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8일, 월요일
어제, 일요일, 아버지 병원에 갔다.
- 일단, 눈을 뜨고, 얼굴을 들고 계신다. 뿐인가, 손을 슬쩍 들고 미소까지 지으셨다. 6개월 만의 웃음이었다!
할아버지 많이 좋아지셨다고 간병인아저씨, 아줌마가 신나서 이야기 해주셨다.
- 재활치료실에 가면 치료사선생님들께 꼭 인사하신단다. 그리고,
- 여기서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기다리세요~하면, 그대로 기다리신단다. 요즘은 묶일 필요가 없으시단다.
- 중얼거리지 않으시고, 종일 조용하며, 묻는 말에 간단히 대답도 하신단다.
- 1시간도 걸리던 식사시간이 이제 1등이 되셨단다. 토요일 청국장은 맛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올리셨단다!
- 쉬~하고 간병인을 오라하신단다. 쉬~했다고! 이제 기저귀 쥐어뜯지 않으신단다. 뿐인가,
- 쉬~했다고 알리려고 했다가 간병인아주머니가 침대 밑에서 졸고있는 것을 보시고 참으셨단다. 깰까봐~!
- 그리고, 각 침대 돌볼 시간이 되니 한 마디 하시더란다. '이제 바쁘겠어요~' (그 말투가 들리는 듯하다!)
간병인 아줌마가 일부러 물어봐 주셨다.
- 할아버지, 몇 살이예요?
- 나? 27살.
- 할아버지, 딸 있어요?
- 응. 있지.
- 할아버지 딸, 어디있어요?
- 죽었어.
- (나를 보시며,) 언제, 언제 죽었어요?
- 몰라...
휠체어 타고 계신 분 뒤에 숨어서 아버지를 훔쳐보고 있다가 다른 분을 잠깐 보는 사이에,
문득 나를 보고계신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나를 살펴보고 계셨다.
누군가 있는데...저 사람 뒤에 누군가 있는데...
골똘히 생각하고 계심이 확실했다.
아...얼마나 놀랐는지...모르셨을까, 정말 모르시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다행...섭섭...ㅎ~
차라리 처음 병원에서는 그냥 부딪쳤었다. 그러다가,
노인병원에 들어오고 나서 마구 난폭해지셔서 침대에서 떨어질까, 흥분하셔서 뇌에 문제될까 숨기시작한게
이제 6개월차가 되었다.
삼촌에게 빼앗긴 문중산소관리 통장때문에 그렇게 화가 나셔서 그렇게나 중얼거리고,
큰 딸같은 막내동생에게 상처받으셔서는 여자간병인을 마다하고 욕까지 해대셔서 우리를 민망하게 하셨다.
간병인들에게 미움받으실까, 그들이 돌볼 수 없다고 손을 들까 전전긍긍한게 벌써 6개월이 되었다.
- 이달 말쯤 한번 부딪쳐봐도 될까싶어요. 가족사진보고도 다 아셔요..이제 한 20%만 더 좋아지시면...
그래서 당신이 지금 병원에 있다는 것만 알고 받아들이시면, 가족들이 만나셔도 괜찮을것 같아요.
간병인 아저씨의 말씀에 얼마나 고맙고 감사하던지...
엄마에게 전화했다.
- 엄마, 아버지가...아줌마 깨실까봐 일부러 말을 안하고 가만히 있었다고 하시더래요. 세상에...
이제 눈도 뜨시고, 머리도 반듯하게 들고, 머리를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살피기도 하셔요.
어제는 청국장 맛있다고 손을 치켜올리시더래요...세상에...
조금만 더 있다가 갈께요. 기다려요, 엄마...
- 그래, 제발...밥 안쳐놓고 기다릴께. 와서 밥 먹어...
다른 사람을 배려해줄 줄도 아신다니...그럼요, 그런 분이었지요! 지나칠 정도여서 탈이었지요!
마치 유치원에서 원장님한테 우리 아이 잘 지낸 이야기를 듣고 흐믓해하듯...그렇게나 뿌듯했다! ㅎ~~~
식구들이 다 죽어서...아무도 없어서...그래서 병원목사님한테라도 잘 보여야겠다 싶어서,
'예, 예~' 세례받으신 것은 아닐까? 아무려면 어떠랴? 이렇게나 좋아지셨는데...
분명, 머리가 맑으셨을 때, 세례를 받으셨을게다.
아줌마 아저씨를 생각해줄줄 아시는 분인데, 아무렴, 맑은 정신으로 세례를 받으셨을거다!
산소생각으로 꽉 차 계시던 분이 세례를...와...우리 아버지는 분명 다시 태어나신게 분명하다!
사람이 사람답다는 것은...정말 고맙고 아름답고 감사하고, 뿌듯한 일이다.
아, 감사합니다....
세상 일이 내 생각대로, 계산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다시 깨닫습니다!
아실까, 당신 생신날, 당신 큰손주가 결혼하게된 것을.
크지 말고 요대로 있으면 좋겠다...시며 빈방에 누워 두 발에 얹어 그네태워 주시던 그 애가,
바로 당신 생신날, 결혼하게 된 것을 아실까...
너, 시집 안가냐? 하시던 그 애가 그날 결혼하게 된 것을 아실까...
하루하루...삶을 살아가는 것이 기적이고 감사한 일임을 다시 깨닫는다...
...봄비내리는 저녁에...저녁먹고 한 수다 풀었다~ 샬롬~평화로운 저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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