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성탄절에 떠난 남편친구'J씨'

colorprom 2012. 12. 27. 12:36

한 1년 반 정도 되었을까?

미국에서 온 남편친구 아들 결혼식날, 결혼식장 갔다가 J씨 병문안을 갔었다.

'야, 나 심심해 죽겠다.  병원에 놀러 좀 와라.'하는 메세지가 왔었다.

- 감기같았는데...등산길에 숨이 좀 차는 것 같기도 하고...

가볍게 회사 앞의 내과를 갔는데 사진을 찍어보라더니만 사진을 보고는

직접 여기저기 전화로 입원실을 찾는거야.  겨우 여기 방이 있어 들어왔는데

여기서도또 사진찍고 어쩌고 하는데...폐 사진이 하얗고...폐에서 물이 한 2리터 나왔나봐. 

아직도 기다리라는데 아무래도 암인거같어~

 

결국 폐암으로 판정되었고, 항암으로 입맛없다고 친구들이 가끔 모여 같이 밥을 먹고 했었다.

마침 성탄절, 오후 2시경에 한팀이 병문안을 가고 우리는 저녁 시댁모임 가기전에 병원에 가기로 했었는데,

예배도중 11시 55분 운명했다고 연락이 왔다.

결국 시댁에서 저녁 먹고 밤에야 병원에 갔다.

그 사이 장남 결혼했고 작은아들이 1월 19일로 날받아놨는데...

 

- 제일 가정적이고 다정해서 늘 부러워했는데...이제 A엄마, 어떻해요?

친구마누라들이 하는 말들...

- 잘 해주고 일찍가는 남편, 나쁜 사람이예요!...

내가 말했다. 

사진 속의 J씨, 음성이 들리는 듯... 이 양반은 고무피부를 가졌었다.

손가락으로 얼굴피부를 잡아당기면 쭈~욱 늘어져 당겨 나왔다.  정말 신기했다.

에이...이집에는 딸도 하나 없는데...그래서 오히려 며느리들과 잘 지낼 수도 있겠다...에이, 참!!!

 

K엄마라는 사람이 있었다.  남편이 말 할 수 없는 애처가였다. 

사실은 미국사람이었는데, 그래서도 그랬겠지만 매일 퇴근길에 장미꽃 한송이를 들고 왔단다.

등뒤에서 장미꽃 한송이를 쑥 내미는 덩치 큰 남편...골덴 자켓을 입은 곰돌이같은...

외동딸 7개월 때 심장마비로 갔단다.

친정어머니는 재혼 안하냐고 하시는데 그때마다 되물었단다.

- 엄마, K아빠같은 사람이 또 있겠어요?

그러면 친정어머니도 아무런 말도 못하셨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그랬다.

- 에이~ K아빠, 나쁜 사람이예요!!!

그 딸아이가 우리 큰애보다 한두살 위로 알고있으니 벌써 한 30년 전 일이겠다.

그 양반은 한 30살 정도에 혼자가 된 셈이고...

 

이제 환갑 앞두고 성탄절에 간 J씨는 참 다정한 사람이었다.

마침 아침일찍 목사님이 오셔서 다같이 예배를 드리고

그 목사님이 미처 교회에 닿기 전에 운명한 것이란다.

- 편안해 보였어요.  그래도 예배드리고 가서 참 좋아~

작은애들은 그냥 결혼식 하기로 했다고.

아마도 애들 결혼준비하라고 일찍 간것 같다고.

 

남편은 어제도 병원에 가고,

오늘은 장지까지 간다고 새벽같이 나갔다.

 

작은애가 슬그머니 엄청 중요한 사안이라도 있는듯 내 귀에 대고 속살거렸다.

- 엄마, 친구가 죽으면 기분이 어떨까?

- 글쎄...현실적으로 덤덤할 것 같아.  우리가 너희같은 나이가 아니잖냐?!

답을 하고보니 참 답답한 답이었다 싶다.

 

어제는 디자이너가 와서 그 핑계로 일도 안하고, 결심을 실천에 옮기느라 같이 저녁먹고는 퇴근해버렸고,

오늘은 점심약속 손님 기다리며 또 넋두리 중이다...

이번 연말연시는 이래저래 마음이 둥둥 날라다닌다...

 

 

*** 나는 금년에 가까운 사람 둘을 잃었다. 부모급이 아닌 우리 또래...

여성가족부 이성미씨, 남편친구 J씨...

그러고보면 시월드 어쩌구 하는 게 참 웃긴다 싶다.  ㅎㅎㅎ~~~

이 나이에...환갑을 바라보는 이 나이에...으이그...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