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 세상에나...우리 친정아버지, 세례받으셨답니다~

colorprom 2013. 4. 2. 18:43

2013년 3월 30일 토요일에 우리 친정아버지께서 병원목사님께 세례를 받으셨다는 사실을

다음 날, 일요일에 남편 친구 전화를 받고 알았다.

 

- 장인어른, 병원에서 세례받으셨다는데, 당신 알았어?

- ??  뭔 소리여요??

- 엄마, 아버지, 병원에서 세례 받으셨대~, 엄마, 들었어요??

- ?? 몰라~아뭇소리도 못 들었어~

- 얘, 너희는 들었니?

- 무슨 소리야?  정신없는 사람이 어떻게 세례를 받어?

 

오늘에서야 동생이 병원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듣고 전해주었다.

 

많이 좋아지셨단다.

위급 상황을 겪고 어찌어찌 조심스레 지내는 중인데...

마침 토요일, 늘 왔다갔다 하시는 그 병원목사님과 마침 말이 통해 세례를 받을 수 있으셨단다.

오늘 동생이 보니 세례받으시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물끄러미 보고 계시더란다.

갖고 와서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냥 놓고 왔다고.

 

오랫만에 오늘 재활운동을 하러 지하에 내려가셨는데,

재활운동선생님이 '저 누군지 아시겠어요?'했더니, '이름은 몰라도 알지, 그럼~'하셨단다.

말이 통하다니...!

마침 휴가나갔다 돌아오신 간병인아저씨를 보시고는 그렇게 반가와하시더란다.

 

혼자 중얼거리시는 것도 멈추었고,

일단 얼굴을 꼿꼿하게 들고 계신단다.

항상 고개를 푹 숙이고 계셨었다.  얼굴을 드는 법이 없으셨더랬다.

아, 사람을 알아보는 총기있는 눈...전화를 받으면서 생각만 해도 눈물이 핑~돌았다.

 

- 그러나저러나 큰일이야.  당장 치과병원에 모시고 가야 하는데, 사람 알아보시면...

 

더 정신이 돌아오셔서 당신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으셔야 할텐데...

무조건 병원 밖으로 나가 산소에 가야한다 하실까 걱정이다...

 

정신이 밝으셨을 때 세례를 받으셨다니...세상에나...정말 세례를 알고 받으신걸까?

 

동생이 있을 때 간병인 아저씨가 물어보셨단다.

- 할아버지, 세례받으신거 아세요?

...문득 씨익 웃으시더니 코팅된 세례받으시던 모습 사진을 물끄러미 보시더란다. 

 

우리 집안에서 종부인 엄마가 천주교 영세를 받으셨다.  사건이었다.

아버지가 엄마를 성경공부하러 나가게 하신 일 자체도 사건이었다.

그런데, 매일 엄마 성경공부하라고 연필을 깎아주셨었단다.

우리들에게 몇 번 자랑도 하셨었다.

- 네 엄마 글씨 좀 봐라.  글씨체가 아주 좋다.

 

글쎄...엄마 평생에 아버지에게 칭찬 받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아뭏든 엄마 영세 받으신 날, 구두쇠 아버지가 영세식에 참석한 우리들 모두에게 점심 쏘셨다!!!

 

쓰러지시기 직전...아마도 문중 일은 이제 끝이라고 각오하셨을거다! 

산소 물려받을 자식이 없음을 인정하셨을거다.

차마 자신이 문을 못 닫으셨을 뿐, 각오는 하셨을거다.

마침, 병원목사님과 때가 맞으셨던 거다...

 

남편친구부부가 그 병원에 장인장모 두분을 모두 모시고 있었고,

수요일, 주일 예배를 그 목사님과 함께 주관하고 있었으며,

마침 우리 아버지 계신 것을 알고 관심을 갖고 늘 들락거린 덕분에 그 때를 만났고,

드디어 세례식을 베풀 수 있었다!!!...이게 기적이 아니고 무엇일까.

 

87세...말석이라도 아버지, 천국문에 들어가셨음을 믿고 감사드립니다.

늘 성실하고 올곧은 아버지...분명 천국 말석에서도  충직하게 일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때까지 아버지...병원에서라도 평화롭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엄마랑 우리랑...병원에 놀러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아버지, 병원이 '천국 입학 기숙 학원'이라 생각하셔요. 

자주 놀러갈게요.  운동도 하시고, 젊은 사람들도 보시고...저희도 보시고...그래요, 아버지.

 

남편친구부부, 고맙습니다!

늘 병원에 계신 여자목사님, 감사합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일을 하고 계신 하나님...감사합니다.

 

- 언니, 너무 기분이 좋아서 먹을 거 좀 사간거  물리치료실에 다 주고 왔어.

  부모마음이 이런건가봐.  정말 기분이 좋은 거 있지?!

  내가 또 나가서 뭐 사서 다시 병원에 못 오겠어.  힘들어서...

  그래서 내일 다시 병원에 와서 여자목사님 만나뵈려고....

 

동생은 흥분으로 통화 내내 목소리가 잠겨있었다....아...세상에...샬롬, 아버지!

 

(작년 10월 17일 쓰러지시고 3월 30일...6개월, 165일...아버지의 눈이 보고싶습니다...)

 

새문안교회의 친구남편...'ㅎ~아버지가 방언부터 하시더니 드디어 세례 받으셨군요!  축하합니다!'

정말 기적같은 일...일하면서도 머리속은 내내 혼자 세례받으시는 아버지 생각이다.

우리가 옆에 있었더라면 축하인사에, 케익에, 사진에...시끄러웠을텐데...아, 얼마나 다행인지...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