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얼중얼...]

[친정] 우리 친정엄니, 새 아파트 등기부에 이름 올리셨습니다!

colorprom 2011. 10. 15. 19:00

 

2011년 10월 15일 오후 6:51

 
병원에서 퇴원한 날, 저녁식사가 끝나자마자 아버지는 친정엄니 앞에 터억하니 등기부를 내미셨다.
친정엄니의 입원기간 중에 친정집을 팔고 조금 줄여서 새로 집을 사셨는데
왠일로 부부공동명의로 등기를 마치신 것이다.

-어휴~내가 뭐 공동명의해서 뭐할라고...(엄마)
-와~우리집이 제일 신식이네. 우리 중에 공동명의한 사람 엄마밖에 없어~~~
-...

그동안 전제군주같으셨던 아버지는 친정엄마의 짧지않은 병원생활 동안에 꽤 많이 약해지신 듯하다.
나름 엄마를 대하시는 폼이 많이 부드러워지시고 노력도 많이 하시는 듯하긴한데
문제는 엄마의 마음을 정말 모르시는 듯하다는 것이다.

병원퇴원하여 집에 들어가려니 엘리베이터 앞에 아버지가 서계셨다.
환영한다고 두팔벌려 맞아드리시는 마음 확실한데, 쑥쓰러우신듯...그래도 웃고는 계셨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점심식사가 끝나자마자 이것저것 이삿짐싸는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셨다.
-이것들은 어떻게 할거야? 내가 버릴지 말지를 모르잖어... 아, 글쎄, 말을 확실히해야 내가 알지?!
어물쩡거리다가는 이것저것 다 싣고가게 된다구!!

긴장이 풀리시는 듯 피곤해하는 엄마는 어이없는 눈길로 중얼거리셨다.
-세상에...어떻게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사람 일을 시키노? 이래가 어찌 요양이 되겄노?

퇴원한 오늘은 12일이고 이사는 25일 예정이니 아직 2주는 남았는데, 꼭 오늘 당장 일을 하셔야하나?
그동안 일 많이 하신 것 인사듣고 싶으셨나?
젊은 내가 있을 때 일을 좀 하고 싶으셨나?
나의 동의를 구하는 마음이셨을까?
아니면...잘하시고 싶으신데 자식이 있어 쑥쓰러운 마음에 전처럼 대하셨나???

이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늘은 좀 쉬어~, 내일부터 당신 것 정리 좀 하자!'하셨으면 좋았을걸...

사과 한쪽만 달라는 엄마에게 바나나 한 트럭을 들이밀고는 '나는 최선을 다했다!'하시는 식이다.
정성어린 손길 한번, 부드러운 말 한번 원하는 엄마에게 '이 집의 반은 당신 것이다.~

하는 서류가 무슨 의미일까.

 

집 팔고 집을 줄이셨으니 차액의 반도 턱~주셨을까? '당신 맘대로 써!' 하시면서???

섭섭하고 억울한 마음이 깊이 박혀있는 엄마도 안타깝고
잘하고 싶은데 잘할 방법을 모르시는 아버지도 안타깝다.
두 분의 먼 거리를 작은 집에 가시면 좁힐 수 있을까?

갓난 아이에게는 젖이 필요하고 자라서는 밥이 필요하듯,
아버지, 지금 엄마에게는 돈 벌어주는 남편이 아니라 다리가 되어주는 남편이 필요해요.
일하는 아내노릇을 못한다고 스스로 자책하는 엄마에게

일하는 아내가 아니라 내 옆에서 같이 살아주는 아내가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남편이 필요해요.
지금은 밥하고 빨래하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천만다행히도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남편이 필요해요.
여태까지의 세월, 잘잘못을 말하는 남편이 아니라

앞으로의 하루하루를 맛있게, 재미있게 살자고 말해주는 남편이 필요해요.
당신 79, 나 85! 이제 서둘지 말고, 천천히천천히 같이 잘 지내자~하시며 손 내밀어주는 그런 남편이요...

친정에서 퇴근하는 마음은 늘 그렇듯이 무겁고 안타깝다.
중간에서 큰 소리로 통역이라도 해야하는데...(분명 귀에도 문제가 있으심이 확실하다!)
작은아이 대학문제만 해결되면...지금도 어차피 그애에게 아무 도움도 안되지만서두...
나는 친정에, 남편은시댁에...그렇게 살면 안될까.

그래두, 엄마...우리 형제 중에 그래도 집 등기서류에 이름 올린 사람, 엄마밖에 없잖우?!
우리 여자들 중에 당당하게 집 주인된 사람, 엄마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뭐...? 아니, 그렇다구요...에이구...ㅎ~

일하자니 나도 허리아프고, 안 보자니 마음이 무겁고...아이고...답답한 늙은 딸의 궁시렁궁시렁...!!!
그래두, 뭐...그냥 이렇게 보자구요.
다행히 그나마 꽉짜인 시간생활은 안해도 되는 입장이니...이렇게라도 보자구요!
우리 4형제 티격태격하는 모습 보셨듯이...두분 티격태격하는 모습, 보고 지내지요, 뭐. ㅎㅎㅎ~

얼마 전에 친정엄마 잃은 친구, 내 수다 듣는다면 눈꼬리 샐쪽해지며 이럴지도 모르겠다.
-너 지금 내 앞에서 친정엄마, 아버지 다 살아계시다고 자랑하냐?!

ㅎㅎㅎ~천둥번개 비바람 요란했던 토요일, 잠시 이바구로 스트레스 풀었습니다~죄송!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