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 특별하지않은 일상생활의 어려움~ 혼자사는 법을 배워야...

colorprom 2011. 9. 2. 18:00

 

2011년 9월 2일 오후 5:39

 
이제 은근히 마음 불편하지만 그런대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어제, 9월 1일, 목요일, 두무릎 인공관절의 꿈을 안고 한달간을 입원수술하셨던 친정엄니가
한쪽무릎 인공관절 만으로 집에 돌아오셨다.
19일간의 삼성병원, 13일간의 요양병원을 거쳐 드디어 집에 오셨다.

사실 요양병원에 최소 한달간은 계실 예정이었다.
엄마 뜻이라기보다는 자식들 생각이었다.
몸을 제대로 못 가누시는 상황에서 두분 노인의 일상생활이 제일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그 일상생활이라는 것이 뭐 엄청난게 아니고, 아버지와 함께하는 삼시 세끼 식사문제였다.
수술 직전까지도 휠체어로 부엌을 차지했던 엄마, 부엌뿐 아니라 냉장고도 전혀 가까이 못하시는 아버지,
그 두분의 너무도 오래되고 익숙한 생활이 너무도 걱정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혼자 지내실 아버지가 걱정이면서도 혼자 지내는 법을 배우시기를 바랬다.
그리고 퇴원하고 돌아온 엄마를 아버지가 도와주시기를 바랬다.

사설요양병원에 들어가신 엄마는 한마디로 '대 실망'을 하셨다.
경비가 싸든 비싸든, 시설이 좋든 나쁘든, 병원은 병원이고
그것도 장기요양병원에 자리잡은 노인들의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일 터이다.
대소변을 가리고, 그나마 혼자서 화장실을 들락거릴 수 있는 환자는 그 방에서는 엄마 한분 뿐이었단다.
하루 왠 종일 누워 간식드시고 식사하시며 자고 깨는 장기노인환자들을 보며 못견뎌하시더니
8월 31일 수술 후 첫 면담을 다녀오시고는 곧 퇴원을 결정하셨다.
-추석에는 어차피 나가려했다. 그리고 어차피 병원도 추석때는 다 귀가조치를 한단다.
운동을 해야한다는데 나는 여기에서 무릎굽히는 운동밖에 못하니 나가야겠다.

마침 9월 1일 신장, 폐, 심장 박사님들과의 면담이 있었다.
요양병원과 삼성병원을 오가며 면담과 퇴원수속을 마쳤다.
오랫동안 집을 비운다는 생각에 집 열쇠도 갖고 계시지 않아 잠시 아파트 밖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작은 가방 두개를 바닥에 놓고 현관계단턱에 앉아 초가을 맑은 바람을 맞으니 얼마나 상쾌하던지.
-엄마, 이제 매일 잠깐이라도 보조기에 의지해서 산보하고 햇빛 쐬어야해요...
그러다보면 한쪽 무릎도 마저 수술 할 수 있게 될지도 몰라. 무조건 포기하지 말고 두고 봅시다.

집에 들어가 냉장고를 살피니
지난 주에 들러서 준비해놓은 음식들이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다.
다시 덥힌다고 열을 주니 왠지 냄새가 석연치가 않아 다 버려버렸다.
그 모습을 보시던 아버지, '입맛도 없고, 먹을 기회가 그리 없더라...아, 그 아까와서 어쩌냐..'
(사실 이렇게 혼잣말같은 말씀을 하시는것도 최근에 새로이 보이시는 변화이다.
전 같으면 일갈, '아니, 그게 뭐하는 짓이냐. 그 귀한 음식을...에이~!'하셨을 것이다.
밥풀 하나 흘려도 '농부가...'하면서 논농사 일년을 다 말씀 하시고 결국 식탁이 눈물바람으로 끝을 냈었다. 입원직전까지도 엄마는 음식찌꺼기를 함부로 못 버리셨다.)

참 걱정이다....
균형도 잡히지 않는 엄마가 다시 냉장고 열고 닫고 가스레인지에 냄비 올리고 그릇 옮기고...할 모습을 상상하니 슬슬 열이 오르는 것을 꾹꾹 눌러 참았다.

마침 집에 있는 동안에 집으로 와서 도와주는 간병인협회 담당자가 면담을 나왔다.
하루 4시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노인환자를 도와주는 제도가 있단다.
단, 그 환자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는 것이지 동거인에 대한 것은 의무조항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예를 들면 환자의 방은 청소해도 동거인이 있는 방이나 거실은 청소하지 않는단다.

우리 집의 문제는 환자의 동거인, 아버지에 관한 일이 엄마의 일이라는 데 있다.
아버지 일을 처리할 수 없는 엄마는 스스로도 쓸모없어졌다고 믿는게 문제이다.
아버지는 엄마가 당신을 전처럼 돌볼 수 없는것 만으로도 홀로 엄청 희생하고있다고 믿으시는 듯하다.
아버지보다 몸무게가 더 나가는 엄마를 돌보는 일은 아예 당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오늘 하루 아무도 없이 두분이 하루를 보내셨다.
점심 때도 되기 전에 엄마 목소리는 벌써 기운도 없고 불안하게까지 느껴졌다.
그간의 긴장이 풀려서일까, 병원에서의 억지식사도 못해서일까...
마음과 달리 제 때에 움직이지 못하여 결국 화장실을 못가고 일을 벌이셨단다.
그리고 그 뒷수습을 혼자 하시느라 지쳐버리셨나보다.

-아...안되겠지, 엄마?! (아버지가 도움이 안되지, 엄마??)
-...응...
-엄마. 아버지가 생각은 있는데, 도와주고싶어하시는데, 방법을 모르시는거야.
그냥 남의 도움을 받읍시다. (돈이 정말 효자, 맞네...)

어제 종일 병원과 친정집 일을 보고,
오늘은 내 일을 하는 사이사이, 엄마랑 간병인협회 전화를 주고받다보니 기운이 쑤욱 빠진다.

두분이 함께 있어 마음이 놓이는 것이 아니라
두분이 함께여서 더 불안한 이 상황이 참 어처구니가 없고 속이 상한다.

어느 선배님 말씀,
'나이가 들수록 부엌을 차지해야해요.
우리 부부는 서로 부엌을 맡으려고 경쟁을 한답니다.
나이를 먹으면 부엌을 차지한 사람이 파워를 갖는거예요!'

엄마가 아이에게 과잉보호, 과잉사랑으로 사회에서 외롭게 만들듯,
엄마, 엄마가 너무 오래 아버지를 과잉보호, 과잉충성해서 아버지를 무능력하게 만드신건 아닐까요?

아버지...엄마가 오래 사셔야 하는데...그래야 아버지도 엄마도움을 받으실 터인데...
아버지, 아버지가 엄마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할 절호의 기회가 지금인데요...
저희 마음 좀 편하게, 안심하게 좀 도와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부터라도 '사랑받는 남편/가족교실'을 가르쳐드릴 방법이 없을까요!!...ㅎ~

***저녁먹을 마음도, 기운도 없다.
냉동실 떡 한덩어리 녹여먹으며 주절거렸다.
생활은 현실이다.
예전처럼 애어른 여러 식구가 오며가며 부딪치며 사는 것이 노인문제를 해결할 방법이지 싶다.
노인아파트, 노인 장기요양병원...등등이 답일 수도 없는데, 세월이 거꾸로 갈 수는 없는 일이고...
다행히 선배님들 덕에 우리의 미래를 좀더 가까이서 미리 볼 수 있는 기회다 싶다.
병원에 계실 때가 훨 나았다...우리 마음이라도 좀 편했다!
'오손도손'늙어가시는 분들의 모습들이 참 부럽다!!!

 

***못난 자식, 내자식 !!! 노인문제의 답은 '백수자식'이라는 생각, 내 생각!!! ㅎ~
미안하고 부끄럽다...이제 퇴원 하루....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