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흔들리는 중년, 우리 남편~ㅎ~

colorprom 2013. 1. 17. 13:57

2013년 1월 17일

 

흔들리는 중년, 우리 남편

 

 

1954년 2월생 말띠, 우리 남편, 허리아파 절절맨 지 좀 되었다.

덕분에 수영을 꾸준히 1년 넘게 근 2년을 하고있고, 물리치료도 꾸준히 받으면서

살도 날씬하게 빠지고 아주 많이 좋아졌다.

다행이다 했더니 그저께 쯤부터?  눕고나면 못 일어날 정도로 절절매며 괴로와했다.

미끄러운 길에서 조심한다고 하다가 한번 미끄덩~했던게 아무래도 화근인 것 같다며.

 

오늘 같이 병원에 갔다.

혼자 출근하려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아들데리고 가는 엄마처럼~ㅎ~

-사진찍은거 설명이나 같이 듣고 갈게~ (나는 늘 혼자다녔구만...ㅎ~)

 

-(선생님 말씀) 척추뼈가 원래는 가래떡 잘라놓은듯 원통형이거든요?!

선생님은 '퇴행성 협착증'으로 진행된게  한 10년은 된것같습니다.

뼈가 눌려서 약간씩 아래위가 튀어나오고 색이 진해진거 보이시죠?

한번 아프면 한달정도는 아프실겁니다.

아직 수술하실 정도는 아니니 MRI를 찍을 필요는 없으시구요,

1-2주일은 누워계시는게 좋겠고, 최소 한달정도는 조심하셔야 합니다.

체격도 좋으시고, 지방층도 좋고,...(으흠~수영한 보람은 있구만!)

3번 정도 주사맞으시고 약드시고 물리치료 하시구요,

무게감있는 일은 안되십니다.  걷는 것도 안좋구요, 수영은 괜찮습니다.

 

물리치료 들어가는 것을 보고 출근을 했다.

물리치료 도중 메세지가 왔다. 

- 물리치료 별거없네.  핫팩위에 누워있슴.

그래서 내가 답을 보냈다.

-도 닦으시오!

 

해 뜬 뒤에 아무 일도 않고 누워있을 시간이 있나, 이런 때 외에...

 

점심먹으러 가며 '에이, 노인네 다 되었네...'한다.

사실 덕분에 수영 열심히 해서 살은 많이 빠졌는데, 워낙 흰머리에 숱도 많이 없는 사람이

살까지 빠지니 영락없는 노인같기는 했었다.  ㅋㅋㅋ~

일부러 무심한척 내가 말을 이었다.

 

- 사실이지.  아, 진시황도 50 못넘겼다잖어?  예전이면 우리 다 할머니, 할아버지지~

 

- 그렇잖아도 그제 신우회때 구자경목사가 그러더라고. 

이제부터 우리 나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세상은 아무 변화도 없을거라고. 

그러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한다고.

 

- 맞어.  나도 그렇게 생각혀요.  우리가 지금 죽어도 아무 변화 없을껴~

뿐인가,오히려 더 나을지도 몰라.  애들도 열심히 살 것이고... 

도움이 필요한 때에 일 당하는게 문제지, 이제 애들도 다 컸는데 뭐가 문제겄어~

 

화요일 남편동창들 모임 '신우회'에서 설교를 맡아주고계신 구자경목사님이 형님 이야기를 하더란다.

아무 일도 없던 형님이 갑자기 6개월선고를 받았다고.  그래서 동생인 구목사님이 이렇게 말했단다.

- 다행이라 생각합시다.  준비할 시간을 6개월이라도 벌었지않습니까.

그러면서 친구들에게 말하길,

- 그래도 암이 나은거같아.  생을 생각하고 마감을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니까.

그러면서 그 말을 하더란다.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준비를 하자'고.

'우리의 어떤 변화에도 세상은 아니 변한다'고.

 

지금이 책임을 생각할 때인가, 아닌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놓지않는 것이 젊게 사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쩌면 고부갈등이라는 것도 성인아들자식이 아직도 자기책임이라 생각하는 어머니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몸은 며느리에게 있지만 책임은 내게 있으니 며느리를 지휘감독해야한다...믿는.

 

이제 60을 바라보는 우리는,

우리 자신이 스스로 나이먹었슴을 인정하고, (근 60년 우리 몸을 부려먹은 것을 인정하고!)

이제 자식을 도와줄 때가 아니고, 자식들이 독립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며,

부모의 늙음, 이별을 슬퍼할 때가 아니라, 이젠 자기들의 가정을 돌보는 것이 첫번째 의무임을 알려주고,

성인으로서 부모를 도와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첫번째가 아닌 차후 순임을 알게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우리가 할 일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보는 부모님 세대, 20년대 분들과, 우리, 50년대 부모세대는 달라야한다.

그런 우리를 보며 우리 자식들, 80년대 세대는 또 달라지겠지.

그것이 선배로서 몸으로 보여주는 '산 교육'아니겠나.

 

남편...그동안 수고한 우리 몸, 고맙다고 인사하구려~

그리고 정말 겸손하게 관리합시다.  달래가며 같이 잘 살자고 합시다.

온몸이 고르게 쇠잔해져서, 그야말로 burn-out 해서 죽는것이 가장 좋은 죽음같아요.

뭐, 그 전에 잘못돼도 할 수 없고...(누가 잘잘못을 말할 수있을까?) ㅎ~

이제까지 이렇게 산 것, 감사하면서~

이제부터가 진짜 사는거라니까~ ^-^

 

(...에이, 여기까지만 말할걸..한마디 더 덧붙였다....)

 

그리고 진짜 살도 빼야해요.  오늘 '고도원의 아침편지'제목이 '과식'이었는데,

사람들이 3시 세끼 다 먹은게 얼마 안된다는거야.  3시세끼 다 먹는게 이미 '과식'이래.

 

(제까닥 반격 들어왔다.)

 

- 나는 괜찮다잖아~!  당신이나 빼.  나는 딱 좋다고 그랬잖어, 선생님이!!!

 

ㅎㅎㅎ...가까운데서 먹는다고 사무실 근처 '갈비탕, 불고기, 냉면...'하는 집에 가서 갈비탕 2그릇 시켜서는,

마침 나는 국물까지 싸~악 다 마셔버린 뒤였다.

 

그려, 그려...그려요...잘하셨어요!  수영 열심히 하고, 병원 물리치료 잘 받고!!

뭐, 어쩌겠어요?  시간이 그리 흘러 그리된 것을요...제발 젊은이들하고 비교하거나,

젊은 시절의 내 모습과 비교하여 스스로 비하하고 기운없어하지나 마쇼! 

그게 더 불쌍해보이고 어리석어 보이고 못나보이니께~

멋지게 늙는 늙은이가 됩시다!  젊어지려 애쓰지 말고, 자연스러운 늙은이!!!  ㅎ~

 

겨울은 뭐니뭐니해도 색이 다 바랜듯한 색깔이 최고다.  오랜 고찰의 다 날라간 단청색...

노인의 은백색 머리카락...!!!  ㅎㅎㅎ~

 

지금 우리는 '흔들리는 중년'입니다.  이제 '자리잡힌 중년'을 향해 가고있는 중입니다!!! 

'자리잡힌 중년'이 되면 또 '흔들리는 노년'이 되고...뭐 그러겠지요?  ㅎ~

 

지금 막 남편이 수영하러 나갔다. 

미간 잔뜩 찌푸리며 '물속에서 운동 좀 하고 일찍 들어갈래...저녁 뭐 먹을텨?  뭐 사올까?' 하며 나갔다.

ㅎㅎㅎ~~~에이, 어리광!!!  ㅎㅎㅎ...정여사의 브라우니가 생각나네~ "흥~, 어리광!!!'

 

요즘 도통 일이 손에 안잡힌다...마는...일하자.  일 할수있을 때, 일하자!!!  굿 에프터눈입니다~~~

 

(나는 남편보다 '덜 흔들리는' 중년아줌마다.  큰애 말처럼  미리 늙으려고 애써서 좀 나은가도 싶다...ㅎ~

나는 사실 지금이 훨씬 좋다.  스스로 훨씬 편하게 느껴진다.  마치 늙음이 목표였던듯...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