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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살인사건]“얼마나 죽어야 구속시킬래?”

colorprom 2022. 9. 28. 18:10

[사설] “얼마나 죽어야 구속시킬래?” 법원 향한 여성들 외침

 

조선일보
입력 2022.09.28 03:22
 
 
지난 18일 서울 중구 신당역 내 여자 화장실 앞에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다. /뉴스1

 

40대 남성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10대 여학생을 흉기로 위협해 납치하려 한 사건

지난 7일 일어났다.

이 사람은 결국 경찰에 체포됐지만 이틀 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풀려났다.

미성년 성범죄 용의자가 피해자와 같은 아파트에 계속 살 수 있도록 법원이 허락한 것이다.

가해자와 마주칠 수 있게 된 피해자와 가족이 느꼈을 당혹과 공포가 어땠겠나.

 

한국여성변호사회도 기각 결정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논란이 되자 경찰이 불법 촬영 혐의를 더해

용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그제 다시 신청했다고 한다.

 

법원은 영장을 기각할 때 “도주와 재범,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가 없다”고 했다.

 

용의자는 미리 준비한 흉기를 들고 피해자를 기다렸다가 함께 승강기에 올랐다.

우발적인 범죄가 아니라 계획된 범죄였기 때문에 재범의 위험성을 누구도 배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용의자는 피해자와 같은 공간에 살고 있다.

피해자가 다시 범행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상식적인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영장이 기각됐을 때 피해자의 아버지는 “사지가 떨렸다”고 했다.

판사는 무엇을 근거로 재범 걱정이 없다고 했는지 의문이다.

판사의 딸이 피해자였어도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겠나.

이 비판을 과하다고 할 수 없다.

 

법원은 사흘 전에도 여성을 스토킹하다가 접근금지 조치를 받고도

넉 달 만에 다시 스토킹한 남성에 대해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남성은 담장을 넘어 여성이 사는 집으로 침입하려다가 주민의 신고로 체포됐는데도

구속을 면했다.

여성이 신체적 위해를 당해야만 한국 판사들은 영장을 발부하는가.

 

신당역 살인 사건 역시

법원이 스토킹 단계에서 영장을 기각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이었다.

 

작년 10월 스토킹 처벌법 시행 후 올해 8월 말까지

스토킹 행위로 입건된 7152명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254명에 불과했다.

법원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피해자와 가족, 이웃 주민이 겪는 공포가 결코 남의 일만은 아니다.

 

범죄의 경중에 상관없이 구속시키라는 것은 아니다.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정은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미성년자, 여성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선

가해자의 인권이 아니라 피해자의 처지를 우선해야 마땅하다.

 

신당역 살인 사건 이후 법원 앞에 세워진 항의 팻말 가운데

“얼마나 죽어야 구속시킬래?”란 문구가 있었다.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의 외침이란 것을 법원이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