 머리 박고, 네 땅, 내 땅...
까만 풍뎅이 같았을거다, 어른들 눈높이에서는.
그렇게 치열하게 영역을 만들고는 그만 끝.
발로 지우면 다 없어지는 땅따먹기.
빅터 플랭클의 ‘예수와 의미요법’이라는 작은 책을 교재로 썼던 수업이 있었다.
다른 내용은 다 잊었는데 이상하게 단 하나, 머리에 선연히 박혀진 그림이 있다.
A 가 자기 주위에 커다란 원을 그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 여기는 내 땅이니 너는 여기에 들어오지 마.
물끄러미 보고 있던 B 는 크게, 아주 크게, A 의 ‘땅’을 포함한 커다란 원을 그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 너는 지금 내 땅에 있는 거야. *^^*
- 인생은 ‘땅따먹기’놀이와 같습니다.
지난 주 설교내용 중 한 말씀.
인생은 땅따먹기와 같다... 내 것, 내 땅, 내 가족...무엇이든 다 놓고 가야한다.
하나님 앞에서 ‘내 것’이라 등기해놓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생은 일장춘몽과 같다... 문득 저녁 어스름 땅따먹기 하던 친구들, 골목길이 생각난다.
집집이 밥짓는 냄새, 굴뚝의 연기...밥 먹으라 부르던 엄마 목소리...
오늘은 ‘예수와 의미요법’을 찾아봐야겠다.
그 아이들은 어디에서 나왔는지. *^^* 가을이 느껴지는 날, 왠지 흐믓하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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