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colorprom 2022. 7. 16. 16:28

[터치! 코리아] 자폐인 변호사가 보는 좀 다른 세상

 

시청률 10배 뛴 ‘우영우’ 열풍
익숙하고 당연한 것들에 직설적 질문 집요하게 던져
팩트에 다가가고 본질 드러내

 

입력 2022.07.16 03:00
 
 

시청률 2주 만에 10배 상승(0.9%→9.6%), 넷플릭스 비영어권 1위, 미국 리메이크 제안….

열풍을 몰고 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다가

10년 전 여름 영국 런던의 지하철역이 떠올랐다.

 

고기능 자폐를 가진 사람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2012 런던 패럴림픽 출전을 앞둔 영국 대표팀 선수들이

위풍당당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이 지하철역 벽면을 뒤덮고 있었다.

서로 다른 장애를 가진 그들은 각자 자신의 종목을 상징하는 운동기구를 지녔는데,

그 모습이 마치 어벤저스처럼 보였다.

문장 한 줄이 사진을 가로질렀다. ‘초인들을 만나라(Meet the Superhumans).’

 

그 여름 런던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던 이 사진은

패럴림픽 중계 방송사 채널4가 제작한 캠페인의 일부였다.

압도적 사진 한 장이 새로운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때 깨달았다.

과장이나 감정 개입 없이 선수들은 그 자체로 전사 같고 영웅 같았다.

숱한 불편과 고통을 받아들이며 목표를 향해 달려온 장애인 선수들은

더 높은 차원에 도달해 수많은 이에게 영감을 불어넣는 존재라고 그때부터 생각하게 됐다.

 

당시 한 조사에서 패럴림픽을 기대한다는 영국인의 응답은 14%에 불과했다고 한다.

선수 이름을 아는 응답자도 거의 없었다.

장애인 스포츠, 더 나아가 장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채널4는

런던올림픽이 끝나갈 무렵 ‘워밍업 고마워요(Thank You for Warm-up)’라는

과감한 문구를 내세워 캠페인을 시작했다.

패럴림픽을 올림픽 부속 행사쯤으로 여기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후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이 곳곳에서 방영됐다.

장애인 선수들의 몸을 있는 그대로 조명하면서

그들이 얼마나 격렬하게 훈련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는지 생생히 보여줬다.

 

짧게 스쳐간 폭발·교통사고 장면이 선수들이 살아온 배경을 짐작하게 했지만,

그것이 주제는 아니었다.

‘강인함에 대해, 인간에 대해 당신이 안다고 생각했던 모든 걸 잊어라.

초인들을 만나라.’

 

캠페인을 본 사람 중 87%가 나중에 실제로 패럴림픽을 시청했다.

개회식 시청자는 1000만명을 넘었다.

‘장애에 대해 말하기가 편해졌다’

‘장애인 선수가 비장애인 선수만큼 재능 있다’는 설문 응답도 많아졌다.

 

낯선 채널에서 방영하고 , 낯선 배우들이 대다수 출연하는 ‘우영우’도

이런저런 편견을 깼다.

자폐인 변호사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배우 박은빈의 말투와 손짓, 눈빛 연기는 가장 먼저 시선을 붙든다.

그러나 회가 거듭될수록 다른 데 더 주목하게 된다.

 

우영우는 사람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맺어진

약속이나 상징, 학연·지연, 이해관계, 관습 등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귀찮을 만큼 집요하게 묻고, 당혹스러울 만큼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더 열심히 현장을 확인하고, 사건 재연까지 해본다.

그러면서 남들이 지나쳐버린 팩트에 다가가고,

익숙하고 당연하게 여겨져 온 것들의 본질을 드러낸다.

 

법을 완벽하게 외운다지만 그도 중요한 걸 놓치고 실수도 한다.

사회 적응에 필요해 보이는 비윤리적 선택 앞에서 갈팡질팡한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가 감정이입 하는 대상은

장애가 없는 주변 인물에서 자폐인 우영우로 점차 옮아간다.

같은 사건을 우영우는 어떻게 다르게 볼까.

그의 관점이 궁금해지고 기대를 품게 된다.

 

우영우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우영우가 되어보는 경험.

자폐인과 장애인에 대해 지금까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잊고,

이 용감하고 사랑스러운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달리 보는 경험.

 

이것이 우영우가 우리에게 주는 흔치 않은 기회이자 작은 기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