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 h)드디어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

colorprom 2013. 5. 13. 18:26

2013년 5월 12일, 일요일...아침에 막내동생 문자를 받았다. 

- 언니, 병원에 가기전에 연락바람.

아, 그러고 보니 아침에 일찍 카톡으로 온 글이 있었네...

- 아버지, 식구들 알아보심.  만나보세요.  단, 자세히 얘기하지 말고.  흥분시키지 말고.

  교회 끝나고 갈 예정임.  감사, 축복받았음.

아~그렇지 않아도 이번 부처님오신 날에는 만나뵐라고 하던 중이었다.... 하하

 

토요일, 남동생이 살짝 지나가는 모습을 순간적으로 알아채고 쫓아나가셔서 만나셨단다!

그러니 우리가 아버지를 만난 것이 아니고 들킨 셈이다.

그리고는 아예 남동생부부와 조카, 그리고 한 시간 뒤에는 막내동생을 만나셨단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집에 가자고도 하지 않으셨다고, 눈물만 흘리시더라고...

 

아, 드디어 만나뵙게 되었구나...교회가는 내내 흥분되었다.  드디어, 드디어!!!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알아보시고는 눈물이 글썽이셨다.  어눌하지만 분명히 '큰 딸!' 하셨다.

- 어떻게 왔니??  네 엄마가 죽었어.  그래서 내가 쓰러졌어.  벌써 2년을 내가 이렇게 있어...(??)

- 내가 돈이 없어.  (중얼중얼...)

병원비랑 걱정하시는 듯...그런 분이시지.  늘 미리미리 준비하시는...

- 아이고, 나라에서 다 해줘요.  아버지 병원비랑 밥값이랑 다 나라에서 해줘요.  걱정마세요...

- 네 동생은?  걔가 (손을 목에 대시며) 아퍼서...어떻게 됐냐? (밑에 동생이 갑상선암이었다, 10년도 전에~)

- (횡설수설하시며...) 나쁜 사람이야...

아, 이렇게까지 품고 계신가?  분명 고모와 삼촌을 말씀하시는 것이 분명했다.  얼른 다른 이야기로~

- 우리 큰애있지요?  걔가 어제 상견례를 했어요!  이제 시집가요~

- 누구?  누구?  아, 그래, 그래...그리고 왜, 그 애...(분명치는 않지만 둘째아이 이야기를 하셨다.)

- 아, 둘째?  대학교 2학년이요...학교 잘 다녀요!  그 애 대학교 들어갈 때 편지랑 돈도 주셨잖아요...

 

한글도 잊으셨다.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셨다.  그런데도 얼마나 뚫어지게 보시고, 글을 따라 쓰시는지...

'우리 아버지, 복지원에 가시면 공부 정말 열심히 하시겠네...'

 

그 정신에도 남동생 아들, 당신의 자랑스런 친손주, 그리고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간 손녀딸을 물으셨다.

그분에게는 친손주, 친손녀딸이 그렇게나 중요한 '분'들이다.  ㅎ~

 

동생들이 문밖에서 신호를 했다.  너무 자극되실라, 빨리 나오라고...

 

너무나 양순하게,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손들고 작별인사를 하셨다.  '또 와..'하시며. 

아, 일찍 만날 것을...그랬나...

'또 올께요~' 하니 부탁하시는 말씀이,

-  응, 나, 여기여기 (코랑 머리를 가리키시며,) 잘라야 해.  다른 사람들은 가족들이 와서 잘라주는데...

병원에서도 다 손봐주시는데, 그분들이 봐 주시기 전에 가족들이 먼저 해주기를 바라셨다.

남에게 폐 끼치기 싫어하시는 성품이, 그분들이 봐주기 전에 깨끗이 되어있기를 바라시는 것이리라.

아니면, 다른 사람들 가족들이 와서 돌봐주는 것이 부러우셨을까?

 

오늘은 둘째가 아버지를 만났다. 

또렷하게 손가락으로 V자를 만들며 말씀하시더란다. 

'우리 둘째 딸'이라고.  오늘 처음 온 거라고!  그리고 어제는 큰 딸이 왔었다고.  깜놀!!!

눈물을 흘리시며 엄마가 죽었다하시기에 아니라고, 전화로 목소리를 들려드렸더니...세상에나...

- 아니야.  나 마음 편하게 하려고 거짓말하는 거야.  녹음한거야! 

하시더란다.  그러시더니,  '살아있으면 왜 안 와?!'하시더란다.

 

내일은 드디어 엄마와 상봉하시기로 했다.  ㅎ~

오늘 엄마는 잘 주무실까 몰라...

엄마는 아버지의 어눌한 발음에 놀라고 실망하지는 않으실까.

 

2012년 10월 17일에 쓰러지셔서 환각 상태로 반년정도 계시다가

2013년 3월 30일에 병원 원목으로부터 세례받으시고,

4월 28일, 5월 5일 주일예배 참석하시고,

5월 11일, 드디어 토요일에 아들 만나시고, 며느리와 손주 만나시고, 막내딸 만나시고,

5월 12일, 일요일, 세번 째 주일예배 참석하시고, 큰 딸 만나시고,

5월 13일, 월요일, 둘째 딸 만나시고,

5월 14일, 화요일, 드디어 마눌님 만나시겠네...7개월 만에.  2년이 아닌 7개월 만에.

 

오늘, 둘째를 만나신 아버지는 뭐라뭐라 그렇게 힘들게 헤매이시더니, 문득,

이름이 아닌 '4째!' (삼촌)와 막내고모 이름을 분명히 발음하셨단다.

- 멀리 이사가서 몰라요~

하고는 얼른 다른 이야기를 하여 슬그머니 넘어가 버렸다고.

 

감사아버지...이렇게 얼굴을 마주보고 어루만져 드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힘들었던 기억, 억울했던 기억. 다 잊고,

아기처럼 우리 엄마, 당신의 안사람의 사랑만 담뿍 받고 돌아가시기를...그래서,

우리 엄마도 당신 사랑 다 풀고 돌아가실 수 있게 되기를...바랍니다.

자존심, 체면에 억눌렀던 당신들 사랑을 병실에서나마 다 풀어내고 앞서거니뒤서거니 돌아가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ㅎ~너무나 착하게 변하신(?) 우리 아버지...우리 4형제에게 그렇게 엄하고 두렵기만 하셨던 우리 아버지...

ㅎ~~~~그냥 감사합니다.  눈 안 마주치려 숨어서 들락거리지 않아도 되어 정말 고맙습니다.

집에 가자고 고집 안부리시고 빠이빠이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이제 자주 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