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colorprom 2011. 8. 4. 15:30

 

2011년 8월 4일 오후 3:15

 
친정어머니가 드디어 한 쪽 무릎수술을 하셨다.
8월 1일 입원, 2일 수술...수술마치고 나서는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좀 붓기는 했어도 '괜찮다~'하셨으니까.
문제는 그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뼈를 깎는 고통이라는 말이 왜 있겠나...
허리에도 인공관절이 들어있는 상황이고 심장도, 콩팥도 잘 생긴(?)상황이 아니어서
마취는 했지만 허리에 들어가는 무통시술을 못했다고했었는데,
아뭏든 단 1초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고통스러워하셨다.

저녁 늦게, 동생이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으로 왔다.

-아니, 누구는 수술 끝나자마자 잘 걷던데...
-어디요, 아무래도 한 일년은 걸리지요. 할아버지가 많이 도와주셔야지요~
-아니, 나는 이 사람 무거워서 감당 못해요!!!

간병인아주머니와 아버지의 대화였다.

...사실 수술실에 아버지가 와 계실 줄 알았다.
마을버스 몇 정류장, 택시를 타도 4000원이 채 안나오는 거리니까.
동생들과 함께 나중에 오신 후에라도 뭔가 간병인에게나, 동생들에게나 고마움을 표시해 주실 줄 알았다.
그렇게라도 엄마의 얼굴을 살려주시고, 엄마에게 당신의 관심을 표해주실 줄 알았다.....

아버지가 다녀가신 후, 수술 이틀 째, 어제...'선망증'이라는 증상이 나타났다.
거칠어지고, 불안해하고, 사람도 못 알아보고, 어디에 계신지도 모르고...

평생 아버지에게 참고만 사셨는데, 그렇게라도 화를 내고 싶으셨던 것은 아니었을까...
수술 끝에 만난 남편에게서 따뜻한 말 한마디 받지못한 섭섭함은 아니었을까.

얼마 전, 누구에게선가 들었던 사미자씨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남편이 병에 걸렸어요. 내가 '걱정마, 내가 고쳐줄께~'했어요.
얼마 후 내가 심장에 이상이 생겼어요. 숨이 막히고 무섭고...남편에게 '여보, 나 좀 살려줘요~'했더니,
아,글쎄, '여보, 내가 어떻게 당신을 살려~'하더라고요!!!

어젯 밤, 이상한 모습을 보고 집에 오니 마음이 안좋아서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병원에 갔더니
밤1시에 MRI찍고, 초음파하고 엑스레이 찍고...한바탕 굿을 했단다.
그리고는 오늘 아침은 많이 나으신듯 하단다.
그러면서도 '애들이 아버지를 잘 챙겨드려야하는데...'하시며 걱정을 하시더란다.

...하는 척!!!
'족보는 강아지에게나 중요하고, 사람에게는 행실이 중요한 것이다!'라는 친구의 말에 엄청 웃었었다.
...하는 척~할 줄 아는 것도 사람에게 참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 수 없는 일일지라도 하려고 하는 시늉이라도 하려고 하는 것! 그것이 '의리'고 '배려'아닐까.
'아이고, 아니예요, 제가 할께요~'할 기회라도 주는 것!!!

사랑받고 싶은 할머니-여자-사람, 엄마.
솔직하고 정직한 곰탱이보다는 지혜로운 여우가 낫다는 생각이 든다.
(--사깃군 말고!!!)
한번만이라도 따뜻하게 '내가 할께~'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지가 하신단다~하고 우리가 손 놓을까봐 그러시는지...ㅎ~

사실 우리 아버지는 솔직하고 정직하며 권위있는 호랑이라 믿는 토끼이시다.
엄마는 늘 가슴 졸이며 눈치보고 복종하는 닭이고.
에이~이 궁합을 한번 알아보면 좋겠구만...ㅎㅎㅎ~

(조금 마음이 놓이니 또 주절거린다. 일도 쌓여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