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5월 11일, 토요일
간밤에...남편, 나, 큰 아이...세 사람이 거실에서 옷 다리고, 넥타이 고르고...신발고르고...난리도 아니었다.
뭐니뭐니해도 제일 난제는 임신 8개월 같은 나의 의젓한 배!!! ㅎ~
수영 덕분에 살이 빠진 남편이 밤마다 군것질을 하며 나한테 까지 건네준 고 이쁜 것들이 그새 '살'이 된 것.
편히 입고 다니다가 새삼 점잖은 자리에 입을 옷을 찾으니 그새 구식이 되고, 작아지고...
겨우겨우 어정쩡 임산부옷 같은 것을 찾아 다리미질을 해 놓고도 잠이 도대체 오지를 않아 애를 먹었다.
아침...무슨 엄청난 행사를 가는 듯, 결의에 찬 전사들같이 일찌감치 출동...
너무 일찍 도착하겠네...했더니, 왠 걸~뒷자리 큰애의 보고, 그쪽 부모님들은 이미 도착하셨다고.
그럼 그냥 들어가면 되겠네...부지런히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니 예비사위가 기다리다 맞았다.
콤비 양복 웃도리에 넥타이까지...ㅎㅎㅎ~그려...좋다!!! ㅎ~
12시 반 식사가 12시 식사로 바뀌었다.
벽 쪽에 예비사위, 예비 시어머니, 예비 시아버지,
문 쪽에 예비 며느리, 예비 장모, 예비 장인...이거 완전 협상테이블같네~!
안 입던 옷에, 안 하던 눈화장(?)에, 아, 목걸이에 반지까지...우와...반지가 걸려 손을 움직이기도 불편하고,
조용한 곳에서 내 목소리가 자꾸 들리는 듯, 소리도 조종이 안되고...애먹었다, 무지 애먹었다...!
바깥 사돈은 우리 남편보다 2년 선배동문이라고 들었는데 막상 알고보니 동기였다.
52년생 그분은 재수하고, 54년생 우리 남편은 2월 생이라 1년을 빨리 들어가 결국 72학번 동기가 되었다.
친구들 이름을 말하다 보니 그분 친구이면서 우리 남편 친구인 분들도 몇 사람 되고...
그려, 죄짓고 살면 안되는겨...한 다리 건너면 다 알게 되는겨...ㅎ~
여차하면 애들 결혼식이 아버지들 동창회가 될 지도 모르겠다.
어른들 만나고 방에 들어오니 '소심 a형' 특기가 살살 살아난다.
- 내가 뭔 헛소리를 하지는 않았나? 목소리가 너무 컸나? 애 망신 주지는 않았나???...ㅎ~
얼른 큰애에게 전화했다.
- 너 이따가 집에 와서 나 뭐 잘못했네 잘했네 말하지 않기다!!!
고맙게도 큰애가 답을 했다.
- 아냐, 잘했어~ *^^*
아이고, 이제 실감난다....아...이제 진짜 일이 벌어지는구나...
결혼식도 식이지만, 진짜 게임은 그 이후부터인데....
살림...와이프로서, 어미로서의 살림...시험공부가 아닌 '살림'...은 정말 있는 그대로의 현실인데....
이쁘고 좋기만 한 것이 아닌데...(이거 쓸데없는 걱정, 맞겠지, 얘들아?!)
여태껏 이렇게 어려운 자리가 있었나 싶다.
컴퓨터 앞에 앉으니 이마에 밴 땀이 안심하고 주루룩~흐른다. *^^*
저번에 자녀결혼선배들이 한 말이 새삼 생각난다.
- 거 이상하더라고요. 아들 상견례 때는 별로 어렵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딸아이 때는 다르더라구요...
정말 이상한 일이다...우와...엄청 큰 일을 지내고 온 듯하다.
시어머니, 친정어머니께 열심히, 씩씩하게 전화로 보고올렸다.
- 상견례 끝내고 들어왔는데요, 참 좋은 분들 같아요. 어이구, 혼났어요, 말조심하느라...
이제 산 하나 넘었어요!!!
자...이제 다음 코스는 어찌될까? 흥미진진...이런 일이 다 '사는 재미'일 터이다!!!
이런 일로 어색한 어른이 되고, 드디어 편안한 어른이 되고...그러면서 성장, 성숙하는 것일게다.
감사한 일이다.
자녀들 결혼시킨 선배 장인장모, 선배 시부모님들~ 존경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꾸벅~ *^^*
아...기분이 참으로 오묘미묘~~합니다!!!
정말 하고싶은 말은, '우리 작은 결혼식하면 어떨까요?'이었는데, 말도 못 꺼냈습니다. ㅎ~
호텔결혼식이 아닌 것만도 사실 고맙지만, 축의금 없는 가족끼리의 결혼식이면 더 좋을텐데 말입니다...*^^*
아뭏든 정책적인 발언은 하지말고 정서적인 발언만 하라는 충고에 충실하려고 했습니다...ㅎ~
그리고, 얘들아, 잘 자라주어 고맙다~!!! 그리고 예비사돈어른들, 반갑고 고맙습니데이~~~ *^^*
'[중얼중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친정] h)드디어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 (0) | 2013.05.13 |
---|---|
h) + 1900년대의 어느 목사님의 편지 (0) | 2013.05.11 |
h)내 마음 속의 질투를 고백합니다. (>_<) (0) | 2013.05.01 |
[친정] h)우리 친정아버지의 생애 첫 교회 출석! (2013년 4월 28일!) (0) | 2013.04.29 |
h)ㅎ~ 드디어 예비 사돈 만납니다~*^^* (0) | 2013.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