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박은주] 좌파와 우파는 뇌부터 다르다

colorprom 2022. 7. 9. 15:29

[박은주 LIVE] ‘우리 여리 우쭈쭈’가 어려운 이유

 

‘2번 투표자’의 대통령 비판 왜?
좌파와 우파는 뇌부터 다르다
‘닥치고 지지’ 보수 체질 아냐
윤석열식 정치와 보수 ‘궁합’ 맞나

 

입력 2022.07.09 03:00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말했다. “대통령은 처음 해보는 거라서…”

내로라하는 보수 인사들 카톡방에 난리가 났다.

대통령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린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장관 인사 논란을 두고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장관 인사는 어땠냐”고 말을 받아친 날도 그랬다.

“품격 없다” “보수가 좌파들과 똑같이 굴자는 거냐”는 비판이 줄지어 올라왔다.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대통령이 나올까 봐 식욕이 떨어지고 머리가 아프다”며

‘상상의 고통’을 하소연하던 사람들이었다.

머리 맑아진 이들이 이제는 이런 비판을 쏟아낸다.

 

2017년 7월, 집권 세 달째 문재인 대통령이

“허허, 제가 대통령은 처음 해봐서요” 했다고 상상해본다.

지지자들은 “우리 이니 솔직한 것 좀 봐라” 했을 것이다.

 

‘우리 이니(문재인) 하고 싶은 거 다해’ 시대를 끝장낸 사람들은

‘우리 여리(윤석열) 우쭈쭈’ 하지 않는다.

체질적으로 그렇게 ‘못 하는’ 사람들이다.

 

좌파 우파는 식성부터 다르다.

보수는 육식이나 탄수화물에 더 너그러운 반면,

진보는 채식주의자 비율이 더 높다고 한다.

공간을 꾸며도 보수는 더 심플하고 단정하게,

진보는 화려하고 어수선하게 꾸민다는 여론조사가 있다.

아예 자기공명장치(MRI)나 DNA 분석으로 정치 성향의 비밀을 풀려는 시도도 있다.

국내외 연구를 보면,

진보의 뇌는 모호하고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보수의 뇌는 위험한 자극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보수는 조직의 안정성에, 진보는 공평성에 무게를 둔다고도 한다.

 

생각이 뇌 작동 방식을 바꾼 건지,

뇌가 그렇게 생겨 좌우파로 나뉘는지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결론은 하나다.

우파와 좌파는 뇌 작동 방식, 행동 패턴이 다르다.

 

현실에서 보수 지지자는 ‘대깨문’ 같은 맹목적 지지를 부끄럽게 생각한다.

학력과 소득, 자존심도 높은 ‘배운 보수’는

‘대통령 빠’가 아니라 ‘대통령 동반자’가 되고 싶어 한다.

성원을 담아, 때로는 슬쩍 자리 욕심까지 숨겨 이른바 전문가들이 매일 조언한다.

대통령 부인을 지원할 제2부속실 타령을 하는데도 대통령은 ‘지금도 충분하다’고 한다.

‘실언 리스크’ 줄이도록 ‘도어 스테핑’ 좀 자제하라는 말도 듣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이 정치를 너무 모른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적어도 그건 아닌 것 같다.

대선 기간을 돌이켜본다. 아슬아슬했다.

그랬는데도 노회한 정치 술사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내쳤고,

‘청춘 자본’을 무기로 사보타주를 벌인 이준석 당대표와 ‘밀당’을 반복했다.

기자는 그에게서 ‘곰의 탈을 쓴 여우’를 봤다.

 

대통령이 완성된(established) 룰이나 사람을 별로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왜 그럴까.

비뇨기과, 산부인과 의사가 환자의 성 이력을 알게 되듯,

검사는 ‘악의 이력서’를 보는 사람이다.

“배운 사람, 잘난 사람일수록 수사하면 비겁하고 비루하게 굴더라”

전직 검사 말이 떠오른다.

대통령 마음속에잘난 척 거들먹거려봤자 별것 없다’는 검사의 생각이

아직도 큰 자리를 차지한 건가.

 

대통령은 정치를 모르는 게 아니라 ‘다른 정치’를 보는 것 같다.

엘리트 보수가 증오를 누그러뜨리는 정치, 불안이 해소되는 정치를 원할 때,

대통령의 입과 인사(人事)는 ‘정치는 적과 동지를 구별하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달리고 있다.

갈등이 정점이 되면 ‘50대50′ 싸움이 될 거라 보는 건가.

 

그런 정치에는 ‘빠’가 붙어야 한다.

그런데 어쩌나.

보수는 자발적 ‘빠’가 되지도, 죽창을 들지도, 자동차를 물티슈로 닦지도 않는다.

 

지지자와 대통령이 다른 쪽을 보는 건 좋은 징조가 아니다.

정치를 아는 분들에 따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