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 오랫만의 입원실 보호자 체험기! ㅎ~!!

colorprom 2011. 8. 10. 15:00

 

2011년 8월 10일 오후 2:41

 
입원 1주일이면 될 줄 알았던 친정엄니 무릎수술과 치료가 길어지고 있다.
게다가 평소 문제있던 콩팥, 심장도 모자라 폐까지 수술을 이겨내지못해 심각해졌다.
숨쉬기조차 힘에 겨워 걷기운동은 제쳐놓고 겨우겨우 침대위에서 90도 무릎꺾기만 하는 중이시다.

숨쉬기 어렵다는 말은 산소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코와 연결된 호스로 감시하는 기계가 '삐익~'경고한다.

'숨쉬어, 숨쉬어~! 호흡, 호흡!!'
어린아이가 따로 없다. 흠칫~입벌리고 '흐으~!!'숨들이마시는 엄마...

잠깐도 '삐익~'경고음에 편히 앉아있을 수 없는 상황이니 간병인아줌마 눈에 피곤그늘이 졌다.
오밤중에 검사들어가고, 갑자기 혼동스러워지는 '섬망증'에 놀라고,

드디어는 월요일 밤에 당신도 모르게 '응가'를 해 놓으셨단다.

언제가 퇴원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주머니를 한번 빼드려야겠다싶어 화요일 교대를 제안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제가 있을게요.

지금 계신 입원실은 6인 '경노당'이다.
제일 젊은 환자, 66세. '제일 큰 언니', 우리 엄마 79세. 사이사이 4분 '언니들~'!!!
(수술집도의였던 젊은 박사님은 우리 엄마를 '제일 큰 언니'라고 불렀다!!!ㅎ~)

창가의 한 분은 보통 혼자계시며 가끔 아드님이 와서 돌봐드리는 72세의 최장기환자.
그 옆, 한가운데가 우리 엄니.
문가쪽 동글동글 귀여운 할머니는 벌컥벌컥 화내고 목소리 크신 사업가(?)할머니.
우리 건너편 창가에는 내 또래로 믿었던 밝고 애교많으신 66세 젊은 할머니.
우리 바로 건너편은 대구에서 오신 넉넉하고 밝은 성격의 70대 할머니.
건너편 문가, 점잖으시고 세련된 할머니는 30년간 독일에 사셨던 간호사할머니.

창가 할머니를 뺀 나머지 5분은 모두 저마다의 간병인이 있는데,
간호사할머니 한분만 올케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으잉??? 시누올케사이??? 게다가 나이많은 시누와 남동생* 올케가 함께 살고 있단다.
그 올케 역시 나보다 젊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세상에...나보다 되레 위, 57세였다.
시어머니 시아버지와도 같이 산다 못산다 하는데...이야...으흠...흠...다시 보인다...!

점심저녁을 한방에서 먹다보니 이집저집, 이런사연 저런사연을 듣게 되었다.
간병인과 환자와의 관계,
환자와 그집 가족들과의 사연,
의사 한사람한사람 이야기, 심지어 의사 각자마다 다른 의료장비, 운동처방이야기 까지.

아주 작은 또 하나의 세상...이 보인다.
소변 양이 중요하고, 음식섭취량이 중요하고, 무릎꺾기 횟수가 중요하고, 물 마신 양이 중요하고...
그러나 그 쓰이는 용어만 빼면, 병원 안이나 병원 밖이나 다 같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
-각자 일이 다를 뿐 인격적으로 대해야한다.
-공사구분은 확실하게 해야한다.
-계산은 계산이고 팁은 팁이다!...ㅎㅎㅎ~~~

환자복을 입든, 가운을 입든 각자가 어떤 상황이든 좁은 공간에서 결국 속사람이 다 드러나게 되어있다.

최소 12명이상의 사람들이 오글거리며 생활하는 입원실은

그야말로 속닥속닥 꼬물꼬물 재미있는 사회의 축소판, 샘플방이다.

간병인들 끼리도 '환자 블랙리스트'가 있단다!!! (물론 환자 본인만 모른다!!! ㅎ~)

병원 출입이 늘상은 아니어도 이 나이에 낯설지도 않다보니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적응하는 나를 느낀다.
나이들어 편한 것도 참 많다...싶다.

저녁 8시 15분, 가방들고 들어오시는 간병인아줌마,
친정다녀온 누구 바라보듯, 다같이 가방속에 뭐있나 물어보고 들여다보는, 누구랄 것도 없는 한방 식구들...

내일 또 출근해야할 텐데, 그만 가라, 그만 가요...등떠밀려 병원을 나오면서,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작은 세상, 세상들이 있을까....생각하며 문득 흐~웃었다.
어떤 소인국나라에 호롯이 다녀온 느낌?
병원 바깥 공기가 갇힌 곳 에어콘 공기와 다르다는 느낌?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 새삼 감사하다는 느낌...!

-엄마...선배님, 언니들...
덕분에 나의 일상, 나의 당연한 생활이 행복하게 느껴지니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병원 밖으로 나가시면...행복하실 겁니다.
화장실에 혼자 가는 것도, 소변이 쉬이~잘 나오는 것도...숨이 쉬어지는 것도, 그냥 동네길 걸어다니는 것도.

-그날이 그날인 일상...에 감사하며 그날이 그날일 수 있도록 운동하고 관리할 일이다...

-일반인의 별거아닌 일이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할 일이다. (거창하게 '봉사'!)

***내 부모일에 병원에 간 일이 무에 대단한 일이라고...쯧쯧...그냥 잊고싶지 않아서 끄적거렸습니다...
그리고, 참, 오후에 동생들과 친정아버지가 문병을 다녀가셨는데,

나가시는 뒤통수에 우리 엄니가 한말씀 날리셨습니다. '~고마워요!'
그래서 제가 또 한마디 거들었지요. '왜~ 한마디 더 해야지, 사랑해요~!'
아버지 다녀가신 후, 엄마의 저녁식사량이 엄청 늘었습니다. 맛없는 신부전증환자식을 반은 드셨습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번 일로 놀라셨으니 서로 애정표현도 좀 하시고...

앞으로 살가운 시간 나누시기를 바랍니다.
가끔...서로 놀랄 필요도 있다 싶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