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257] 함께하는 시간의 가치
친구 다섯 명이 약속을 잡느라 진땀을 뺐다.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것도 힘든 건 각자의 일이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고 가는 메시지를 살펴보던 어느 날,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에게는 모두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문제는 그 시간을 ‘동시에’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지인과 만나기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는
‘9시 출근 6시 퇴근’처럼 과거의 정규직 근무 형태와 다른
다양한 근무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긱 이코노미’라 불리는 계약직 근무는
개별 프로젝트나 프로그램 등 여러 변수에 따라서 수시로 팀을 구성하거나 해체한다.
프로그램의 인기에 따라 팀이 구성되고 해체되는 방송 종사자는
지금 하는 일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콜’을 기다리는 배달이나 운수업 종사자도 언제 일이 들어올지 모르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예측 가능한 시간’이다.
예측 가능성이야말로 삶의 만족도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올리버 버크먼은 자신의 책 ‘4000주’에서 시간을 ‘네트워크 상품’으로 규정한다.
가령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의 계정의 존재 유무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계정이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많이 ‘연결’돼 있느냐다.
그는 “중요한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시간과 자신의 시간을 동기화”할 필요가 있다는 걸 강조한다.
동기화란 쉽게 말해 원하는 시간을 함께 조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교통 체증, 높은 관광지 물가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누군가와 연계하여 한꺼번에 떠날 때 더 행복해진다.
아무 때나 쉴 수 있는 프리랜서이거나 심지어 실업자라도
공휴일에 함께 쉴 때 마음이 더 느긋해지는 건
우리가 사람들과 연결돼 있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시간의 진정한 가치는 흥청망청 내 시간이 많을 때가 아니다.
그 시간을 친구나 가족, 만나고 싶은 누군가와 함께 나눌 수 있을 때다.
조기 퇴직한 고위직 공무원이던 지인이 작가가 된 후 했던 말이 귓가에 떠오른다.
“이제 시간은 많은데 함께 놀아줄 사람이 없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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