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 h)아버지와 우리 모녀~그리고 찍사, 우리 남편! *^^*

colorprom 2013. 5. 17. 16:43

 

2013년 5월 17일, 부처님 오신 날~아버지 병원에서.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 덕분에 회사에 안 간 큰애와 병원에 갔다.

드디어 만난 할아버지와 손녀딸...반가와 하며 맞으시더니,

'막내가 금방 갔어, 10분 되었어. 에그.. 금방 갔는데...'하셨다.  (유독 숫자에 약하신 분인데...10분?!)

뒤따라 들어온 우리 큰애를 보시더니, 이내 눈시울을 붉히시며,

- 그래, 돈은 준비되었어?  내가 이렇게 되어서 너 시집가는데 도움도 못 주고...!

 

나를 가리키시며 '얘는 두번 째로 왔다'고 하시고,

남편에게는 '사위는 처음 왔어'하셨다.

 

많이 맑아지셨다.  일상적인 말 한마디에도 감동스럽다.

 

점심식사가 들어와 에이프론을 목에 매 드렸더니 식판 밑에 에이프론을 넣으셨다.

그리고 휴지는 4장을 접어 오른쪽에 놓으시고.

한 번 쓴 휴지는 버리지 못하게 하시고, 꼭 다시 주머니에 넣으셨다. 

전쟁을 겪은 세대에게 종이는 그렇게나 귀한 자원이다.

 

그리고 후식으로 나온 딸기 요구르트를 궂이궂이 손녀딸에게 양보하셨다!

 

이곳에 오신 후 처음으로 휠체어를 밀고 나가 거실 TV앞에 앉았다.

그동안 휠체어를 밀어드릴 수 있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부러웠었다.  ㅎ~

 

먼저 다녀간 동생에게 전화를 하니,

동생의 아들에게 신신당부 하시더란다.

엄마 말 잘 들어야 한다고, 안 그러면 당신처럼 머리를 다쳐 말도 잘 못하게 된다고...

그러시더니, 문득, 엄마 이야기를 하시더란다.

- 내가 네 엄마 말을 안들어 이렇게 되었어...네 엄마가 더 오래 살았어야 했는데...

아무리 엄마가 살아계시다고 해도 안믿으신단다.

심지어는 어제 식사를 도와준 그 엄마는 '신기하게 똑같이 만들어진 사람'인 줄 아신단다.

 

동생의 진단은...1) 엄마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으로 엄마를 죽은 사람으로 만든 것 같다고.

2) 여전히 신기하게 또렷한 막내고모에 대한 원망과 배신감...은 확실하다고. 

 

엄마...아버지 기도 많이 해 드리세요.  미안해 하지 마시라고.  그저 열심히 산 것이라고.

그리고 고모, 삼촌들 생각도 잊으시라고. 

 

정말 너무나 연약하고 하얀 아버지 모습을 보니 그저 어린 아이 보는 듯...아리~하기만 하다!!!

 

(작은애는 학교에 불려가서 병원에 못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