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거의 한 번도 짜증을 내며 집에 돌아온 적이 없는 아이였다.
10시에 돌아오든, 12시에 돌아오든 항상 "하이~"하고 큰 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오던 아이였다.
어제 아침 일찍 안양 군부대 옆에 있는 안양고등학교에 데려다주고 친정에 갔다가
그래도 모처럼 집에서 맞아들이자 하고 기다렸더니만
"와~이젠 미련도 후회도 없어요~"하고는 저녁밥도 생각없다며 제 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뭐 좀 먹이나...하다가 멍하니 혼자가 되어버렸다.
핸드폰으로 하루 전까지도 인사받고 찹쌀떡 받은 게 생각나 인사말을 보냈다.
-00 시험은 덕분에 잘 끝낸 듯 합니다. 집에 오자마자 잠을 잡니다. ㅎ~감사합니다. 00엄마 올림
(..결혼식 끝난 후 인삿말 같구만...ㅎ~)
잠깐 누웠다가 일어나서는 "이제 답맞춰볼 용기가 생겼어요~!"하며 컴퓨터를 켜더니만
계속 들리는 요~상한 외마디 소리, "악,악, 미쳤어, 미쳤어!"
이윽고 방을 나오며 한마디, "와, 서울권 안될 수도 있겠어, 와, 미쳤어미쳤어!"
오늘 아침에는 작은애가 평소보다 1시간 늦게 등교한다고 해서 모처럼 4식구가 아침밥을 다같이 먹었는데,
작은 애가 밥상에서 또 "미쳤어미쳤어.."를 연발했다.
참다참다 나름 조심스럽게 "그 소리 이제 그만해라~"했더니 금새 눈가가 발그레해지며
"집에서 안하면..."했다.
조금 늦게 출근하던 큰애가 신발신으며 위로의 한마디를 날려주었다.
-조금 있으면 나아져요...!
오늘 출근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 내가 작은 애에게 은근히 기대가 컸었구나.
늘 혼자서 의젓하게 해결해 준 아이라 믿거니 했었구나.
아주 뛰어나진 않았어도 그렇다고 그렇게 빠지지는 않았으니 그저 괜찮으리라...했었구나.
늘 웃고, 괜찮다고 했었는데...참느라 힘들었었나보다.
어제와 오늘의 그 당황스런 모습이 그애의 본 모습이었나...싶다.
물론 이제부터가 진짜 대학입학시험이라는 거, 잘 안다!
앞으로 더 절실하게 시험에 임하게 되어 원하는 공부를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쩌면 덕분에 스스로 생각지도 않은 길로 들어서게 될 지도 모른다.
때로는 '5목두기'에 상대방이 3,3! 하는 통에 앞뒤 막다가 저도 모르게 먼저 5를 해결하게 될 때도 있는 것처럼!
그러나 사실은 점수보다 그 아이의 당황스런 행동에 좀 놀랐다.
늘 '의젓한 아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아이였기에 더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ㅎ~그래, 덩치만 컸지 아직 만 19살도 안된 아이였구나.
사실 제딴엔 조심스러웠던 것을 어른들이 지레 의젓하다고 이름붙여버린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어쩔 줄 모르고 "어, 어..미쳤어미쳤어.."하는 모습이 저 나이에 더 맞는 모습일 것이다...
내 발등에 불 끄느라 정신없는 엄마를 보며 어쩌면 혼자서 자기 일을 해 내느라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도움을 바라느니 스스로 해결해내느라 애어른처럼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자기 이름이 '의젓한 아이, 참 장한 아이'가 되어버려
어쩔 수 없이 '애어른'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인 나도 당연히 저 애는 어른스러운 아이, 믿음직한 아이려니 하게되고...
...얼마나 외로웠을까...
고만고만한 점수로 여기저기 성적을 넣으며 나름 마음고생 시작할 아이야...
학교, 그거 그거 별거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 수없이 만날 많은 일들...수많은 길들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처음 맞는 두려운 경험...처음 느끼는 스스로에의 실망...그 모두 너의 발판, 재산이 될 것이다.
엄마는 네 성적이 실망스러운 게 아니라 네 반응과 행동에 좀 놀랐을 뿐이다.
그 정도로 네가 참 잘 참아주었다!
고맙다.
그리고 이 세상은 일등으로로만 이루어 지는게 아니란다.
땅위에서 보는 1,2,3...층이 이 세상 전부는 아니란다.
아, 그래서 '도(道)'를 길 道로 쓰나보다, 오르락내리락, 둥글둥글...ㅎ~
더더구나 네가 그렇게 하고싶어하는 미술은 말이다...
사실 그것은 더더욱이나 대학공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래, 어쩌면 별것 아닌 것들은 별것아닌 것들임을 확인하며 떠나버리기위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별 것 아닌 것들을 수집하다가 하나하나 떨구어버리고 '그 무엇'을 찾아내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별 것 아닌 것이 문득 '그 무엇'이 되어있음을 알아내게 되는 것이 '인생길'인 지도 모르겠다...ㅎㅎㅎ...
자, 아뭏든 이제 정말 좁은 학교문을 기웃거리게 될 시간이다.
어느 학교, 어떤 공부를 하든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네가 보람있고 즐거운 그래서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모든 것이 합하여 선(善)을 이루느니라...
모든 것이란 짜고 맵고 달고 시고, 쓰고...가 다 섞인 것이란다!!! ㅎ~
그래도 소원을 품었으면 부딪쳐는 봐야지~미련만큼 미련스러운 것은 없으니 말이다!
(사실, 그 미련이라는 것도 훗날 큰 힘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 미련도 맛 중의 맛, 좀 쓴 맛일 수도 있으니까...!!!)
기운내라, 화이팅!
***수많은 수험생여러분~...세상에 무의미한 것은 없다고 믿으며
동시에 대학을 통한 길이 인생의 유일한 길은 아님을 또한 밝히는 바이니,
여러분~우리 아이의 동료가 될 여러분~다들 행운을 빕니다~~~
(ㅎ~사실 막상 우리 애가 시험을 치루니 새삼 대학생들이 우러러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학생 부모님들, 부럽습네다!!! ㅎㅎㅎ~)
10시에 돌아오든, 12시에 돌아오든 항상 "하이~"하고 큰 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오던 아이였다.
어제 아침 일찍 안양 군부대 옆에 있는 안양고등학교에 데려다주고 친정에 갔다가
그래도 모처럼 집에서 맞아들이자 하고 기다렸더니만
"와~이젠 미련도 후회도 없어요~"하고는 저녁밥도 생각없다며 제 방으로 들어가 누워버렸다.
뭐 좀 먹이나...하다가 멍하니 혼자가 되어버렸다.
핸드폰으로 하루 전까지도 인사받고 찹쌀떡 받은 게 생각나 인사말을 보냈다.
-00 시험은 덕분에 잘 끝낸 듯 합니다. 집에 오자마자 잠을 잡니다. ㅎ~감사합니다. 00엄마 올림
(..결혼식 끝난 후 인삿말 같구만...ㅎ~)
잠깐 누웠다가 일어나서는 "이제 답맞춰볼 용기가 생겼어요~!"하며 컴퓨터를 켜더니만
계속 들리는 요~상한 외마디 소리, "악,악, 미쳤어, 미쳤어!"
이윽고 방을 나오며 한마디, "와, 서울권 안될 수도 있겠어, 와, 미쳤어미쳤어!"
오늘 아침에는 작은애가 평소보다 1시간 늦게 등교한다고 해서 모처럼 4식구가 아침밥을 다같이 먹었는데,
작은 애가 밥상에서 또 "미쳤어미쳤어.."를 연발했다.
참다참다 나름 조심스럽게 "그 소리 이제 그만해라~"했더니 금새 눈가가 발그레해지며
"집에서 안하면..."했다.
조금 늦게 출근하던 큰애가 신발신으며 위로의 한마디를 날려주었다.
-조금 있으면 나아져요...!
오늘 출근하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아, 내가 작은 애에게 은근히 기대가 컸었구나.
늘 혼자서 의젓하게 해결해 준 아이라 믿거니 했었구나.
아주 뛰어나진 않았어도 그렇다고 그렇게 빠지지는 않았으니 그저 괜찮으리라...했었구나.
늘 웃고, 괜찮다고 했었는데...참느라 힘들었었나보다.
어제와 오늘의 그 당황스런 모습이 그애의 본 모습이었나...싶다.
물론 이제부터가 진짜 대학입학시험이라는 거, 잘 안다!
앞으로 더 절실하게 시험에 임하게 되어 원하는 공부를 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어쩌면 덕분에 스스로 생각지도 않은 길로 들어서게 될 지도 모른다.
때로는 '5목두기'에 상대방이 3,3! 하는 통에 앞뒤 막다가 저도 모르게 먼저 5를 해결하게 될 때도 있는 것처럼!
그러나 사실은 점수보다 그 아이의 당황스런 행동에 좀 놀랐다.
늘 '의젓한 아이'라는 이름을 가졌던 아이였기에 더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ㅎ~그래, 덩치만 컸지 아직 만 19살도 안된 아이였구나.
사실 제딴엔 조심스러웠던 것을 어른들이 지레 의젓하다고 이름붙여버린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어쩔 줄 모르고 "어, 어..미쳤어미쳤어.."하는 모습이 저 나이에 더 맞는 모습일 것이다...
내 발등에 불 끄느라 정신없는 엄마를 보며 어쩌면 혼자서 자기 일을 해 내느라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도움을 바라느니 스스로 해결해내느라 애어른처럼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자기 이름이 '의젓한 아이, 참 장한 아이'가 되어버려
어쩔 수 없이 '애어른'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인 나도 당연히 저 애는 어른스러운 아이, 믿음직한 아이려니 하게되고...
...얼마나 외로웠을까...
고만고만한 점수로 여기저기 성적을 넣으며 나름 마음고생 시작할 아이야...
학교, 그거 그거 별거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앞으로 수없이 만날 많은 일들...수많은 길들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처음 맞는 두려운 경험...처음 느끼는 스스로에의 실망...그 모두 너의 발판, 재산이 될 것이다.
엄마는 네 성적이 실망스러운 게 아니라 네 반응과 행동에 좀 놀랐을 뿐이다.
그 정도로 네가 참 잘 참아주었다!
고맙다.
그리고 이 세상은 일등으로로만 이루어 지는게 아니란다.
땅위에서 보는 1,2,3...층이 이 세상 전부는 아니란다.
아, 그래서 '도(道)'를 길 道로 쓰나보다, 오르락내리락, 둥글둥글...ㅎ~
더더구나 네가 그렇게 하고싶어하는 미술은 말이다...
사실 그것은 더더욱이나 대학공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 말이다...
그래, 어쩌면 별것 아닌 것들은 별것아닌 것들임을 확인하며 떠나버리기위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별 것 아닌 것들을 수집하다가 하나하나 떨구어버리고 '그 무엇'을 찾아내는 것이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별 것 아닌 것이 문득 '그 무엇'이 되어있음을 알아내게 되는 것이 '인생길'인 지도 모르겠다...ㅎㅎㅎ...
자, 아뭏든 이제 정말 좁은 학교문을 기웃거리게 될 시간이다.
어느 학교, 어떤 공부를 하든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네가 보람있고 즐거운 그래서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모든 것이 합하여 선(善)을 이루느니라...
모든 것이란 짜고 맵고 달고 시고, 쓰고...가 다 섞인 것이란다!!! ㅎ~
그래도 소원을 품었으면 부딪쳐는 봐야지~미련만큼 미련스러운 것은 없으니 말이다!
(사실, 그 미련이라는 것도 훗날 큰 힘의 동기가 될 수도 있다!!! 미련도 맛 중의 맛, 좀 쓴 맛일 수도 있으니까...!!!)
기운내라, 화이팅!
***수많은 수험생여러분~...세상에 무의미한 것은 없다고 믿으며
동시에 대학을 통한 길이 인생의 유일한 길은 아님을 또한 밝히는 바이니,
여러분~우리 아이의 동료가 될 여러분~다들 행운을 빕니다~~~
(ㅎ~사실 막상 우리 애가 시험을 치루니 새삼 대학생들이 우러러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학생 부모님들, 부럽습네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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