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66] 민들레와 만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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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 깃털이 반만 남은 공작이 점잔 빼며 잔디밭을 걸어 다니는 모습을 떠올렸다.
또는 그 얼빠진 자가수분 꽃, 민들레 같은 것을 떠올렸다.
민들레는 씨를 만드는 데 수분이 필요 없었다.
그 화려한 노란 꽃잎은 그저 시간 낭비, 허세, 가장일 뿐이었다.
생물학자들이 쓰는 용어가 뭐였더라. 무성생식. 민들레는 무성생식이었다.
- 로알드 달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중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이 ‘민들레’라는 모임을 조직했다.
‘민심을 들어 볼래’의 뜻이라고 한다.
순수 공부모임이라고도 하고 친윤(親尹) 세력의 결집이라는 말도 있다.
산적한 나랏일이 한둘이 아닐 텐데 따로 모임을 만들어 모일 필요는 무엇일까.
그 모임이 아니면 민심을 들을 수 없고, 최고 권력자에게 민심을 전달할 길이 없을까.
바람을 피우고 있던 소설 속 빅스비 부인의 눈에 남편은 민들레다.
그녀에게 남편은 매력이 하나도 없는 남자다.
허세를 부려봐야 깃털 빠진 늙은 공작새, 자가수분하는 민들레에 불과했다.
그와 비교해서 대령은 얼마나 멋진 남자인지.
물론 그녀의 착각이다.
민들레는 무성생식하는 식물이 아니고 남편에게도 근사한 애인이 있었다.
정권마다 최고 권력자를 중심으로 세를 과시하려는 시도는 늘 있었다.
전 정권의 ‘부엉이 모임’은 밤을 새워 권력자를 지키자는 뜻이었다.
민들레는 짓밟혀도 죽지 않는 끈질김을 상징한다.
꽃말은 ‘내 사랑 그대에게 드려요’다. ‘일편단심 민들레’도 떠오를 것이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지못미(지켜주지 못해서 미안)처럼
줄인 말 은어 방식과도 맞지 않는 꿰맞추기식 작명이다.
‘민심을 들어 볼래’가 한 글자 차이를 무시하고 ‘민들레’가 될 수 있다면
(민심을) ‘만들래’인들 되지 못할까.
이익집단이 자기들 중심으로 세상을 보면 오류에 빠지기 쉽다.
틀려도 틀린 줄 모른다.
바로잡아주어도 자기 생각만 옳다고 우기며 잘했다고 으스대니 세상은 웃을 수밖에.
민들레든 만들래든,
참을 수 없는 가벼움만큼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흩날리는 민들레 씨를 똑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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